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윤 대통령 "맥주나 한잔" 발언에 한겨레 "국민 앞 예의 아니다"
대통령실의 여당 공천개입 의혹 '꼬리 자르기'?…민주당 '돈봉투 의혹' 적극 대처 촉구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한일 관계 옹호 발언'을 요구하며 공천 문제를 언급했다는 녹취가 MBC 보도로 공개된 가운데 꼬리 자르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이진복 정무수석이 공천개입 의혹을 부인한 가운데, 3일 국민의힘 윤리위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징계 심사 요청을 받아들여 긴급 회의를 열고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태 최고위원의 제주 4·3 발언 등을 사유로 징계 절차 중인 윤리위는 이번 녹취 사안을 기존 안건에 병합한다는 계획이다. 4일 주요 신문 대다수가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대통령실 공천개입 녹취, '꼬리 자르기' 우려
경향신문 <'태영호 손절'로 꼬리 자르나… 당 윤리위, 녹취건 징계 개시> 기사는 “김 대표가 대통령실 일정에 참석하기 때문이지만 태 최고위원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음성 녹취 사태 배경에는 대통령실 당무 개입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여권 분위기와 태 최고위원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상명하복 태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내에서는 대통령실 당무 개입을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를 두고 세계일보는 <[사설] '공천개입 녹취' 파문…대통령실 선거법 위반 개의치 않나>에서 “대통령실이 여당 최고위원에게 공천을 언급하며, 국정 홍보를 종용한 건 명백한 당무 개입 아닌가.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새 누리당 총선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는 사실을 벌써 잊었나”라며 “대통령실은 공천에 개입하고 싶은 유혹을 접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 공천 개입 의혹은 허풍이라는데 … 잘 안 믿기는 이유>는 “누가 뭐라 해도 이번 파문의 근저엔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진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 간 역학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파문을 건강한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지 못한다면 이런 일은 언제든 또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소통 낙제' 평가…1주년 기자회견 요구 이어져
한겨레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60%는 '1년간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을 했다고 보도했다. 분야별(8개) 평가 가운데 '반대 세력과도 소통, 포용하려는 노력'은 가장 낮은 긍정평가(28.1%)를 받았다. '한·미·일 관계 강화를 중심으로 한 외교 정책'(43.5%), '노동 정책'(40.9%)은 상대적으로 긍정평가가 높았다. '환경 및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노력'(36.5%), '이태원 참사 대처 및 안전한 사회를 위한 노력'(36.3%), '실질적 성평등 사회를 위한 노력'(35.3%) 분야는 국정운영 긍정평가와 비슷한 수치였다. 이를 두고 윤 정부가 특별히 정책적으로 한 게 없어서 이슈가 발생하지 않아 부정평가가 나오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한 이번 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1011명에게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다.
윤 대통령의 '소통'이 미진하다는 지적은 언론 매체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2일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한 우려가 일례다. 당시 그는 “여러분과 이렇게 맥주나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기자간담회면 모르겠는데,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국내 언론과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다. 국내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는 지난 1월 조선일보가 유일하다. 해외 순방을 앞두고 관련 국가 또는 영미권 언론과 대면 내지 서면 인터뷰 만을 진행하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 외국 언론만 찾는 대통령, 취임 1년 기자회견 하라>에서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고도 기자회견 없이 '맥주나 한잔하며' 간담회나 하는 게 국민 앞에 예의가 아니다”라며 “글로벌 중추국가 가운데 취임 1년간 기자회견을 한번밖에 안 한 나라가 대한민국 외에 또 어느 나라가 있는지 알고 싶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이유도 '국민 소통 강화'라 했는데, '도어스테핑'은 중단하고 기자회견도 없고, 어떤 소통을 하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은 기자회견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국민 앞에 설 수 있는 대통령을 바란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은 <[김창균 칼럼] 워싱턴의 '공감 윤석열', 서울서도 보고 싶다>에서 “윤 대통령은 워싱턴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우리와 마음이 맞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호평과 함께 국내 에서의 '윤석열표 소통'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몇 차례 말실수와 인사 실패에 대해 비판이 일자 대통령은 감정 섞인 대응을 했다. 그리고 국민 시선을 피해 무대 뒤로 몸을 감췄다. 대통령의 접촉 반경도 좁혀지기 시작했다”며 “워싱턴에서 빛을 발했던 '공감 윤석열'의 모습을 서울에서도 보고 싶다. 수십 번 고쳐 쓴 원고로 미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 냈듯,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노력과 정성을 쏟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정부 들어 '세계언론자유지수' 하락
한국이 국경없는기자회(RSF)의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1년 사이 4계단 하락한 47위를 기록했다. RSF는 매년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해당 지수를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주요 일간지 중에선 경향신문, 한겨레, 세계일보가 이를 다뤘다.
경향신문은 “RSF는 한국에는 400개가 넘는 방송사와 600개가 넘는 일간지가 있는 풍부한 미디어 환경 이라고 평가했다. 정보의 자유에 관한 한국 법률도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봤다”면서도 “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의 고위 경영진 선임 과정에 정부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으로 봤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70위로 바닥을 찍은 뒤 문재인 정부(2018~2022년) 들어 41~43위를 유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차인 올해 다시 전년 대비 4단계 주저앉은 것”이라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美 정부 “언론인 지원 '기자 방패'에 900만달러 내겠다”>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한편 “미국 정부가 언론사의 소송 비용 등을 지원하는 기자 방패(Reporters Shield)라는 이름의 언론인 보호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900만 달러(약 12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RSF가 한국 언론사들이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 언론인 '온라인 괴롭힘' 피해에 대한 보호가 취약한 문제 등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윤관석·이성만 탈당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의 돈봉투 의혹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3일 자진 탈당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7일 이재명 대표에 이어 박광온 원내대표도 이날 “우리 당 모든 의원들을 대신해 다시 한 번 국민들께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다수 언론은 두 의원의 자진 탈당을 넘어선 실질적 쇄신을 민주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국민일보 <[사설] 탈당만으로는 돈봉투 의혹 해소도, 신뢰 회복도 어려울 것>는 “당을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하지만 여론에 떠밀린 탈당이라는 인상이 강하다”며 “민주당의 쇄신 움직임이 결론 없는 토론, 계파간세대결, 윤석열정부 비난에 그친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 '돈봉투 탈당' 은 쇄신 시작일 뿐, 민주당 환골탈태하라>는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초기부터 전면적 진상조사와 예외없이 책임을 묻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음에도 이제서야 공식 대응에 나선 셈”이라며 “이러한 늑장 대응은 송영길 대표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의원들을 출당조치하고 무죄 판단 후에 복당시킨 사례와도 비견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쇄신 없이 '돈 봉투 의혹' 탈당만으로 수습되겠나>에서 “민주당은 20여 명의 현역 의원이 돈 봉투 수수 명단에 오르내리는 상황을 지켜만 볼 게 아니라 공식 조사기구를 설치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마땅하다”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가 일상화한 상황에 민주당 지지율 역시 답보 상태인 건 거대 야당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강하다는 얘기다. 하루속히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책을 내놓지 않는 한 총선전략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건설노동자 분신 이후 이어지는 '노조 탄압' 논란
지난 2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건설노동자가 검찰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해 사망하면서 정부의 노조 탄압 기조와 낙인 찍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1면 <“먹고살려 노조 했는데…정치의 제물이 됐다”>, 3면 <경찰 “특진 50명” 내걸고, 정부 '건폭몰이' 맞장구쳤다> <노동단체, '노조 과잉수사' 인권위에 진정>, 10면 <노조활동 이유로 “공장 닫아라”…사측 일방적 직장폐쇄 '남발' 우려> 등을 통해 이 같은 흐름을 다뤘다. 한겨레는 6면 <노동자 분신에도 노조 때리는 정부…노동계 “총파업” 갈등 격화> <분신건설노동자, 야당에 유서 “구속된 이들 풀어달라” 호소> 등을 통해 노동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불구속 기소된 한상혁 위원장, '면직'도 검토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고위감점 의혹 관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정부가 면직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진다. TV조선 모회사인 조선일보는 1면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검토… “공무원법 중대한 위반”> 기사에서 “방통위 설치 운영법에 따라 방통위원 면직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국가 공무원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검토 결과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주 한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부의 한 위원장 면직 건에 대한 검토가 끝나면 윤 대통령은 다음주 중 면직안을 재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 위원장은 무죄 추정 원칙 등을 들어 면 직이 부당하다며 소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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