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치킨전쟁' BBQ vs bhc… 누가 경쟁사 전산망 들여다봤나

조승예 기자 2023. 5. 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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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동지에서 적으로… 아름답지 못한 이별]③디지털 포렌식으로 드러나는 진실

[편집자주]어떤 관계도 영원하지 않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찾아온다. '유종의 미'라는 말이 있듯 시작만큼이나 끝이 중요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이별'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가족처럼 서로 성공을 위해 협력하다가 돌아서기도 한다. 소송전을 불사하는 등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경우도 있다.

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해 자료를 들여다본 혐의를 받는 박현종 bhc그룹 회장의 형사재판 2심이 다가오면서 BBQ와 bhc 간 '치킨전쟁'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무관. /사진=bhc
◆기사 게재 순서
①'곰표 맥주' 공전의 히트 그 이후… '곰에서 호랑이로' 카피캣 논란
②"애써 키워놨더니"… 골든블루, 칼스버그 해지 통보에 100억원대 소송전
③'10년 치킨전쟁' BBQ vs bhc… 누가 경쟁사 전산망 들여다봤나
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해 자료를 들여다본 혐의를 받는 박현종 bhc그룹 회장의 형사재판 2심이 다가오면서 BBQ와 bhc 간 '치킨전쟁'이 재조명받고 있다. 한때는 한 가족이었던 두 회사는 2013년 6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며 10년째 30여건의 소송전을 벌여왔다. BBQ가 수년 동안 복구한 디지털 포렌식 자료가 등장하면서 남은 소송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한 지붕 두 가족서 철천지 원수로


두 회사의 치킨전쟁은 2013년 BBQ가 bhc를 매각한 후부터 시작됐다. BBQ는 2013년 bhc를 미국의 씨티그룹 계열 사모펀드 CVCI(현 로하틴)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1130억원. 매각 완료 직후 CVCI는 가맹점포 수 분류기준차이 등 매도인의 진술과 보증조항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2014년 ICC(국제상업회의소)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손해배상분쟁을 신청했다. ICC는 CVCI 주장을 받아들여 2017년 BBQ에 약 98억원의 배상 판정을 내렸다.

박 회장은 ICC 중재절차 당시 "회사(bhc)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참여한 것은 매각처 물색과 계약 협상이었다"며 매각 실사 과정을 총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BBQ 해외사업부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bhc의 구체적인 사업 내역을 알지 못했다"며 "bhc의 구체적인 사업 내용에 대한 실사 자료를 검토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실사 과정에서 매도인과 매수자 사이 주고받은 대부분의 실사자료에서 자신의 이메일 주소가 받는 사람이나 참조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ICC 판결 이후 BBQ는 계약 불이행 등을 이유로 bhc와 물류용역과 상품공급 계약을 해지했고 bhc는 BBQ를 상대로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공방전에 돌입했다. BBQ는 ICC 국제중재판정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박 회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물류 및 상품계약 관련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이 수천억원대에 달했던 주요 소송들이 4월14일 대법원서 일단락된 가운데 남은 소송전의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BBQ, 수년간 디지털 포렌식 분석… 박현종 bhc 회장 발언 재조명


2020년 10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박현종 bhc 회장이 일반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BBQ는 손해배상 책임이 bhc 매각 당시 자사 해외사업부문 대표(부사장) 신분으로 매각 업무를 기획하고 모든 과정을 주도했던 박 회장에게 있다고 보고 수년 간 디지털 포렌식을 분석해 입수한 정보로 반박에 나섰다.

2021년 BBQ가 박 회장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BBQ의 청구를 기각하며 bhc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한 새로운 자료들은 소송의 흐름을 뒤바꿨다. 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 판결에서 박 회장이 BBQ 등 원고에게 약 2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박 회장이 ICC 중재절차 당시 대부분의 실사자료에서 자신의 이메일 주소가 받는 사람이나 참조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진술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2013년 4~5월 매수인 측인 FSA 자문사와 당시 bhc 전략기획팀장이 주식매매계약서를 주고 받은 이메일에 박 회장이 참조수신인으로 나와 있다. 문제의 bhc 가맹점 현황 리스트가 첨부된 이메일에도 참조수신인에 박 회장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회장은 2013년 5월24일쯤까지 이메일의 참조수신인 등의 지위에서 수정된 주식매매계약서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이 계약서에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과 함께 통지의 사본을 전달받을 매도인 측 추가 연락처로 박 회장과 A 변호사가 지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주식매매계약서 공개목록 작성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판시했다.

디지털 포렌식 자료는 BBQ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관련 형사소송에서도 7년 만에 유죄를 이끌어냈다. 박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bhc 본사에서 당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BBQ 전산망 접속 후 BBQ와 진행 중이던 국제중재소송 관련 자료를 살펴봤다.

2022년 6월8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정원 부장판사는 박 회장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간접증거 등을 통해 박 회장이 타인(BBQ 직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도용해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재판부에 유죄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했고 현재 2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동부지법은 오는 16일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2심 2차 공판을 진행한다.

조승예 기자 csysy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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