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치킨전쟁' BBQ vs bhc… 누가 경쟁사 전산망 들여다봤나
[편집자주]어떤 관계도 영원하지 않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찾아온다. '유종의 미'라는 말이 있듯 시작만큼이나 끝이 중요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이별'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가족처럼 서로 성공을 위해 협력하다가 돌아서기도 한다. 소송전을 불사하는 등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경우도 있다.
①'곰표 맥주' 공전의 히트 그 이후… '곰에서 호랑이로' 카피캣 논란
②"애써 키워놨더니"… 골든블루, 칼스버그 해지 통보에 100억원대 소송전
③'10년 치킨전쟁' BBQ vs bhc… 누가 경쟁사 전산망 들여다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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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ICC 중재절차 당시 "회사(bhc)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참여한 것은 매각처 물색과 계약 협상이었다"며 매각 실사 과정을 총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BBQ 해외사업부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bhc의 구체적인 사업 내역을 알지 못했다"며 "bhc의 구체적인 사업 내용에 대한 실사 자료를 검토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실사 과정에서 매도인과 매수자 사이 주고받은 대부분의 실사자료에서 자신의 이메일 주소가 받는 사람이나 참조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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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BBQ가 박 회장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BBQ의 청구를 기각하며 bhc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한 새로운 자료들은 소송의 흐름을 뒤바꿨다. 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 판결에서 박 회장이 BBQ 등 원고에게 약 2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박 회장이 ICC 중재절차 당시 대부분의 실사자료에서 자신의 이메일 주소가 받는 사람이나 참조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진술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2013년 4~5월 매수인 측인 FSA 자문사와 당시 bhc 전략기획팀장이 주식매매계약서를 주고 받은 이메일에 박 회장이 참조수신인으로 나와 있다. 문제의 bhc 가맹점 현황 리스트가 첨부된 이메일에도 참조수신인에 박 회장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회장은 2013년 5월24일쯤까지 이메일의 참조수신인 등의 지위에서 수정된 주식매매계약서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이 계약서에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과 함께 통지의 사본을 전달받을 매도인 측 추가 연락처로 박 회장과 A 변호사가 지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주식매매계약서 공개목록 작성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판시했다.
디지털 포렌식 자료는 BBQ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관련 형사소송에서도 7년 만에 유죄를 이끌어냈다. 박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bhc 본사에서 당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BBQ 전산망 접속 후 BBQ와 진행 중이던 국제중재소송 관련 자료를 살펴봤다.
2022년 6월8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정원 부장판사는 박 회장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간접증거 등을 통해 박 회장이 타인(BBQ 직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도용해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재판부에 유죄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했고 현재 2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동부지법은 오는 16일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2심 2차 공판을 진행한다.
조승예 기자 csysy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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