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바람+강력한 공급망, 한국은 해상풍력 최적지"

코펜하겐(덴마크)=권다희 기자 2023. 5. 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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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퀴노르 스테이나 바르게 글로벌 부유식 해상풍력 대표·하나 비귬 해상풍력 컨셉 리더
스테이나 바르게 에퀴노르 글로벌 부유식 해상풍력 대표(사진 왼쪽)와 하나 비귬 에퀴노르 해상풍력 컨셉 리더/사진=권다희 기자

"유럽의 북해만큼 강하지 않지만 한국의 바람은 평균적으로 꾸준히 불어 좋습니다. 바람·공급망·기술의 힘을 결합하는 게 (해상풍력단지 건설의) 핵심인데, 이 모든 걸 종합할 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역 중 하나입니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에서 글로벌 부유식 해상풍력을 총괄하는 스테이나 바르게 대표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해상풍력 입지로서의 한국을 이렇게 요약했다.

에퀴노르는 석유·가스 사업을 하는 동시에 해상풍력발전 개발에서도 전세계 핵심 기업 중 하나다. 특히 바다에 떠 있는 풍력단지인 '부유식' 발전 기술에서 앞서 있다. 한국에서도 울산 인근에서 두 곳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머니투데이는 세계 최대 풍력 박람회 윈드유럽이 열린 덴마크 코펜하겐 벨라센터에서 바르게 대표와 에퀴노르의 지속가능성 전략 총괄자인 하나 비귬 해상풍력 컨셉 리더를 만나 에퀴노르의 한국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세계 시장·정부 인사 약 1만5000여 명이 몰린 올해 윈드유럽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은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였다. 바로 이 때문에 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이 한국으로 향했다. 첫 대규모 부유식 단지가 어느 지역에 건설되느냐가 관심사였는데, 가능성이 높은 지역 중 하나로 한국이 꼽히면서다.

부유식 풍력은 해저 구조물이 필요한 고정식에 비해 먼 바다에 지을 수 있다. 따라서 어촌과 충돌이 적고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그러나 기술적 이유 등으로 상용화는 막 시작 단계다. 에퀴노르가 노르웨이에서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하이윈드 탐펜(88MW)이 현재 세계 최대 규모 부유식 해상 풍력단지로, 수백 메가와트(MW)급의 '상용화' 규모 부유식 단지는 아직 없다.에퀴노르가 한국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 반딧불이(800MW)가 세계 첫 상용화 규모 부유식 단지로 유력하다. 건설이 지연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바르게 대표는 부유식 해상풍력이 '미래 기술'로 불리는 것에 대해 "이미 상용화됐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준비가 됐다"며 "더 이상 데모(시범사업)를 할 필요 없고, 본격적인 상용화를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기술이 아니라 공급망이 걱정"이라며 " 대규모 단지 건설을 위해서는 공급망에서 혁신을 얻기 위해 규모가 필요하고, 목적에 맞는 제품 라인을 갖추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하며, 생산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공장을 짓는데 들어가는 시간 등 공급망 구축 과제를 풀어야 하는 시점이란 얘기다.

공급망은 에퀴노르가 한국을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입지로 낙점한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은 부유식 기술의 핵심 조건인 깊은 수심과 알맞은 풍질이라는 전제가 충족된 입지 중 가장 강력한 공급망을 갖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중공업·조선업의 기반이 있는 한국은 '핫스팟'"이라며 "에퀴노르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석유 및 가스 사업을 해와서 한국 기업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도 했다. 에퀴노르는 HD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과 석유·가스 프로젝트에서 협업한 경험이 있다.

2023년 5월 기준 세계 최대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노르웨이 하이윈드 탐펜/출처=에퀴노르


아울러 에퀴노르는 생물다양성 연구 등에서 갖고 있는 강점을 한국 프로젝트에서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어업과 해양 환경 보전에 강한 국가인 노르웨이의 기업인 만큼, 에퀴노르는 학계와 함께 고도의 환경 연구를 수행해 왔다. 2017년 가동을 시작한 세계 첫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하이윈드 스코틀랜드에서는 생물체가 바다에 흘리는 유전물질인 환경 DNA(eDNA)를 분석해 풍력단지가 인근 서식 어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하이윈드 탐펜에서는 풍력 발전기에 레이더를 달아 새가 풍력 터빈에 충돌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새의 움직임도 연구한다.

비귬 리더는 "스코틀랜드에서 최초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를 6년 동안 운영해 오며 광범위한 환경 영향 연구를 수행했다"며 "이 연구에서 나온 지식은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했다. 또 "이 데이터를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규제 기관에 정보를 제공하고 업계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한국에서 해양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얻은 기업이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 외에 에퀴노르는 더 높은 기준의 자체적인 사회영향평가도 실시한다. 비귬 리더는 "(진출 지역에) 긍정적인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올바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과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다양한 각도에서 지속가능성을 바라보고 있고, 재활용 같은 순환성이나 우리가 진출한 지역의 공급망 발전에 대한 기여 등도 우리에게 중요한 주제"라 했다.

※에퀴노르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전세계 30여개국에서 석유·가스·풍력·태양광 에너지 개발과 공급 사업을 한다. 유럽 최대 가스 공급 기업이며,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에서도 앞서 있다. 2021년 기준 에퀴노르가 낸 법인세가 노르웨이 정부 연 예산의 약 10%를 차지할만큼 노르웨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서유럽 최대 산유국의 국영 에너지 기업이지만 재생에너지 사업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8년 사명을 스타토일(Statoil)에서 에퀴노르로 변경했고, 지난해 5월 에너지 전환을 선언하며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12~16GW로 상향조정했다. 이 중 3분의 2를 해상풍력 발전으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GW대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운영 중이며, 10GW대의 해상풍력 단지를 개발 중이다. 2009년 세계 최초 부유식 해상풍력 시범 단지를 지었고, 2017년 최초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하이윈드 스코틀랜드(30MW)에 이어 지난해 말 노르웨이에서 최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하이윈드 탐펜(88MW) 가동을 시작했다.

코펜하겐(덴마크)=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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