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처리 또 불발… 여·야 이견 못 좁혀

국토교통위원회가 지난 3일 법안소위를 열고 전세사기 대책 특별법 심사를 진행했지만 처리가 불발됐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제정안을 심사하기 위한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사진=뉴스1

여·야가 지난 3일 전세사기 대책 특별법을 재논의했으나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처리가 불발됐다.

지난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토법안소위원회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대책 특별법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여야는 지난 1일에도 소위에서 특별법 심사에 착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과 피해자 인정 요건 등이 쟁점 사안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당초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주는 대신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금융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는 방법을 주장해 왔다. 반면 야당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피해자 채권을 매입해 보증금을 먼저 구제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위 여당 간사를 맡고있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 소위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 안은 '국가가 전세 사기당한 보증금 일부를 직접 주는 것은 안 된다'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며 "다른 유사한 사기들로 돈을 못 받는 피해자들과 형평성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사인 간 거래에 국가가 직접 끼어들어 손해를 본 모든 사례에 다 보상해 준다는 것은 국가 원칙을 흔드는 것이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할 때 최대한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이 '우선 매수권'"이라고 말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입장은 실질적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여당 안이 저희 판단에는 충분치 않으니 보증금을 반환해 줄 수 있는 방안이나 그에 상응하는 방법을 찾아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법을 만드는 취지에 맞게 지원 대상을 넓히고 지원의 폭도 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피해자 지원안들이 추가로 제시됐다. 정부는 '피해임차인 경매 대행' 서비스 방안을 내놨다. 피해자들이 생업에 종사해야 해 바쁘거나 경·공매 경험이 드물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경·공매 작업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다. 서비스 제공의 주체나 서비스의 범위 등 세부 사항은 구체화 전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존재하는 소액보증금 우선변제 제도에 특례를 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인천 미추홀구 같은 경우 전세보증금 우선변제 기준이 8500만원인데 보증금이 8600만원, 9500만원이면 한 푼도 못 받는다"며 "소액보증금 우선변제제도에 특례를 둬 한 푼도 못 받는 경우도 보증금이 8500만원인 것으로 간주해 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도 검토해달라 정부에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맹성규 의원은 공청회를 열자고 주장했다. 맹 의원은 "피해자들과 공청회를 열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며 "정부가 준비한 안을 설명하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도 한번 진솔하게 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여부와 피해자 지원 방안에 대해서 여야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다만 특별법으로 지원할 피해자 범위를 확장하는 데에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정재 의원은 이날 법안소위가 끝난 뒤 "여야가 피해자를 좀 더 지원하고 제대로 지원하자는 대의명분에 대해서는 공감했다"며 "금·토·일 ·주말에도 계속 협의를 할 것이고 최대한 빨리 답을 도출해 다음 소위원회를 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염윤경 기자 yunky23@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