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A 올해도 개장휴업? "빅딜은 어렵다" [biz플러스]
현금흐름, 글로벌규제, 금리 등 삼중고
삼성 경영전략상 국내 딜은 하지 않을수도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개점휴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년 이내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단행해 기존산업과 신규산업에서 주도적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 성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재계와 시장에서는 삼성이 연내 시장 판도를 뒤집어 놓을만한 '빅딜'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불과 2년 사이에 반도체 등 핵심산업에 대한 M&A 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져서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글로벌 규제와 회사 현금흐름, 금리, 환율 등 모든 측면에서 해외 유력기업을 사오는 식의 대형 딜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당장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막대한 보유 현금의 벽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현금흐름을 보면 올 1분기 기준 순현금(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 등에서 차입금을 제외한 자금)은 98조2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07조8400억 원) 대비 10조 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1분기 반도체부문(DS) 대규모 적자 등에 따라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6조2900억 원 유입되는데 그쳐 전년(10조4500억원) 대비 40% 가량 감소한 탓이다.
반면 시설투자 등에 따른 유형자산 증가액은 13조2400억 원에 달해 전년(8조7100억원)보다 더 늘어났다. 만약 2분기 전사 영업이익이 적자를 낼 경우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시설투자와 배당금을 뺀 잉여현금흐름(FCF)도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금같은 적자가 이어지더라도 향후 3개 분기까지는 시설투자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 수십조 원 규모의 빅딜은 현실적으로 리스크가 크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환율, 금리 등 금융환경도 문제다. 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달러 당 1336.90원으로 슬금슬금 1400원 고지에 또 다시 접근하고 있다. 해외 M&A는 인수 대금을 달러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원화값 하락) 국내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강달러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크게 나타나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3일 기준 101.7 선으로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원달러 환율과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원화 흐름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판단과 별개로 한국 경제 펀더멘털의 약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같은 흐름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와있는 금리도 대규모 투자에는 불리한 요인이다. 아무리 현금이 많아도 M&A 과정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자금 차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눈에 보이는 외형적 요인 외에 걸림돌은 따로 있다. 반도체, 바이오 등 일명 미래 핵심산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이다. 특히 반도체 유관 기업의 경우 각국 정부로부터 매각 승인을 얻어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최근 반도체 업계의 분위기다. 과거 삼성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이나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업체 NXP 등과 인수 협상을 벌이다가 밸류에이션 눈높이 차를 극복하지 못해 무산됐었는데, 현재는 설령 가격에 합의해도 합병 심사 문턱을 넘기 힘들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같은 측면을 종합해보면 결국 삼성이 M&A를 단행하더라도 국내 기업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삼성 지분 투자 이후 최종적으로는 자회사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대표적인 후보다. 이밖에 최근에는 일부 반도체 부품·장비사들이 삼성의 M&A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이같은 시각은 삼성의 사업 생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추측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삼성은 부품사 또는 하청업체의 지분 일부를 사들이면서 가격 협상력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을 구사해왔지 이들을 아예 자회사로 만드는 것은 삼성의 전통적인 경영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이 지분 투자를 진행한 동진세미캠(포토레지스트), 에프에스티(EUV 펠리클) 등이 모두 이런 사례다.
실제 삼성의 마지막 빅딜이었던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삼성 내부에서는 "하만도 일종의 하청업체인데 이 회사를 사들이는 바람에 다른 하청업체들과 기술 교류 등이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의 M&A를 이끄는 인물들도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삼성은 과거 대형 딜의 경우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했다. 지금은 미전실의 역할을 일부 이어 받은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이 역할을 맡고 있다. 정현호 부회장과 임병일 부사장, 구자천 상무 등이 TF 내에서 M&A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DX부문 산하 신사업TF도 신성장사업과 관련한 매물을 물밑에서 찾고 있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만 여행서 여친 숨지자 짐부터 한국 보낸 남친…'죽였냐' 묻자 '침묵'
- 명예교수님이?…서울대 구내식당서 시비 붙은 학생 폭행 혐의 입건
- '수도권 120㎜ 퍼붓는다'…어린이날 연휴 전국 '비폭탄'
- 日 유명 개그맨, 망원시장서 '위생 테러'…침 묻은 꼬치로 닭강정 쿡
- '아줌마!' 부르다 살인난다…여성 분노케 하는 '그 말' [이슈, 풀어주리]
- '돈 맡겨, 아주 종교야' 임창정…美골프장 계약에도 동행 의혹
- '해외직구 결제 639,900원'…보이스피싱 그놈 '미끼'였다
- 아내 살해 후 한 살 딸과 투신…일가족 3명 사망
- 인터넷 중고 거래 주의보…20대 사기범에 167명 당했다
- '중학생 시조카 어린이날 선물 챙기라는 시누이…이게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