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적인 중단' 파월 발언에 의견 분분한 월가…시장은 위축
미 중앙은행(Fed)의 5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은 시장이 예상한 결과였다. 고용은 둔화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아직 목표치보다 높다. 은행 위기에 대한 시장의 불안은 꺼지지 않았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직전과 달리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뺀 것은 ‘긴축 사이클 중단’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향후 금리 인상을 재개할 가능성을 거론했고, 금리 인하는 이르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금리 인상 적절’ 문구 빠졌다
3일(현지시간) FOMC는 정례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정례회의 후 발표한 정책 결정문에서는 “현재 가계와 기업의 빡빡한 신용 여건이 경제에 부담을 줄 것 같다”고 밝혔다.
직전 회의인 3월 결정문에 있던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문구가 이번에 빠졌다. 대신 Fed는 “추가적인 정책이 적절한지 결정할 때” 경제 및 금융 상황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서술했다.
시장은 이를 금리 중단 신호로 받아들였다. Fed가 2006년과 2019년 긴축 사이클을 중단할 때에도 유사한 문구를 썼기 때문이다. 샘 스토발 CFRA 수석투자전략가는 “예상 대신 결정이란 단어를 사용한 FOMC 성명에서 Fed가 일시 중단 상태라는 걸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분석가는 “오늘 금리 인상이 (이번 사이클의)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Fed가 최소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파적 일시정지’한 파월
파월 의장은 정례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예상) 문구를 제거한 것은 의미있는 변화”라면서도 “금리 동결에 대한 결정은 오늘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 수요가 여전히 공급보다 많고, 인플레이션도 다소 둔화됐지만 목표치(2%)를 웃돈다”며 “더 큰 긴축 정책이 타당하다면 단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면서도 향후 경제 상황에 따라 긴축 사이클을 재개할 수 있다고 열어놓은 것이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닉 타마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Fed가 금리를 계속 올리려면 예상보다 강한 성장과 고용, 인플레이션의 징후를 봐야 할 것”이라고 썼다.
반면 금리 인하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파월 의장은 “FOMC는 물가가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그 예측이 맞다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we won't cut rates)”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는 0.8%, S&P500은 0.7% 떨어졌다. 나스닥은 0.46% 하락했다. CNBC는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인 여파로 해석했다.
미 국채 금리도 떨어졌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4%대에서 3.3%대로 10bp(1bp=0.01%) 가량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국채로 몰리면서 국채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국제유가는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5%대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은 이날 배럴당 70달러선이 깨졌다. 반면 금 값은 온스당 2037달러로 뛰었다.
○월가도 의견 분분
월스트리트의 반응은 엇갈린다. 제이 브라이슨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OMC가 ‘매파적 일시정지(hawkish pause)’를 예고했다”며 “인플레이션 위헙을 주의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마이클 가펜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긴축 사이클에서 최종 금리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은행 위기에 대해 “여건이 개선됐다”면서 “은행 시스템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리나 우루치 티.로이스프라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1년간 (Fed가 모니터링한 건) 인플레이션과 고용 증가 속도가 전부였지만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은행 스트레스와 신용 조건이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Fed가 현재의 은행 위기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이 우드 프리덤캐피털마켓의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파월 의장은 시장에 ‘모든 것이 명확하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지역은행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의 스콧 래드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은 Fed가 지역 은행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신용 조건 강화에 얼마나 중점을 둘지 알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리차드 클라리다 전 Fed 부의장은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중단’을 한 번 언급하면 시장은 인상 종료로 들을 것이고, 두 번 언급하면 시장은 ‘금리 인하’로 해석할 것”이라며 “그는 그의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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