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칼럼] 달빛동맹?

김재근 선임기자 2023. 5. 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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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교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과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의 일이다.

대구경북신공항 12조 8000억원, 광주군공항은 6조 7000억원, 가덕도신공항 13조 7000억원으로 모두 33조2000억원이 소요된다.

대구-광주 고속철도는 동서화합과 낙후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고, 가덕도신공항도 포화상태의 김해공항을 대체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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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손잡고 특별법 잇단 제정
예타 무력화, 천문학적 예산 확보
나라 곳간 무시… 힘의 논리 횡행
김재근 선임기자

"달빛동맹요? 말은 그럴듯한데 두 지역이 담합해서 자기 동네 몫을 챙기자는 것 아닙니까?"

얼마 전 모 교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과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의 일이다. '달빛동맹'은 요즘 영호남 일부 정치인과 언론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다.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의 머릿글자를 딴 신조어이다.

그 교수는 20조원 가까이 들어가는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추진하게 됐다며 나라 곳간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한탄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천국제공항도 특별법 없이 건설했는데 영호남에서 공항 이야기만 나오면 전가의 보도처럼 특별법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까지 제정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들 3개 공항의 사업비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대구경북신공항 12조 8000억원, 광주군공항은 6조 7000억원, 가덕도신공항 13조 7000억원으로 모두 33조2000억원이 소요된다. 우리 국군의 숙원인 항공모함을 6척이나 건조할 수 있는 금액이다. 미국의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 가격이 45억달러(5조원)이니 말이다. 오죽했으면 윤모 전 의원이 "달빛동맹이 아니라 미래 세대 등골을 빼먹는 달 '빚' 결탁"이라고 쓴소리를 냈겠는가?

충청권 최대 국책사업인 행정중심복합도시 사업비가 22조 5000억원이다. 이중 국비가 8조 5000억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LH가 투자, 회수하는 것을 감안하면 3개 공항 건설비에 얼마나 많은 국비를 쏟아 붓게 되는 지 알 수 있다.

'달빛동맹'은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달빛고속철도 추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받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공동 목표이다. 대구와 광주시장이 지리산휴게소에서 만나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삼국시대 '나제동맹'을 보는 듯하다.

달빛동맹이 힘을 합해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굳이 시비할 뜻은 없다. 대구-광주 고속철도는 동서화합과 낙후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고, 가덕도신공항도 포화상태의 김해공항을 대체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천문학적 혈세를 투자해야 할 만큼 절박한 사업이고, 특별법을 만들어 예타까지 무시하고 추진할 만큼 국민들이 염원하느냐는 것이다. 특별법은 해당 사업이 불가역적이라는 뜻이다. 법률이 폐지되거나 개정되지 않는 한 무조건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예타가 면제된 사업이 꽤 있다. 고교 무상교육사업 4조 4411억원,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9조 6630억원이 예타를 거치지 않았다. 2019년에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교통, 물류, 환경, 의료 등 전국 23개 사업(24조 1000억원)의 예타를 면제했다. 전국적으로 전국민에게 두루 영향을 미치는 사업들이다.

국회를 통과한 올해 정부 본예산안이 638조 7000억원이다. 나라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세수도 증가했지만 넉넉한 살림살이는 아니다. 연구개발과 국방, 교육, 복지 등 각 분야에서 돈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일자리와 주거 등 젊은 세대와 인구절벽을 해결하기 위해 투자해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달빛동맹'을 보는 타지역의 입장도 미묘하고 착잡하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이 손잡고 수조원짜리 지역사업을 마구 밀어붙이는 것처럼 여긴다. 공교롭게도 이 지역 출신 정치인들이 여야의 실세들이다. 다른 지역은 예비타당성조사의 벽에 가로막혀 500억-수천억원짜리 사업도 좌절을 겪고 있는 데, 정치적 힘을 배경으로 '달빛'만 휘황찬란, 위무당당한 모양새다.

힘센 자들이 언제까지 얼마나 나라살림을 주무를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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