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원, 반짝거린다[인터뷰]
반짝거린다. 뒤섞여있어도 톡 도드라진다. 데뷔 3년 만에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배우 노재원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그를 주목하라.
“요즘은 꿈만 같아요. 배우로서 꼭 이런 일들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믿음을 갖고 지금까지 열심히 연기를 해왔는데, 진짜 이뤄지니 신기하더라고요. 그럼에도 아직 갈길이 멀기 때문에 들뜨지 않고 계속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 감사하게도 연기가 더 재밌어지고 있고요.”
2020년 단편 ‘드라이빙 스쿨’로 데뷔한 노재원은 ‘서울독립영화제2021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에서 1등을 수상한 뒤, ‘한비’, ‘힘찬이는 자라서’, ‘아빠는 외계인’ ‘윤시내가 사라졌다’ ‘동감’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영화 ‘세기말의 사랑’ 드라마 ‘삼식이 삼촌’ 등 차기작들도 연이어 대중을 만날 채비를 맞췄다.
최근 ‘스포츠경향’이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서 만난 그에게선 멋진 작품들에 참여하는 행복감이 가득 묻어났다. 연신 ‘감사한 요즘’이라고 말하던 그는 기대감 찬 눈으로 다양한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중학생 때 본 드라마 NG 퍼레이드에 매료, 배우될 결심 했죠”
처음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건 중학생 시절이었다. 우연히 KBS2 ‘꽃 찾으러 왔단다’(2007)란 드라마 마지막회에서 NG 퍼레이드를 보며 ‘배우란 저런 거구나’란 걸 뜨겁게 느꼈다고.
“저런 직업을 갖는다면 정말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땐 제가 외향적이고 장난꾸러기라 연기를 하면 잘하겠다 싶어 예고에 진학했고요. 그런데 입시에 낙방해 4수를 했어요. 시작부터 실패하니까 배우가 되고 싶은 갈망이 더 커지더라고요. ‘이렇게 떨어지는데 왜 연영과를 가려고 4수나 하지?’라고 물어보면 결국 ‘연기가 재밌어서’라는 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실패를 겪으면서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갈증이 더 커졌어요.”
중앙대 연영과에 들어가면서 배우로서 시야가 더 넓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입시란 제도에서 벗어나니 연기가 더 유연해지더라고요. 학교가 좋은 건 동료들과 여러가지 시도하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점이잖아요? 정말 치열하고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에만 골몰하던 행복한 시기였고요.”
또 하나의 깨달음도 얻었다.
“배우로서 부족한 점을 마주하면 그것만큼 마음이 힘든 게 없거든요. 나도 모르게 속으론 내가 가장 특별해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걸 내려놓으니 오히려 연기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더라고요. 저에게 친구이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할머니가 제게 그랬거든요? ‘넌 내가 아는데, 전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배우가 될 거야’라고요. 곰곰이 되새겨보니, 전 행복해지려고 시작했던 연기였는데 어느 순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작품 안에 존재하더라고요. 아, 그래서 더 솔직해져야겠다 싶었어요. 내 모습을 덕지덕지 꾸미는 것보단 투명하게 날 보여줘야지, 그래야 더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친구와 동료 선물해준 ‘윤시내가 사라졌다’, 많은 걸 얻었어요”
첫 장편 영화인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 그는 윤시내 모창가수 ‘준옥’으로 분해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 덕분에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다.
“정말 많은 것을 얻은 작품이에요. 첫 장편영화라 촬영 당시엔 긴장도 많이 하고 위축되기도 했거든요. 그런 제 모습을 스스로 좀 미워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미운 얼굴도 그때만 볼 수 있는 소중한 제 모습이더라고요. 그런 미운 얼굴도 사람들이 사랑해주는구나를 느꼈고요. 또 친구와 동료들도 얻었어요. 김진화 감독부터 오민애 선배, 이주영 등 여러 배우들과 진짜 친구가 되었어요. 그리고 꿈을 위해 자기 방식대로 노래하는 ‘준옥’을 연기하면서, 나 역시도 그처럼 연기를 해나가야겠다는 다짐도 했고요.”
그에게 연기는 이제 ‘궁금하고 기대되는 존재’라고 했다.
“내 안에 또 얼마나 다른 내가 있을까 궁금해져요. 순간순간 제게 감춰진 모습을 발견하고 싶고요. 수많은 재료를 잘 가꾸고 싶다는 생각도 하죠. 재료들을 잘 가꿔놔야만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을 때 무궁무진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앞으로 다가올 제 인물들을 위해 더 노력하고 싶어요.”
지금까진 ‘나’를 위해 연기했다면 이젠 ‘남’을 위해 연기하고 싶다는 그다.
“그동안 남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었고, 가족들에게 소홀할 떄도 있었어요. 연기적 야망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어보기도 했고요. 이젠 그런 야망은 내려놓고, 남을 위해 연기하고 싶다는 신념을 지키고 싶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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