세 자녀 모두 잃은 슬픔… 어머니 추억하며 영혼 위로받은 선율[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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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는 체코 프라하 근교의 네라호제베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드보르자크의 재능에 감탄한 브람스는 그의 이름과 재능을 큰소리로 세상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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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죽음은 인간의 가장 큰 고통
보헤미안 시에 민족적 멜로디 입혀
삶의 끈 붙잡아 주는 소중한 기억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는 체코 프라하 근교의 네라호제베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도축업자이자 여관 운영자로 도보르자크 역시 도축업자가 될 운명이었다. 드보르자크는 가업을 잇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도축업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음악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고 16세가 되던 해에 프라하 오르간 학교에 입학해 오르간과 바이올린, 비올라를 배웠고 작곡 공부도 병행했다. 졸업 후 21세가 되던 해에는 체코 가설극장(지금의 체코 국립극장) 오케스트라에 비올라 연주자로 입단했다.
그는 그곳에서 당시 음악감독이었던 체코 국민악파의 거장 베드르지흐 스메타나(1824∼1884)를 만나게 되고, 그의 권유로 작곡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32세가 되던 해에 안나 체르마코바와 결혼해 그 이듬해에 첫째 아들 오카타르를, 그리고 요세파와 루제나 두 딸을 연년생으로 얻었다. 하지만 이 시기 드보르자크의 삶은 매우 궁핍했다.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교회에서는 오르간을 연주하고 또 틈틈이 피아노 레슨과 결혼식에서 축주로 부수입을 얻어가며 살았지만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나갈 뿐이었다.
1875년, 마침내 출세의 길이 열렸다.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젊고 재능 있는 예술가에게 주는 장학금의 수혜자로 선발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때 심사위원이 독일의 거장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였다. 드보르자크의 재능에 감탄한 브람스는 그의 이름과 재능을 큰소리로 세상에 알렸다. 드보르자크에게는 탄탄대로가 열린 셈이었다. 당연히 살림살이도 나아졌고 이젠 세 자녀들을 경제적으로도 남부럽지 않게 키울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었다.
그러나 이때 모진 운명이 찾아왔다. 세 아이들이 차례로 모두 세상을 떠난 것이다. 둘째 요세파는 생후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고, 셋째 루제나는 겨우 생후 11개월 만에 성냥을 만들기 위해 병에 담아 놓은 화학약품을 마시고 참변을 당했다. 그리고 둘째를 잃은 지 겨우 4주 만에 첫째 아들 오카타르마저 천연두로 세상을 떠나고야 말았다.
한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과 슬픔, 세 자녀를 모두 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고통의 시기에 드보르자크는 예술로 자신의 영혼을 위로했다. 세 아이를 저 세상으로 보낸 뒤인 1880년, 그는 ‘집시의 노래’(Zigeunermelodien) Op.55라는 제목의 7곡으로 구성된 가곡집을 작곡했다. 특히 그중 네 번째 노래인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가 가장 아름답고 유명하다.
이 곡에서 당시 드보르자크의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캄캄한 절망 속, 한 자락의 기쁨이나 희망조차 없는 절벽의 끝자락에서 어머니를 추억하며 삶의 끈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쏟아야 했던 드보르자크의 마음을 말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늙으신 어머니가 자신에게 노래를 가르쳐주시며 눈물을 보이셨는데, 후에 자신도 자녀에게 이 노래를 가르칠 때 두 뺨에 눈물이 흐른다’는 내용의 노래로 1880년 드보르자크가 보헤미아 출신의 시인인 아돌프 헤이둑(1853∼1923)의 시에 체코의 민족적 선율을 연상시키는 음악을 입혀 완성한 가곡이다.
“이제는 가고 없는 옛날 그 시절/ 어머니가 나에게 이 노래를 가르쳐 주실 때
어머니의 눈가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네/ 이제 나의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네
각각의 마디마디 아름다운 선율들을 / 가끔 눈물이 내 뺨 위로 흘러내리네
그 눈물은 소중한 내 기억 속에 흐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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