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Healthinking 생각 그 이상의 중요성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분이 있었다. 그 분은 아파트를 10여 채 이상 소유한 분으로 많은 재산이 늘 자랑이었다. 당시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비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러자 절벽에 있는 나무에 매달린 것처럼 돈을 쥐고 놓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사실 그 분은 대단한 재력가임에도 좀처럼 돈을 쓸 줄 몰랐다. 아끼고 절약하는 것은 미덕이라 할 수 있지만 흔한 막걸리 한잔도 베풀 줄 몰랐다. 하지만 그 분은 환한 대낮에도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손전등을 들고 다닐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저런 상황이라면 그 많은 돈이 무슨 소용일까"라는 생각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재력을 갖추는 데는 성공했으나 건강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 올바른 영양 섭취,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과 휴식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요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건강한 생각이다. 사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앞서 나열한 것들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어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건강한 생활을 실천하는 데 소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각 분야에 뛰어난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그들이 보여주는 해당 분야에 대한 식견과 그에 못지않은 실천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전문성은 누가 시켜서 길러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관심을 갖고 좋아하고 즐기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 수 없는 전문성이 길러진 것이다.
주변에서 여러 가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다양한 이유와 동기가 있겠지만 흔히 매니아(Mania)라는 이들은 그 안에서 무언가를 본 것이며, 그것이 힘이 돼 좋아하는 활동에 집중하고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글을 쓰며 'Healthinking'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내었다. 다소 생소하겠지만 Healthinking은 건강이라는 영단어 Health와 생각 Thinking의 합성어다. 직역하자면 '건강 생각', '건강한 생각' 정도가 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이 단어에 실천적 지식으로서의 의미를 더하고 싶다. 왜냐하면 단순한 생각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안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특히 '누군가를 안다'라고 할 때 특별한 부연 설명이 없다면 말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고향 선후배나 학교 동문 정도의 설명이 덧붙여진다면 말하는 사람의 주장한 '안다'의 의미가 더 깊어진다. 성서에서도 이런 표현이 가끔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안다'라는 단어의 헬라어 원어를 살펴보면 '기노스코'란 단어로 만나고 경험해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단순히 아는 것이 아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친밀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야 제대로 '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2년 넘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청소년 비만 환자가 급증했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고한 자료를 보면 2019년 상반기 대비 2021년 상반기에 9세 이하 비만 진료량은 81.7%, 10대는 83.3%가 증가했다고 한다. 소아비만은 대개 성인기 비만으로 이어져 고혈압, 제2형 당뇨병, 대사증후군 같은 질병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그 심각성을 더한다.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의 한 논문에 의하면 미국인의 사망원인 10가지 중 7가지가 만성질환이고 전부 비만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물론 유전적인 요인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면서도 활동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과 에너지 균형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 내분비 기능의 부조화 등이 비만 유병률 상승에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해결 방법으로 약물치료, 비만 수술 등을 실행하기도 하지만 높은 비용과 약물 중단 이후의 재발률을 고려할 때 여전히 전통적인 방법(?)인 상담, 다이어트, 운동과 행동 수정 요법이 중요하다고 한다. 상담프로그램과 병행한 약물요법이 가장 효과가 좋았으나, 고강도 생활양식 변화 프로그램도 이에 버금가는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이 상담사를 주기적으로 대면하거나 전화 통화를 통해 관리받는 방식이 아니라도 스마트폰을 활용해 자신의 체중, 음식 섭취, 운동량 등을 직접 기입하고 이에 대한 처방과 보상을 받는 방법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비만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습관이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학교와 지역사회, 가정이 학생들의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고 협조할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 프로그램 운영과 학생들의 건강한 생활 습관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Healthinking'은 단순한 생각이나 지식이 아니다. 바르고 정확한 지식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단계가 충족된다면 아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실제 움직이고 도전해보고 경험해 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되고 사회적 캠페인이 될 때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아만 왔던 문제들의 출구가 뚜렷해지고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한 사회로 발전돼 가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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