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이어주는 신성한 동물…'천마' 9년 만에 다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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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8월 경북 경주시 '황남동 155호분'에서는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발굴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나무살로 엮어 만든 바탕 판을 천으로 감싼 뒤 그 위에 천마 무늬를 새긴 금동 판을 덧대 만든 천마총 말다래, 금령총과 금관총에서 나온 천마 무늬 말다래 등이 함께 공개된다.
다만, 아쉽게도 천마 그림 말다래를 만나는 순간은 눈으로만 간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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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작가가 찍은 사진도 전시…두 마리 천마, 한 달씩 교대 전시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73년 8월 경북 경주시 '황남동 155호분'에서는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발굴 작업이 한창이었다.
무덤 주인의 부장품을 담아둔 나무 상자와 그 위에 놓인 마구(馬具·말을 타거나 부리는 데 쓰는 기구)류를 확인하던 조사단의 눈에 예사롭지 않은 무언가가 보였다.
겹겹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걷어낸 곳에서는 상상도 못 한 그림이 드러났다.
신비한 기운을 뿜으며 하늘을 달리는 그림 속 주인공은 신라의 시간에서 깨어난 천마(天馬)였다.
오래전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던 천마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천마, 다시 만나다'를 4일 개막한다.
지난 2014년 열린 '천마, 다시 날다' 전시 이후 또다시 천마총을 조명한 전시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관람객들은 입구에서 1973년 그날의 땀과 노력이 묻어나는 발굴 조사 현장 영상을 본 뒤, 천마총에서 출토된 국보 '천마총 금관'·'천마총 관모' 등을 촬영한 10여점의 사진 작품을 만나게 된다.
국내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꼽히는 구본창 작가가 찍은 사진은 '황금의 나라' 신라를 보여준다.
구 작가는 전시 소책자를 통해 공개한 작가의 말에서 "렌즈를 통해 1천500년 전 황금 유물을 가까이 볼 수 있었던 시간은 특별했으며 금관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충분히 증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진 '황금으로 꾸민 주인공을 만나다'는 실제 천마총 유물과 만나는 공간이다.
국보 '천마총 금제 허리띠'를 비롯해 무덤 주인의 왼쪽 허리춤에서 출토된 봉황 장식 고리자루큰칼, 팔찌, 반지, 귀걸이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푸른 빛이 돋보이는 보물 '천마총 유리잔', 유리구슬 목걸이 등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의 핵심은 천마도 실물을 볼 수 있는 '다시 만난 천마의 이야기' 부분이다.
천마총의 대표 유물인 천마 그림 말다래(장니·障泥)는 이번 전시를 통해 약 9년 만에 수장고를 벗어나 바깥나들이를 한다.
관람객들은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겹 겹쳐 만든 직사각형 판 위에 그려진 하얀색 천마를 눈에 담으면서 5∼6세기 신라와 화려했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오랜 세월에도 그 색을 잃지 않은 천마를 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박물관 관계자는 귀띔했다.
특히 전시에서는 위아래 2점이 겹쳐서 출토된 천마 그림 말다래를 모두 볼 수 있다.
대중에 잘 알려진 아래쪽 말다래는 6월 11일까지, 위에 얹혀 있어 먼저 발견됐지만 상대적으로 손상이 심했던 말다래는 6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또 다른' 천마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대나무살로 엮어 만든 바탕 판을 천으로 감싼 뒤 그 위에 천마 무늬를 새긴 금동 판을 덧대 만든 천마총 말다래, 금령총과 금관총에서 나온 천마 무늬 말다래 등이 함께 공개된다.
천마 그림 말다래까지 포함하면 천마총, 금령총, 금관총에서 나온 총 4점의 '천마'가 모이는 셈이다.
박물관 측은 "보존 처리를 통해 천마총의 (금동 판) 말다래에서 또 다른 천마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금령총과 금관총에도 비슷한 유물이 있음을 알게 됐다"며 "천마가 신라인의 뇌리에 널리 자리 잡은 신성한 동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쉽게도 천마 그림 말다래를 만나는 순간은 눈으로만 간직해야 한다.
1천500년 세월을 간직한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3부 전시 공간에서는 사진 촬영이 제한될 예정이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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