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당뇨 치료·항염증제 이을 새 성장 동력은?
단기 전략 '도입 항암제 주력'·중장기 전략 '오픈이노베이션 활용 신약 출시'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중견 제약사 한독(002390)이 최근 들어 항암제 시장에 힘을 쏟고 있다. 한독은 그동안 당뇨 치료제와 외용소염진통제 시장에 주력해왔지만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선 것이다.
특히 한독은 2018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이익이 20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는 등 실적이 퀀텀점프할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독은 항암제시장의 후발주자인 만큼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골수성 백혈병 등의 희귀 항암제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한독은 단기적으로 도입 항암제, 중장기적으로 표적항암제 등의 신약 개발을 통해 시장을 잠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독은 지난해 말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빅시오스’에 대한 품목 허가를 받고 약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빅시오스는 글로벌 파머 재즈 파마슈티컬이 개발했고 한독이 국내 독점 판매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빅시오스는 이른바 ‘7+3요법(안트라사이클린 계열 약제를 3일간 투여하고 시타라빈을 7일간 투여하는 요법)’으로 불리며 1970년대부터 사용된 오래된 치료요법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빅시오스는 다우노루비신과 시타라빈을 1대 5 비율로 혼합한 리포좀 제형이다. 빅시오스는 골수에서 고농도로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정상세포보다 백혈병 세포에 선택적으로 흡수되어 항종양효과가 상승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빅시오스는 기존 요법과 비교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OS)이 9.6개월로 요법 투여군의 6개월보다 길게 나타났다. 빅시오스는 완전관해(CR, 암종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와 부분적 혈액학적 회복을 동반한 완전관해(CRi) 환자 비율도 기존 요법 투여군의 33%보다 높은 48%로 나타났다. 빅시오스의 안전성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는 아직 급여를 받지 않아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다. 한독은 연내 빅시오스의 보험 급여를 받아 출시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한독이 빅시오스의 보험 급여를 받아 출시할 경우 시장을 빠르게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시오스는 성인에서 새로 진단받은 치료 관련 급성 골수성 백혈병 또는 골수이형성증 관련 변화를 동반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된다. 빅시오스는 최초로 이 환자군 대상으로 치료제 허가를 받았다.
대한혈액학회 등에 따르면 급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성인의 급성 백혈병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최근 20년간 발병률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신규환자의 경우 한 해 1500~2000명이 발생하고 있다. 빅시오스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1억2700만달러(약 1600억원)를 기록했다.
한독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다국적 제약사 인사이트의 희귀암 치료제 간내 담관암 치료제 ‘페미가티닙(성분명, 해외 판매명 페마자이레)’의 품목 허가도 받았다. 페미가티닙은 간내 담관암 적응증에 미국 식품의약품(FDA)이 승인한 표적 치료제다. 페미가티닙은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1억7000만달러(약 2300억원)를 나타냈다.
한독은 식약처에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 타파시타맙(미국 판매명 몬주비·유럽 판매명 민주비)의 품목 허가도 신청했다. 타마시타맙은 레날리도마이드와 병용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타마시타맙은 미국과 유럽에서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이 불가한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성인 환자의 치료를 위해 승인 받았다. 타마시타맙의 미국시장 지난해 매출은 약 9500만달러(약 1300억원)를 기록했다.
우선 업계는 한독이 항암제 출시를 통해 올해 원개발사의 판권 회수에 따라 발생한 수백원대의 매출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독은 지난해까지 판매하던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 등의 판권이 올해부터 아스트라제네카에 회수됐다. 한독의 지난해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 매출액은 각각 145억원과 363억원을 기록했다. 두 제품 매출 합계는 500억원을 웃돈다.
한독은 올해부터 노바티스의 호흡기 제품인 온브리즈, 조터나, 에너제어, 어택트라 등 4종의 국내 판매도 맡은 만큼 항암제 출시와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한독은 신규 도입 제품을 비롯한 기존 주력 제품 성장세로 인해 희귀약 판권 회수에 따른 매출 공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담도암·이중항체 면역항암제 신약 개발도 진행
한독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용한 신약 개발로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신약은 담도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항암제(바이오신약) ‘HD-B001A’이다. HD-B001A는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 개발 중이며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담도암 글로벌 치료제 시장 규모는 11억6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로 추산된다. 담도암의 5년 생존율이 5~15% 수준으로 치료 수요가 많은 편이다.
한독은 에이비엘바이오와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 501·503’의 임상 1상도 진행하고 있다. 한독은 CMG제약과 표적항암제(합성신약) ‘HL5101’의 임상 1상도 진행하고 있다.
한독은 지난해 매출 5438억원, 영업이익 2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5176억원, 280억원)과 비교해 5%, 1.8% 증가한 수치다. 한독은 전체 매출에서 아마릴과 테넬리아 등 당뇨치료제와 케토톱 등 항염증제 매출 비중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한독은 매출 증가 폭이 큰 편이지만 영업이익은 2018년부터 5년 연속 200억원대 머무르고 있다.
한독 관계자는 “자사는 빅시오스 등 항암제를 계속해서 국내에 도입하고 추가 제품을 준비하며 항암제 비즈니스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혁신적 항암제인 만큼 자사 매출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준 (adoni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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