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프티 빌보드 ‘핫 100’ 41위…새로운 흥행 공식

서정민 2023. 5. 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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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서 유행한 ‘큐피드’, 스포티파이 차트 급상승
그룹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것처럼 세계인들이 이 노래와 사랑에 빠졌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가 2일(현지시각) 공개된 이번주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41위에 올랐다. 피프티 피프티가 지난 2월24일 발표한 이 노래는 4월1일자 ‘핫 100’ 차트에 100위로 처음 진입한 이후 2주차 94위, 3주차 85위, 4주차 60위, 5주차 50위, 6주차 41위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차트에서 이들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거나 더 오래 머문 케이(K)팝 걸그룹은 블랙핑크(최고 13위, 8주 차트인)가 유일하다. ‘큐피드’의 글로벌 인기가 갈수록 치솟고 있어 새 기록을 세울 가능성도 높다. 데뷔한 지 다섯달 좀 넘은 신인 그룹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이들의 행보를 통해 새로운 케이팝 흥행 공식을 짚어봤다.

■ 케이팝 팬 아닌 이들을 사로잡아라

피프티 피프티는 중소기획사 어트랙트 소속이다. 와이지(YG), 하이브, 에스엠(SM) 같은 대형 기획사의 쟁쟁한 케이팝 그룹들과 경쟁하긴 버겁고, 국내 방송 등 홍보 활동도 여의치 않은 상황.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방탄소년단(BTS)도 데뷔 초기엔 중소기획사 소속으로 홍보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튜브, 에스엔에스(SNS) 등으로 글로벌 활동에 집중했다. 어트랙트 안성일 프로듀서는 “글로벌 시장도 이미 많은 케이팝 그룹들이 선점해 활동하고 있어 그 안에 안착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중소기획사로서 한계가 있다고 봤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택한 전략은 케이팝 팬이 아닌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 “미국 시장에서 케이팝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미만이라면 나머지 90%가 듣는 음악을 하자”는 것이었다. 외국 작곡가들이 만든 ‘큐피드’는 댄스음악 치고는 느린 템포에 유려하고 선명한 멜로디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2~3년 전 유행한 도자 캣의 ‘세이 소’, ‘키스 미 모어’와 비슷한 느낌의 디스코팝으로, 자극적 보컬 없이 우아하고 편안하게 불러 일상의 배경음악으로 좋다”고 평했다. 안 프로듀서는 “‘큐피드’가 아이돌 음악 같지 않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대로 밀고 갔다”며 “노래 자체의 좋은 멜로디와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고자 화려한 편곡을 자제하는 등 다른 요소들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말 버전과 영어 버전을 함께 발표한 것도 주효했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싱글 <더 비기닝: 큐피드> 표지. 어트랙트 제공

■ 틱톡에서 속도 높여 놀게 하라

어트랙트는 ‘큐피드’가 올 하반기에 글로벌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최근 워너뮤직 산하 워너레코드와 프로모션 계약을 맺는 등 일정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빨리 터졌다. 쇼트폼 영상 기반 에스엔에스 틱톡에서 갑자기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간 것이다. 틱톡에서 유행해야 뜬다는 건 공식처럼 굳어진 지 오래다. 2020년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걸그룹 드림노트도 최근 신곡 ‘레모네이드’ 댄스 챌린지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 보통 아티스트가 손수 올린 영상이 더 큰 관심을 받는다.

‘큐피드’는 좀 달랐다. 외국 틱톡 이용자가 영어 버전의 속도를 높여 올린 것이 빠르게 번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배경음악으로 활용했고, 이에 맞춰 춤을 추는 챌린지 영상도 올렸다. 재밌는 사실은 속도를 높인 ‘스페드 업’ 버전이 도화선이 됐다는 점이다. 속도를 높이면 1분 안팎의 짧은 영상에 넣기 좋고 춤추는 데도 딱이다. 목소리 톤도 높아져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요즘 팝 시장에선 스페드 업이 유행이다. 레이디 가가의 ‘블러디 메리’(2011)는 지난해 틱톡에 올라온 스페드 업 버전으로 11년 만에 차트 역주행에 성공했다. 시저는 지난해 말 발표한 ‘킬 빌’의 스페드 업 버전이 쇼트폼 콘텐츠로 인기를 얻자 아예 올 초 정식 음원으로 발표했다. 샘 스미스도 히트곡 ‘아임 낫 디 온리 원’(2014)을 스페드 업 버전으로 내놓았다. 국내에선 인디 음악인 김새녘이 지난해 국내 최초의 스페드 업 미니앨범 <새빛깔>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 차트를 디딤돌 삼아 롱런하라

틱톡에서 유행하면 원곡 소비도 늘어난다. 1분 안팎으론 성에 차지 않기 때문에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원곡을 찾아 듣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콘퍼런스에 참석한 배정현 틱톡 아시아 음악사업개발 총괄은 “2021년 틱톡에서 유행한 곡 중 175곡이 미국 내 ‘톱 100’에 들었다. 신곡과 구곡을 가리지 않고 틱톡에서 유행하는 노래가 스포티파이 차트에 진입하는 상관관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큐피드’는 3일 현재 스포티파이 ‘톱 50-글로벌’ 차트 4위, ‘톱 50-미국’ 차트 8위에 올랐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성적은 빌보드 차트에 비중 있게 반영된다.

가수 인지도가 아닌 노래 자체의 힘에다 자발적 바이럴이 더해졌다는 점에서 11년 전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비교되기도 한다. ‘강남스타일’은 중독성 강한 노래와 춤이 독창적인 비(B)급 정서의 뮤직비디오와 만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큰 인기를 끌며 빌보드 ‘핫 100’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가수의 인기가 노래 자체의 인기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후속곡들은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피프티 피프티도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가수 자체의 매력과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어트랙트 관계자는 “워너레코드와 손잡고 이제부터 미국 홍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한다”고 전했다.

피프티 피프티가 한 곡만 히트시키고 사라지는 ‘원 히트 원더’가 될지, 대세 ‘케이팝 스타’로 롱런할지는 지금부터에 달려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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