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유럽의 본사'아일랜드가 대전에 주는 메시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필자가 얼마 전 방문한 아일랜드의 경제여건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자국 경제에 대한 아일랜드 국민의 평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통계숫자와 체감현실의 괴리가 심한 현실'이다.
일주일간 영국과 아일랜드를 오가며 일류 경제도시 대전의 도약을 위해서는 정말 정교한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얼마 전 방문한 아일랜드의 경제여건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 예를 들어 보자.
[가]지역에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 A사와 진열장을 만드는 회사, 광고하는 회사 등 지역회사들이 만든 경제생태계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하자. 반면 [나]지역에는 B사가 있는데 본사가 해당 지역 밖에 있는 소위 역외기업이라고 하자. 진열장을 만드는 회사, 광고하는 회사들이 지역 내에 있지만 B사는 이들과 그다지 큰 거래를 하지 않는다. [나]지역밖에 있는 기업들과 주로 거래하기 때문이다
A사의 제품이 잘 팔려 매출이 오르는 경우, 확장이 필요한 A사는 직원을 채용하고 진열장을 구매하고 회사광고를 하면서 지역 내에서 고용과 부가가치가 증가시킨다. 그러나 사실상 역외기업인 B사는 매출을 올려도 세금만 더 낼 뿐이다. 진열장 구매나 회사광고 같은 다른 기업활동이 지역 밖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경제를 살리는 건 [가]지역의 A사인 셈이다.
물론 지역 내 생산요소가 적거나 없다면, 역외기업유치전략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A사처럼 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 역내에서 소비되고 또다시 공급을 창출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훨씬 큰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얻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일랜드의 경제모델은 역외기업의 세금이 주 수입원인 [나]지역과 유사하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세계 주요국가의 법인세율 평균(약 26%)과 비교해 매우 낮다. 여러 글로벌 기업의 본부가 아일랜드에 자리 잡은 이유이다. 7-80년대 생산요소가 없었던 아일랜드는 과감한 전략을 통해 1인당 GDP 약 7000달러 수준에서 2022년 기준 1인당 GDP 약 10만 달러, 1인당 GNI는 7만 달러에 육박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대외 변화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주력 사업 없이 미국을 압도할 수준의 성장을 이뤄낸 아일랜드는 개방경제 모델을 가진 우리나라에 큰 자극이 되어왔다.
그러나 현지에서 본 아일랜드 국민의 삶의 질은 그리 높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자국 경제에 대한 아일랜드 국민의 평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통계숫자와 체감현실의 괴리가 심한 현실'이다. 역외기업들이 매출을 올리면 낮은 세율로 법인세를 내고, 남은 이윤은 역내에서 화끈하게 돌지 않는 것이다. 기업들이 역내 고용이나 수요 창출에 이바지하는 정도가 약했다. 통계상 높은 소득수준이 실질적 삶의 질과 괴리가 생기는 배경이다.
또 다른 문제는 '부동산'이다. 아일랜드는 부동산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블린 소재 회사에 취직 해도 2시간 거리나 떨어진 도시에 살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직주근접이 어려우니 국민이 느끼는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을 유치할 때 생산과 고용, 투자 등 본질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역내 기업을 설립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서류상 숫자만 화려해서는 소득증대의 목표인 '국민 삶의 질 향상'은 힘들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최근 대전도 카이스트 창업혁신파크, 웹툰 콘텐츠 클러스터 조성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기반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교훈을 타산지석 삼아 현명한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역내 스타트업을 토대로 생산활동을 장려하여 대전에 돈을 순환시킬 수 있는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야 실물 경제가 좋아진다. 나아가 지역사회 삶의 질이 높아지고, 상생이 나타날 것이다. 일주일간 영국과 아일랜드를 오가며 일류 경제도시 대전의 도약을 위해서는 정말 정교한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당선무효형 선고한 '한성진 부장판사'에 쏠린 눈 - 대전일보
- 홍준표, 이재명 '유죄' 판결 판사에 "참 대단한 법관, 사법부 독립 지켰다" - 대전일보
- 여당에 보낸 세종시장 친서, 민주당 의원에 배달 사고… '해프닝' - 대전일보
- 옥천 女 화장실서 불법촬영하던 20대 男… 피해 여성에 덜미 - 대전일보
- 한동훈, 민주당 겨냥 “오늘도 기어코… 판사 겁박은 최악 양형가중 사유" - 대전일보
- 기름 값 벌써 5주 연속 상승세… 휘발유 1629원·경유 1459원 - 대전일보
- 트럼프, 관세 인상 실현되나… "전기차·반도체 보조금 폐지 가능성" - 대전일보
- 이장우 대전시장, 기재부 2차관 만나 내년 주요사업 국비 요청 - 대전일보
- 화장실 문 열자 '펑'… 충남 서산서 LPG 폭발로 80대 중상 - 대전일보
- 尹 "김정은 정권 유일 목표는 독재 정권 유지… 좌시 않겠다"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