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SSUE]직설-직언-비판 구조 갖춰도…정몽규 회장 열린 자세 없으면 '무의미'

이성필 기자 2023. 5. 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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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3일 신임 이사진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3일 신임 이사진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신문로, 이성필 기자] "제대로 말을 할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할 것 같습니다."

전면 쇄신을 통한 소통 구조 구축을 강조하며 신임 부회장, 분과위원장, 이사진을 선임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의지는 통할까.

정 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는 2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기존 이사회 구성 중 7명은 연속성을 강조하며 유임했고 나머지는 모두 새로운 인물로 선임했다.

그동안 이사회는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비판과 마주했다. 안건을 올려도 찬반을 다 정해 놓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니까 누구도 말을 쉽게 꺼내기 어려웠다. 실제 한 전임 이사는 축구협회 실무 직원에게 "(이사회가) 이런 분위기냐"라며 경직되고 일방통행인 구조에 의아함을 표현하며 되물었을 정도라고 한다.

▲ 정몽규 회장은 소통을 강조하며 홍보 등 언로 구축에 열을 올렸다. ⓒ연합뉴스
▲ 정몽규 회장은 소통을 강조하며 홍보 등 언로 구축에 열을 올렸다. ⓒ연합뉴스

결국은 축구협회가 추구하는 정책에 대해 무조건 적인 '예스(Yes)'나 '노(No)'가 아니라 "왜 그래야 하는 건가"라는 물음이 필요하다. 지난 3월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벌어진 이사회에서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앞세워 승부 조작범을 포함한 100명의 사면안이 갑자기 올라와 통과됐던 것 자체가 의아함 그 자체였다.

정 회장은 쓴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평소 축구협회 정책에 대해 가감 없이 비판했던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이나 '야인'으로 불렸던 장외룡 전 충칭 리판(중국) 감독의 부회장, 위원석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의 이사 선임 의미가 있다.

한 위원은 언론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비상근직이기는 하지만, 부회장이라는 무게감이 주는 것을 고려하면 정 회장에게 편하게 직언 가능한 위치에 있다. 같은 무게의 위 전 편집국장은 현역 시절 누구보다 축구계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았고 기사와 칼럼을 통해서도 냉철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장 감독 역시 평생을 축구 전술 연구나 구조 발전이라는 노력에 집중하면서 한국 축구 환경에 대한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각 시도축구협회 대표로 부회장에 유임된 이석재 경기도 축구협회 회장은 차기 회장 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런 배경을 떠나 시도축구협회장들이 쌓아 놓은 불만이나 문제점들을 모아 건의 또는 지적하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정 회장이 사심 없이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이사진 중에서는 프로선수협의회(FIFPRO) 소속의 이근호(대구FC), 지소연(수원FC 위민) 남녀 회장도 보인다. 베테랑 이근호는 평소에도 주장단 모임의 일원으로 프로축구연맹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지소연도 여자 A대표팀의 처우 개선을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요구하며 축구협회를 압박했던 직설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다만, FIFPRO는 프로축구연맹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단체가 아니다. 선수들을 대표하는 대표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염기훈(수원 삼성)이 대표격이었던 프로연맹 산하 주장단 모임의 주장이자 선수 위원으로 활동해 주로 이 창구를 통해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정 회장의 발표 직후 프로연맹에 이들 단체를 축구협회가 인정한 것처럼 됐으니 공식 인정하느냐는 물음에 "오늘 확인했기에 확인이 필요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승부 조작 사면을 의결한 대한축구협회 이사회 ⓒ대한축구협회

신임 이사진 중 한 명은 익명을 전제로 스포티비뉴스에 "결국은 이사회 소집이 되면 얼마나 활발한 의견 교류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이사회도 사면 건은 당일에 안건을 알게 되는 등 폐쇄성이 있지 않았나. 예를 들어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말을 하는 분위기만 만들어진다면 눈치를 보지 않을 것 같다"라며 치열한 논의의 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했다.

이런 문제를 의식했는지 정 회장은 "우리나라는 토론 문화가 상당히 힘들다. 회의 때도 지명하기 전에는 토론하지 않는다"라며 앞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또, "다양한 분을 초빙한 것은 같은 생각보다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토의에 참여했으면 해서다. 이런 분들을 모신 이유는 생각을 듣기 위함이다. 당연히 의견을 듣고 많이 반영하겠다"라며 열린 자세를 예고했다.

많은 의견이 쏟아지기를 기대하는 만큼 정 회장도 정리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차기 회장 선거 출마 여부에 "아직 거기까지 생각 못 했지만, 지금 임기를 충실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현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이사진은 물론 내부 직원들의 의견도 겸허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정 회장이 제대로 귀를 열고 정책 선택을 해야 남은 1년 8개월의 시간도 순탄하게 흐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사면론에서 맞았던 비판 이상으로 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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