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태우고 간다"…라 대표 '시세조종' 인지 정황

<앵커>

주가 조작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라덕연 씨는 투자 설명회에 소수의 고액 투자자를 초대했습니다. 이들을 주가 조작의 공범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저희 SBS가 입수한 설명회 음성에는 라 씨가 '버스로 투자자를 태우고 간다'는 표현도 등장합니다. 일부 투자자는 주가 조작이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시점을 묻기도 했습니다.

고정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투자 설명회에서 라덕연 대표 발언을 들은 투자자들은 시세조종, 즉 주가조작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투자자 A : 시세조종 자체가요. 지금 배가 지금 가고 있어요. (라덕연) 대표님이랑 하나가 돼서요. 버스 대절해 다 태우고 간다고 아까 하셨잖아요.]

'버스를 태운다'는 표현은 온라인 게임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레벨이 낮은 유저가 레벨이 높은 유저 도움으로 손쉽게 초고속으로 레벨을 올린다는 뜻입니다.

자신들의 투자 수익이 라 대표 시세조종에서 나온다는 걸 충분히 인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시세조종이 수사에 쉽게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은 여러 차례 나옵니다.

[투자자 B : 핸드폰을 저 같은 경우도 이제 대표님한테 맡겨놓고 업무를 보는데, IP라든지 위치 추적하면 다 한 사무실에서 세팅된 게 다 있지 않습니까.]

주가조작 행위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지는지도 따져 묻습니다.

[투자자 C : 아까 기업이 3백 4백개 있다고 하셨는데, 그 정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럼 얼마나 보세요. 몇 년 정도나.]

시세조종이라는 걸 알면서도 투자했다면 손해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김정철/변호사 : 손해를 봤다 하더라도 범죄가 성립한 이후의 문제이고,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느냐 여부는 이 범죄 성립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설명회 참석 등을 통해 사전에 범죄를 인지한 정황이 비교적 명확한 투자자들의 경우 수사망을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고정현 기자yd@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