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0.280'인데... "과정 포기하지 않겠다"는 수베로 감독, 누가 돌을 던지랴

잠실=안호근 기자 2023. 5. 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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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3일 두산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수베로 한화 감독. /사진=OSEN
"장담하는데 웃을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 것입니다. 씨를 심는 과정을 포기하지는 않겠습니다."

팀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을 앉혔으나 그 결과는 2년 연속 최하위였다. 시범경기에서 놀라운 성과를 냈지만 뚜껑을 열자 역시나 익숙한 그 자리였다. 전날도 치명적인 실책 속 6연패에 빠졌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팀이 나아갈 방향과 한화 감독으로서 자신의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한화가 하위권에 머무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프로야구의 명장으로 손꼽히는 김응용, 김성근 감독을 자리에 앉히고도 만족스런 결과를 내지 못했던 게 한화다. 그리하여 2020시즌을 마치고 데려온 게 수베로 감독이었다.

부임 후 2년 동안은 리빌딩이라는 명목 하에 노장들을 대거 정리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데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정은원, 노시환, 김인환, 문동주, 김민우 등의 괄목할 성장이라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이자 성과를 보여줘야 할 올 시즌 개막 한 달 동안 한화는 큰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 문동주의 급격한 성장과 루키 듀오 김서현과 문현빈에 대한 기대감, 다시 데려온 베테랑 이태양과 오선진 등이 솔선수범하며 만들어갈 신구조화까지 곁들여져 올 시즌은 다를 것이라는 희망은 산산히 부숴졌다. 승률 3할을 밑도는 성적으로 '혹시나'를 '역시나'로 바꿔놓은 한 달이었다.

7회초 쐐기 2타점 2루타를 날리고 상대 수비의 빈틈을 노려 3루까지 파고든 문현빈(왼쪽). /사진=OSEN
수베로 감독은 마치 마이너리그 팀을 운영하는 듯 했다. 결과보다도 선수들의 성장을 중시하는 걸로 보이기까지 했다. 거듭되는 패배 속에서도 항상 긍정적 메시지를 찾았다. 마치 결과는 크게 중요치 않다는 듯.

물론 성적에 목숨이 좌우되는 프로야구판에서 어찌 그럴리 있으랴. 수베로 감독은 "KBO리그를 마이너리그 팀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메이저리그로 예를 들자면 피츠버그는 100패를 했던 시즌도 있지만 과정에 충실하다보니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한화 또한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기는 것보다는 지는 것에 더 익숙한 팀이다. 또 그런 환경에서 선수들이 야구를 해왔다"면서도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경기의 질과 내용을 보면 지난 수년간 한화의 것에 비해 확실히 더 단단해지고 응집력이 생겼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듭되는 패배에 대한 변명은 아니었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부의 압박에도 '잘하고 있어, 몇 경기만 더 이겨봐'라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해주기보다는 '어제 경기에서 이런 부분을, 이런 디테일을 잡았으면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었어, 너희는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어'라고 현실성 있는 말을 계속 해주려고 한다"는 것.

수베로 한화 감독(오른쪽)이 7회 빅이닝 때 득점한 오선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OSEN
올 시즌이 마지막이지만 당장의 결과에 조급해지기보다는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장담할 수 있는데, 장기간 좋은 야구, 또 오랫동안 이기는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이 한화가 될 수 있다고 선수들을 포함한 선수들의 가족들, 팬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며 "웃을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때 내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 결과가 있기까지 땀 흘려서 씨를 심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그 씨를 심는 과정을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날을 위해 계속해서 인내하고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보다 과정에 충실하겠다"며 "올해는 분명히 지난 두 시즌보다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날 선발 김민우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달라진 게 없는 것처럼 보였다. 도루 실패 후 2루타를 날려 무득점에 그치고 6회까지 잔루는 7개에 달했다. 1사 만루에서도 투수 앞 땅볼을 쳐 병살타로 기회를 날렸다. 수비에선 아쉬운 실책으로 인해 실점을 했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의 말처럼 한화는 묵묵히 인내했고 7회 8득점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한화 팬들은 열광했고 목이 터져라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그 끝은 6연패 탈출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한화는 7승 18패 1무, 승률은 0.280에 그치고 있다. 여전히 모두가 한화를 가장 강력한 꼴찌후보로 예상한다. 그렇기에 수베로 감독의 경기 전 발언은 다시 한 번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눈앞의 1승, 1승에 집착하다가 수많은 감독들이 결국 팀을 바꾸지도 못하고 물러나길 반복한 게 벌써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팀 승리 후 함께 기뻐하는 노시환(왼쪽부터), 정은원, 채은성. /사진=OSEN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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