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 추진선·잠수로봇… 친환경 기술로 ‘미래 바다’ 선점한다[위기극복, R&D로 돌파구 찾는다]

이근홍 기자 2023. 5. 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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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극복, R&D로 돌파구 찾는다 - (19) HMM
고효율선박 도입·항로 최적화로
11년새 탄소배출 절반이상 줄여
佛 ESG기관서 2년째 ‘골드등급’
친환경컨테이너선 9척 계약하고
폐로프를 나일론 원료로 재활용
업계 최초 ‘2050탄소중립’ 순항
HMM은 고효율의 초대형선을 도입하고 저효율 선박 비중을 줄여가며 선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HMM 제공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친환경 경쟁력을 앞세워 미래 바다 선점에 나섰다. 해운업계의 패러다임이 더 큰 배를 만들어 많은 화물을 실어나르는 ‘규모의 경쟁’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친환경 경쟁’으로 바뀐 만큼 메탄올 추진선 발주,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HMM은 국내 해운사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했다. 선박의 정속 운항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그린 오퍼레이션(Green Operation)’, 친환경 고효율 기술인 ESD(Energy Saving Device)를 선박에 적용하는 ‘그린 테크(Green Tech)’,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를 충족하는 우수한 선박을 확보·개조하는 ‘그린 디자인(Green Design)’, 2030년까지 저탄소·무탄소 선박 신조를 검토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그린 에너지(Green Energy)’가 핵심 전략이다. HMM은 이미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 설치율 1위, 해양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조기 설치, 잠수로봇 도입 등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HMM은 친환경선 도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HMM은 지난 2월 90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9척을 도입하기 위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모두 메탄올을 주연료로 하는 선박으로, 친환경 선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작을 알린 것이다. 메탄올은 벙커C유 등 기존 화석 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도 가능해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해운업계에서는 메탄올과 LNG, 암모니아, 수소 등 다양한 차세대 친환경 연료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HMM은 탄소 배출 저감 부문에서 이미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HMM은 친환경 선박 도입 등으로 선대 운영을 효율화한 결과, 11년 새 탄소 배출량을 절반 넘게 줄였다고 밝혔다. 1TEU를 1㎞ 이동시킬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2010년 68.7g에서 2021년 29.05g으로 57.7% 감축됐다는 설명이다. 같은 기간 컨테이너 선복량은 33만7407TEU에서 75만5209TEU로 2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TEU당 탄소 배출량은 2분의 1 이하로 줄었다.

김경배(오른쪽 두 번째) HMM 사장이 지난 2월 ‘친환경선박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MM 제공

HMM은 해운업계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에 따라 고효율 초대형선을 도입하는 등 선대 에너지 효율을 높여 왔다. 기존 선대에 대해서는 선체 저항을 줄이기 위해 프리미엄 방오도료를 도입했고, 구상선수(수면 아래에 있는 선수 하단부가 둥근 공처럼 부풀어 오른 형태)를 운항 선속에 적합한 형태로 변경했다. 또 항로, 속도, 화물 적재 등을 최적화하는 운항 기술도 개발했다. 2015년에는 에너지 효율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고, 2020년 국내 최초로 선박종합상황실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운항 효율을 분석했다.

HMM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은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HMM은 지난 3월 프랑스 소재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기관 에코바디스의 ESG 평가에서 2년 연속 골드(Gold) 등급을 획득했다. HMM은 환경부문에서 전년 대비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HMM은 노르웨이 컨테이너운임 분석업체인 제네타의 ‘2022년 4분기 탄소배출지수(CEI) 조사’에서 동아시아-미 서안 구간 최우수 선사로 선정됐다. 제네타는 스웨덴의 해양산업 분석업체인 마린 벤치마크와 함께 정기선사들의 CEI를 매년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다. HMM의 CEI는 70.2로 15개 선사의 평균치인 96.2보다 27%나 낮았다. 제네타는 “HMM은 시장 평균보다 높은 적재율을 기록하면서도 더 적은 탄소를 배출했다”고 평가했다. HMM은 지난해 한국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2022 상장기업 ESG 평가 및 등급’에서도 종합평가 A등급을 획득했다.

HMM의 친환경 경쟁력은 사업 외적인 면에서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HMM은 지난 2월 국내 해운사 중 처음으로 선박에서 발생하는 폐로프를 재활용해 양질의 나일론 원료로 생산하는 순환체계를 구축했다. HMM에서는 연간 약 20t의 폐계선줄이 발생하고 있는데 중량 기준으로 약 80∼90%가 재활용될 예정이다. HMM 관계자는 “친환경 정책은 글로벌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가치”라며 “앞으로도 친환경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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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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