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매년 어르신 90명 해외여행"…지자체 포퓰리즘 논란

서천군 노인 복지에 관한 조례 개정
1인당 60만원씩 5천200만원 예산 편성

경로당 어르신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로 경로당 운영이 가능해진 지난달 25일 청주시 서원구의 한 경로당 모습. 동네 어르신 5명이 마스크를 쓴 채 도란도란 둘러앉아 윷놀이를 즐기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충청남도 서천군이 매년 어르신들에게 해외여행을 시켜주기로 해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천군은 매년 관내 65세 이상 노인들 90명을 선발해 해외여행을 지원해주는 내용의 노인복지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최근 마련했다. 개정안은 지난달까지 입법예고를 마쳤으며 조례개칙 심의회와 서천군의회만 통과하면 바로 시행된다.

개정안에는 해외 문화탐방에 대한 높은 욕구에도 불구하고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적절한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한 어르신을 위한 사업 근거를 마련하고자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외 노인 복지 선진 문화와 노인건강 맞춤형 특화 프로그램을 중점으로 기획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천군은 이와 별도로 2020년부터는 매년 1천75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경로당 회장인 노인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천군은 1인당 60만원씩 5천200여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90명에게 해외여행 기회를 준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대한노인회 서천군지회를 통해 해외여행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바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서천군의 조례 개정안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 회장은 "해외여행 같은 개인의 영역은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야 하며 행정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좋다. 서천군의 사업은 주민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자기 과시적, 전시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들이 계속 늘어나는데 매년 90명을 해외에 보낸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노인들을 해외에 단체로 모시고 다니면 건강, 안전 등의 위험 우려도 크다.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인기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서천군 주민인 A씨는 "국내 많은 공공기관과 지방의회 등이 벤치마킹, 탐방을 이유로 해외연수나 출장을 다녀오면서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누가 봐도 외유성인 해외여행에 매년 적지 않은 돈을 쓰는 것은 혈세 낭비로 보인다. 이미 노인들의 국내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외여행 사업까지 추가하면 사업의 중복 느낌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서천군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천군 관계자는 "포퓰리즘 지적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따로 해줄 말도 없다. 의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행에 나서는 것이다. 조례에 명시돼 있는 대로 사업을 추진한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올해부터 대상자 선발과 구체적인 사업추진 방안을 마련해 진행할 계획이다. 사업 수행 기관인 노인회의 전횡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안다. 노인회에는 공정하게 대상자를 선별하도록 당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 서천군처럼 노인들의 해외여행을 조례로 규정한 지자체는 강원도와 철원군, 홍천군 등이 있지만 실제로 사업이 추진된 적은 없다고 한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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