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자가 일류 맞네!, 김포발 돌풍 비밀은 '카르페 디엠'[초점]

김성수 기자 2023. 5. 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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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라는 의미의 이 라틴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축구팀이 있다. 바로 올 시즌 K리그2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포FC.

약체로 예상됐던 김포가 시즌 초반 깜짝 선두를 달리자 축하와 함께 걱정 어린 시선도 따라왔다. 하지만 김포는 그 누구보다 이 순간을 즐기며 눈앞의 일에 충실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김포는 3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 김포 솔터축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11라운드 성남FC와의 홈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승점 1점을 추가하며 6승4무(승점 22)로 무패의 K리그2 1위를 유지했다.

비록 이날 무승부를 거두며 4연승을 마감했지만 올 시즌 초반 K리그2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포의 돌풍은 매섭다. 개막전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강팀들을 혼내주겠다고 장담한 김포 고정운 감독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FC안양, 부산 아이파크, 김천 상무 등 K리그2의 강팀들을 모두 꺾고 10경기 동안 6승4무의 '무패 1위'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 K리그1, 2를 통틀어 유일한 무패 팀이다.

김포가 프로팀으로 창단한 지 2년차에, 지난 시즌 K리그 23개 팀 중 선수 연봉 지출 총액 최하위(약 18억원)였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퍼포먼스다. 올 시즌 두드러지는 영입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김포가 지난 시즌부터 펼쳤던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압박 축구에 겨우내 연습한 지역방어가 자리 잡으며 10경기 동안 4실점의 최소 실점 1위를 달렸다. 수비가 한층 탄탄해졌는데 새로 영입한 '남미 공격진 트리오' 루이스, 주닝요, 파블로도 마치 기존에 함께 뛰었던 선수처럼 성실히 수비에 가담한다. 적극적인 수비 후 빠른 공격 전개로 득점을 터뜨리는 김포 축구에서 루이스는 10경기 6골로 K리그2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고정운 감독도 이날 경기 전 "지난 시즌에는 골이 안 터져서 수비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는데 올 시즌은 공수의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포FC 고정운 감독. ⓒ프로축구연맹

물론 지난 시즌 K리그2 8위였던 김포의 깜짝 선두 등극에 축구계에서 많은 찬사가 터졌지만 걱정도 함께 따라왔다. 김포가 많이 뛰는 축구를 함에도 스쿼드가 리그 내 다른 팀들과 비교해 두터운 편이 아니기에 결국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냐는 것. 정규리그 39라운드까지 예정된 K리그2는 아직 3분의 1도 지나지 않았기에 충분히 할 수 있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고정운 감독은 선두로서의 압박이나 체력적인 우려보다는 현재를 즐기고 눈앞에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였다. 고 감독은 이날 "바쁜 일정 속에서 선두 싸움을 하는 경험을 언제 해보겠냐는 얘기를 선수들에게 한다. 모두가 이 상황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 힘든 부분을 이겨내고 있다"며 "김포는 1위를 지키려고 장기적으로 계획을 짜는 팀이 아니다. 나 역시 경기에서 이기면 30초 좋았다가 바로 다음 경기를 생각한다. 당일 경기와 다음 경기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김포에는 과거 K리그1이나 K리그2 구단에 몸담았던 선수들이 적잖다. 그러나 소속 팀에서 자리를 잃고 프로 창단 2년차 팀인 김포까지 오게 됐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오히려 한발 더 뛰고 현재를 즐기는 태도로 경기에 임하며 김포의 초반 돌풍을 이끌고 있다.

또한 고정운 감독은 이날 성남이 김포를 상대로 5백 두 줄 수비를 꺼내든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창단 2년차 팀과의 경기에서 상대가 처음부터 라인을 내린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다. 김포가 짧은 시간에 무서운 팀이 됐구나 싶다. 지난 시즌에는 그런 일이 없었기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즐겁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

불안 요소도 적지 않지만 김포가 올 시즌 초반 놀라운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타인의 걱정에도 오히려 현재를 즐기는 김포가 앞으로의 K리그2 순위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켜볼 가치가 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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