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진, 박지성 역할은 이게 최선인가[김세훈의 스포츠IN]
박지성은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전력 강화 담당 이사 정도다. 조언자인 어드바이저로 전북과 인연을 맺은 박지성은 지난해 9월 책임자격인 테크니컬 디렉터로 재계약했다. 당시 전북은 “박지성은 테크니컬 디렉터로서 선수단 구성 총괄을 맡아 선수 평가와 선수 구성을 직접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성은 최근 2년 동안 적극적인 B팀 운영, A팀 선수 교체 등에 참여했다.
전북은 올해 세대교체에 방점을 두고 선수단을 크게 개편했다. 김보경 등 나이가 든 선수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팀을 떠났다. 대신 상대적으로 젊은 뉴페이스들이 영입됐다. 폭풍영입이라고 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이 과정에서 골키퍼 1, 2번(3번은 입대)이 모두 팀을 떠나는, 이해하기 힘든 일도 생겼다. 하지만 거의 모든 포지션에 최소한 준척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전북이 우승후보임을 부인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 전북은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하다. 표면적인 이유는 부상자 속출이다. 더블 스쿼드급 선수층도 무더기 부상자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신입 선수들이 많은데 부상자까지 늘어나니 조직력이 좋을 수 없었다. 전북은 지난해부터 선수단 숙소 생활을 사실상 없앴다. 미혼 선수들도 숙소 밖에서 생활한다. 모든 개인 생활에 대한 관리가 선수 책임이 된 것이다. 다른 몇몇 구단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어쨌든 전북의 경우에는 대규모 선수 교체에 이은 타이트한 주전경쟁, 리더십 불안 등과 맞물려 조직력이 떨어지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또다른 원인일 수도 있다.
전북 서포터스는 김상식 감독과 허병길 대표이사 동반 퇴진을 요구한다. 거취가 불안한 감독은 과도한 어필로 레드카드를 받아 최근 2경기 벤치도 지키지 못했다. 극도로 예민해진 선수들도 판정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다가 퇴장당했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면서 욕설로 추정되는 말을 내뱉는 장면도 TV에 그대로 노출됐다.
박지성은 디렉터 계약도 비상근이다. 국내에 머물고 있다면 비상근으로 일해도 큰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박지성은 선수 은퇴 후 영국에서 살고 있다. 이런저런 업무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찾는다. 박지성이 K리그를, 영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자주 봤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물론 전북에는 전력강화팀장이 있지만, 테크니컬 디렉터라면 현장을 계속 다녀야 하는 게 기본이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축구에서는 팀이 최우선이다. 팀이 흔들리면 구성원 전원이 한마음을 먹고 탈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전북에서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게 감독,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박지성 디렉터다. 박지성 디렉터는 대규모 선수 영입을 주도했고 계약 종료가 예상된 김 감독과 재계약도 이뤄냈다.
선수를 뽑는 것, 선수를 운영하는 것은 서로 별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한몸과 같다. 특히 팀이 큰 위기에 몰린 경우라면, 업무 영역을 따지기에 앞서 책임자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며 타개책을 궁리해야 한다. 박지성 본인도 전북이 부진한 책임에 대해서 자유롭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박지성은 전화 등으로 전북 구단과 의견은 주고받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비상근이라고 해도, 아무리 대단한 팀에서 엄청난 선수 생활을 한 박지성이라고 해도, 그걸로 테크니컬 디렉터 역할을 만족할 만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전북 팬들이 얼마나 될까.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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