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도나'로 16년 산 최정원…"'맘마미아'는 운명"
35년차 뮤지컬 배우 최정원(54).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후 출산 때를 제외하면 한 해도 공연을 거른 적 없다. 사람들은 묻는다. "쉬지 않고 일하면 힘들지 않아?" 최정원은 대답한다. "난 노래 안 하고 춤 안 추면 더 힘들어. 공연할 때 가장 행복하거든."
뮤지컬 '시카고' '프리다' '빌리 엘리어트' '고스트' '맘마미아!'. 수많은 출연작 중에서도 '맘마미아!'는 각별하다. 최정원은 2007년부터 16년간 '도나'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전 세계 최장수 '도나'다. 2019년 12월 8일 대구에서는 1천 회 공연을 돌파했다(현재 1040여 회). '도나' 역으로 2400회 출연한 아나 마리아 아구스티(스페인) 다음으로 공연 횟수가 많다.
최정원은 최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맘마미아!'는 운명 같은 작품이다. 딸에게 제가 죽으면 아바의 '댄싱퀸' 음악을 틀고 묘비에 '신나게 춤출 거야. 인생은 멋진 거야'를 새겨 달라고 했다"며 "걷기, 수영 등 운동과 식단 조절을 꾸준히 한 덕분에 요즘 체력과 컨디션이 최고다. 딱 2천 회까지만 하고 싶다"고 웃었다.
아바의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는 '도나'가 홀로 키운 딸 '소피'의 결혼식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담아냈다. "실제 딸을 키우다보니 실생활과 비슷한 상황이 많아 힘을 주지 않고 공연해요. 올해 25살 된 딸은 남편보다 친한 친구가 됐죠. 공연을 보고 '우리 엄마도 젊은 시절이 있었구나' 싶어 울었다네요."
최정원은 "아바 음악이 나오는 순간부터 무대에 빨리 나가고 싶다. 공연 끝나도 에너지가 넘친다. 하루에 5번 공연해도 끄떡없을 것 같다"고 웃었다. "사람처럼 작품도 알면 알수록 정이 생기고 더 알고 싶어져요. 2019년 공연 때보다 스스로 성장했다고 자부해요. 물 흐르듯 연기하는 건 이번 시즌이 처음이에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매일 '첫 공'인 것처럼 공연에 임하죠."
16년간 지켜 온 '도나' 역. 물론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최정원은 "2007년 첫 공연을 마치고 밤새 식은땀을 흘려 응급실에 실려갔다. 쓸개관에 담석 3개가 생겼다.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말을 안 듣고 진통제 맞으며 공연을 감행했다"며 "결국 시즌을 마무리하고 수술을 받으려 병원을 찾았는데 신기하게도 담석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2004년 '맘마미아!' 초연 때부터 참여한 건 아니다. 여기에도 뒷이야기가 있다. "당시 '맘마미아!' 오디션 제의를 받았을 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루시' 역으로 출연하고 있었죠. 그때 이미 딸이 있었지만 미혼 역할을 맡고 싶었어요. 돌이켜보면 '도나' 나이인 39살에 이 작품을 만나서 16년간 '도나'로 멋지게 살기 위한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었죠."
최정원은 "2006년 '미스 사이공'의 '엘렌'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불합격했다.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도나' 역 오디션 제안이 왔고 '완벽한 도나'라는 칭찬을 들으며 합격했다.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고 웃었다.
'도나'로 살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도 적잖다. 특히 '맘마미아!' 공연에서 '도나' 역을 맡았던 전 세계 배우들을 대표해 2008년 11월 스웨덴 말뫼 아레나 개관 기념 갈라 콘서트에 참석했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한다. "일부 노랫말은 한국어로 불렀죠.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6살 때 노래하고 춤추는 딸을 보며 행복해하는 엄마를 보고 뮤지컬 배우를 꿈꾼 최정원은 "'맘마미아!'는 모두 행복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적성에 맞는다"며 "좋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무대 위에서 발산한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채워진다"고 웃었다. "김연아, 박지성, 손흥민이 최고가 된 건 하루도 쉬지 않아서겠죠. 저 역시 하루라도 노래를 안 하고 춤을 안 추면 안 됩니다. 공연할 때 가장 행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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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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