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피겨 이해인을 상징하는 음악, 쇼팽의 야상곡과 아이브의 After like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에 데뷔하던 2019년, 14살 중학생 이해인은 쇼팽의 야상곡 20번 올림 다단조를 쇼트프로그램 음악으로 선택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쇼팽의 야상곡 2번은 경쾌하고 발랄함을 표현하려는 어린 선수들이 피겨 음악으로 많이 사용해왔지만, 야상곡 20번은 웬만한 선수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음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아노가 아닌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쇼팽 야상곡 20번의 처절한 선율은 14살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더욱 쉽지 않기에, 음악에 압도될 우려까지 제기되었지만, 이해인은 어린 나이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음악과 하나가 된 표정 연기를 보여줬다.
어린 선수가 펼치는 우수에 가득한 연기를 보며 2002년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 우승자인 미국의 앤 패트리스 맥도너를 떠올렸다. 당시 맥도너는 연기 자체가 워낙 뛰어난데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인생사와 겹치면서 다른 선수에선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울림을 갖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었다. 맥도너를 연상시키는 이해인의 연기를 보며, 분명 힘든 사연을 가졌을 것이라고 마음대로 추측하기도 했다. 이런 생각은 다음 달 프리스케이팅에서 '파이어 댄스' 를 연기하는 모습을 본 뒤 그저 오해였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강렬한 음악에 맞춰 보여주는 이해인의 스텝 시퀀스는 그동안 한국 피겨에서 보기 어려웠던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주니어 첫 시즌이었던 2019-20시즌을 통해 이해인은 한 단계 성장했고, 3년 뒤인 2023년 4대륙 챔피언과 2023년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을 대표하는 피겨 선수 반열에 올라섰다.
이해인은 5월 8일 시작되는 KBS 스포츠 유튜브 프로그램 '스튜브 잡쓰'에 출연해 운명을 바꾼 2019-20시즌 '야상곡'과 '파이어 댄스'에 얽힌 사연을 털어놓았다. 야상곡 20번은 이해인 본인이 평소 좋아하던 음악이었기에 꼭 한번 연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부담은 있었지만, 평소 표정 연기를 하는 것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연기하는 것이 정말로 행복했다고 전했다. '파이어 댄스'를 할 때는 "내가 불의 여왕이다!!"라는 느낌으로 심판 및 관중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이해인은 '뿅아리'라는 별명처럼 밝고 유쾌하며 긍정적인 성격을 가졌다. 이런 자세는 연습보다 실전에 더 강한 모습을 보이는 원동력으로 나타났다. 또한, 갈라프로그램에서는 아이브의 'After like' 를 비롯해 k-pop 음악을 주로 사용하는데 흥에 넘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하트 모양의 안무를 즉흥적으로 넣는 등 즐기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이해인은 '스튜브잡쓰' 를 통해 피겨 인생을 돌아보며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피겨팬들이 궁금할 만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주로 국내에서 훈련하면서도 유창한 영어 인터뷰 실력을 갖춘 배경, 뛰어난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친구들에게 평소 상담을 잘 해주는 비결도 공개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1시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해인의 모습은 오는 8일 KBS 스포츠 유튜브 채널 '스튜브 잡쓰'를 통해 공개된다.
한성윤 기자 (dreamer@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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