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이방치 원천봉쇄?…'오세훈표 키즈카페' 가 보니
돌봄서비스도 제공, 특화프로그램 운영 등이 민간과 차별점
"손자 둘이랑 몇 번 동네 키즈카페를 따라가봤다. 2-3시간 이용에 먹는 것까지 하니 몇 만 원이 금방 달아나더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손자들과 키즈카페를 다녀온 이후부터 큰 부담 없이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공형 키즈카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게 '서울형 키즈카페'. 공공기관의 공간을 활용해 현재 서울 시내에 8곳이 개설돼 운영 중이고, 올해 안에 100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종교시설이나 어린이집 등 다양한 공간을 서울형 키즈카페로 변모시키는 작업들이 진행 중이다.
아동 1인당 최소 10㎡ 공간을 확보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고, 보육교사가 의무 배치된다. 그러면서도 요금은 아동 1인과 보호자까지 2시간에 최대 3천원에 불과하다. 미취학 아동을 둔 부모라면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이다. 지난달 문을 연 광진구의 서울형 키즈카페, '꾸미팡팡 놀이터'를 직접 가 봤다.
'카페'가 없는 키즈카페
'꾸미팡팡'은 광진구 육아종합지원센터 3층에 자리잡고 있다. 이용료는 2천원이고 보호자 1인은 무료다. 보호자가 한명 더 오면 1천원을 추가로 받는다. 예약 확인을 하는 프런트를 지나 키즈카페로 들어서면 무엇보다 넓고 깨끗하다는 인상이 가장 먼저 와 닿았다.
그런데 내부를 둘러보니 키즈카페에 있어야 할 '카페'가 없었다. 음료 준비나 조리 시설도, 엄마 아빠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테이블이나 의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널찍한 놀이시설들이 아이들을 반길 뿐.
3살 아들을 데리고 온 한 아빠는 "탁 트여있어서 아이가 어디서 무엇을 하며 노는지 어디에서도 다 보이니까 좋다"면서 "카페 시설이 아이를 방치하고 수다나 떠는 공간으로 인식되는데 없는게 더 나은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
반면, 이날 처음으로 서울형 키즈카페를 찾았다는 6살 엄마는 "아이가 조금 크면 부모 없이 혼자서 놀이기구를 탐색도 하고 그러는데, 편의시설이 없는 점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자녀의 나이대에 따라 조금 생각이 다른 부분이 엿보였다.
엄마 아빠들이 앉아서 음료를 마시거나 아이들에게 간식거리를 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지 않은 것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키즈카페와 공존을 위한 조치다. 그 덕분인지 일각에서 지적하는 '아이 방치' 논란이 원천 봉쇄되는 점은 오세훈 표 키즈카페의 가장 큰 특징이 될 법하다.
광진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조성희 센터장은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이들과 함께 와서 어떻게 놀아주면 좋은지, 배치된 보육교사를 통해 상호작용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봄서비스도 신청 가능…회차당 최대 3명
보호자 동반이 필수지만 보육교사가 상시 배치돼 아이들의 안전을 감시하면서 동시에 놀이 보조도 한다는 점, 그리고 36개월 이상 아동의 경우 별도로 돌봄전담 교사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민간 키즈카페와는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면 추가로 2천원을 내야하는데, 돌봄 전담교사는 최대 3명까지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돼 있다.
꾸미팡팡을 찾은 날 돌봄 서비스 신청은 한 가정 뿐이었다. 베트남 국적의 다문화가정 엄마가 3살 아들을 데리고 왔다. 지인의 소개로 서울형 키즈카페를 알게 됐다는 이 엄마는 아이와 교사가 노는 것을 한동안 지켜본 뒤 안심한 듯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형 키즈카페는 '우리동네 키움포털'을 통해 1회 2시간 씩 하루 3회차 예약을 받는다.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1회차는 어린이집 등 기관 예약을 받고, 낮 1시부터 3시까지 2회차, 오후 3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3회차는 개인 예약을 받고 있었다.
3회차가 가장 인기가 좋아 예약 경쟁이 가장 치열하고, 토요일 일요일 등 주말에는 1-3회차까지 이미 한 달 예약이 다 꽉 차 있었다. 평일에도 3회차는 거의 자리가 없었고, 아이들 낮잠 시간이 있는 2회차가 그나마 예약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했다.
다만 예약이 꽉 차 있더라도 예약이 취소되거나 당일 현장에 오지 못하는 '노쇼'가 발생하는 경우,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예약 없이 갑자기 이용할 필요가 생겼을 때는 예약사이트나 직접 전화로 비는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한가지 이용 팁이라고 한다면, 급히 돌봄이 필요한 경우는 대개 평일 2회차의 경우 예약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 낮 시간인 2회차에 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뒤 긴급한 용무를 볼 수 있다.
연내 100곳 설치 목표
서울시가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각 서울형 키즈카페들이 독특한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꾸미팡팡 놀이터의 경우는 5월을 맞아 '그림책 세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과 연계된 포토존과 테마존 등을 꾸며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책을 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키즈카페를 찾은 부모들은 대부분 서울형 키즈카페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카페 시설은 없지만 이용료가 최대 3천원이라는 가격적인 잇점이나 놀이보조와 안전 관리, 특화된 프로그램 운영 등은 서울형 키즈카페가 갖고 있는 강점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100개의 서울형 키즈카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공공기관 활용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 아파트 단지나 종교시설의 공간이나 폐원한 어린이집 등 다양한 공간을 발굴 중이다.
시 관계자는 "시장 인근에 폐원한 어린이집을 활용해 전통시장과 연계한 서울형 키즈카페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 보다 다양한 형태의 키즈카페들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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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258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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