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없는 아파트 원했는데 붕괴…무대응에 더 실망"
입주예정자들 "입닫은 LH와 GS…책임 떠넘기는 모습도"
LH 첫 프리미엄 아파트였는데 안전사고…원희룡 "위법 발견 시 각오하라"
GS건설도 '엎친 데 덮친 격'…"설계 단계 문제 가능성"
"건설현장 관계자분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하자없는 튼튼한 아파트로 만들어주세요"
3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아파트 공사현장에 부착된 현수막 문구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쯤 지하 주차장 1~2층의 상부 구조물이 무너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무너진 지점 상부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공사를 발주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무너진 구조물의 면적이 970㎡에 이르는 데다 붕괴된 구조물의 공사가 이미 지난해에 마무리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전날부터 모든 공사를 중단했다. 시행사인 GS건설은 사고 현장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공사현장 통제하고 있다. 결국 LH는 사고 지점과 아파트 전체 구조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인근 주민들도 사고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했다. 사고 현장 인근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40대·여)은 "사고가 난 아파트 공사현장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다"며 "사고 현장이 복구되고 입주가 이뤄진다고 해도 아이들이 방과후에 그 아파트 놀이터에서 논다고 하면 걱정이 앞설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근 아파트 거주민(40대·여) 역시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해당 아파트 입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너무 많은 불안을 가져다 준 사고"라고 강조했다.
입주예정자 "입닫은 LH와 GS…책임 떠넘기는 모습도"
피해 당사자인 입주예정자들은 LH와 GS건설 측이 사고를 쉬쉬하고 은폐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고는 발주처나 시행사 측이 아닌 사고 발생 이튿날 공사현장 인근 고층 아파트 주민이 파손된 구조물을 발견하고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더군나 사고 사흘 뒤인 지난 2일 오전 관할 광역지자체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사고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도 발주처인 LH는 사고현황판조차 마련하지 못할 만큼 사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혜민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반년 뒤 이사할 집의 어린이 놀이터가 무너졌는데 입주예정자들은 뉴스를 보고야 알았다"며 "사고 현장까지 찾아왔는데도 시행사와 발주처는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데다 책임도 서로 떠넘기는 모습이어서 실망이 크다"고 토로했다.
정 회장은 "입주예정자들은 이사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 사고로 입주 시기도 불투명해졌다"며 "입주예정자들의 의견을 모아 조만간 입장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LH 첫 프리미엄 아파트였는데 안전사고…원희룡 "위법 발견 시 각오하라"
발주처인 LH도 이번 사건으로 고민에 빠졌다. 애초 이 아파트는 LH가 공공분양 아파트에만 적용하기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 명칭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민간 아파트와 견줄만한 품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새 브랜드를 출시하려 했는데, 아파트를 다 짓기도 전에 안전 사고가 발생해 체면을 구겼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현장을 찾은 건 이같은 맥락에서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무너진 구조물은 수평기둥인 보(Beam)없이 바닥과 기둥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무량판구조' 공법이 적용됐는데, 지난해 11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에서도 이 공법을 적용한 건물이 무너졌다.
전날 직접 현장을 둘러본 원 장관은 "지난해 1월 광주에서 발생한 후진적 건설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며 "관계기관 합동 점검과 함께 불법 하도급 관련 조사를 벌여 위법 행위가 드러난다면 발주청인 LH와 시공사인 GS건설 모두 무거운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 장관은 "건설사가 소비자에게 완성품만 넘겨주고 돈만 받아 가면 끝이고, 위험 요소와 품질에 소홀히 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회사명과 브랜드 뒤에 국민들에게 숨기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있는지 직권으로 철저히 들여다보고 파헤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GS건설도 '엎친 데 덮친 격'…"설계 단계 문제 가능성"
GS건설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최근 서울역 인근에 짓고 있던 아파트의 외벽이 갈라져 정밀 검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시공하던 아파트의 구조물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지하주차장에 적용된 '무량판구조'는 설계와 시공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구조다. GS건설의 시공 능력과도 직결된다. 게다가 사고 구간이 지난해 7월 공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불량자재 사용 등의 의혹도 받는다.
GS건설은 시공 단계에 앞선 설계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 철근의 배근량이 적었거나, 하중 계산에서 미비점이 있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이번에 어린이 놀이터가 무너진 곳은 인천 검단 AA13-1·2BL 건설공사 현장이다. LH가 발주하고 GS건설과 동부건설, 대보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시공 중이었다. 공공분양 당시 1순위 청약률이 42.8대1에 달했던 이 아파트는 총 1666가구로, 오는 12월 입주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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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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