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파양숍

우세영 취재 1팀장

민법에서 입양과 파양은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입양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며, 양친(양부모)은 성년이어야 하고, 양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함께 입양해야 한다.

양친과 양자의 관계가 소멸되는 파양은 더욱 엄격하다. 협의를 통한 파양의 경우 양부모와 양자가 꼭 협의해야 하며, 재판을 통한 파양도 양부모의 양자 학대 또는 유기, 양자의 양부모에 대한 심히 부당한 대우 등으로 그 사유를 못박아 놓고 있다,

가족관계에서 입양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록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법률적으로 친부-친자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인간사회에는 오랜 관습과 규범, 도덕, 법률이 존재하지만 반려동물을 둘러싼 곳에는 아직 이런 게 없다. 반려동물을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주체로 여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인식과 제도도 미흡하다. 함께 생활하다 귀찮고 버거우면 학대하고 내버리기도 한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 아무런 대꾸나 저항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파양숍'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주인이 버리거나 파양한 반려동물을 교묘하게 거래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파양을 돕는 것처럼 하여 반려동물을 내놓은 사람에게는 '파양비'를, 데려가는 사람에게는 '분양비'를 받아 양쪽으로 돈을 챙긴다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312만 8,962가구로 전체의 약 15.0%나 된다고 한다. 개를 키우는 가구가 242.3만호,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가 71.7만호라고 한다. 반려동물 가구가 604만 호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인식과 행동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의 22.1%가 양육 포기나 파양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반려견 양육자의 83.1%가 목줄 착용과 배변 수거 등을 잘 지킨다고 응답했지만 미양육자는 33.6%만 여기에 동의했다.

반려동물이 인간은 아니지만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것은 비윤리적 행위다. 시대 흐름에 걸맞게 반려동물을 물건처럼 거래하거나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와 처벌 방안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