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맥주' 공전의 히트 그 이후… '곰에서 호랑이로' 카피캣 논란
[편집자주]어떤 관계도 영원하지 않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찾아온다. '유종의 미'라는 말이 있듯 시작만큼이나 끝이 중요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이별'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가족처럼 서로 성공을 위해 협력하다가 돌아서기도 한다. 소송전을 불사하는 등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경우도 있다.
①'곰표 맥주' 공전의 히트 그 이후… '곰에서 호랑이로' 카피캣 논란
②"애써 키워놨더니"… 골든블루, 칼스버그 해지 통보에 100억원대 소송전
③'10년 치킨전쟁' BBQ vs bhc… 누가 경쟁사 전산망 들여다봤나
곰표밀맥주가 '시즌2'로 돌아온다. 올여름 새롭게 선보이는 곰표밀맥주 시즌2를 두고 잡음이 나온다. 3년을 함께한 제조사와 아름답지 않은 이별을 했기 때문이다.
곰표밀맥주는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맥주가 탄생시킨 히트작이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맥주는 훌륭한 파트너로 보였다. 곰표밀맥주가 5850만캔 이상 팔리며 수제맥주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곰표밀맥주의 성공 이후 독특한 패키지를 내세운 맥주들이 쏟아졌다.
곰표밀맥주는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에 세븐브로이맥주의 수제맥주 맛과 개성을 더한 제품이다. 상표권 계약을 맺고 세븐브로이맥주에서 제조·유통·판매를 진행했다. 곰표 밀가루에서 이어진 고유한 헤리티지 컬러와 캐릭터 '표곰이'를 전면에 내세운 디자인과 과일향과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2020년 5월 판매를 시작한 곰표밀맥주는 시작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편의점 CU를 통해 처음 선보인 이 제품은 전국적인 품귀 현상이 나타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초도물량 10만개가 사흘 만에 완판됐다.
편의점에서도 새로운 기록을 썼다. 곰표밀맥주는 지난해 CU에서 수제맥주 역사상 처음으로 국산·수입맥주를 통틀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지금도 카스 다음으로 잘 팔릴 만큼 스테디셀러 입지를 다지고 있다. CU 관계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맛과 캐릭터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콘셉트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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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둘은 갈라섰다. 대한제분이 계약 연장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제분은 곰표밀맥주 제조사 선정에 대해 경쟁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계약을 원했던 세븐브로이맥주는 입찰에 참여했지만 탈락했다. 세븐브로이맥주 관계자는 "상표권 로열티를 올려주고 원하는 조건이 있다면 맞춰주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며 "곰표 브랜드 피로도 상승으로 인한 브랜드 재정립을 위해 계약 연장을 할 수 없다고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대한제분과 관계가 정리된 세븐브로이맥주는 곰표밀맥주 대신 '대표밀맥주'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기존 곰표밀맥주의 맛을 그대로 브랜드와 패키지를 바꿔 출시하겠다는 것. 김강삼 세븐브로이맥주 대표는 "시작은 곰표라는 브랜드였지만 세븐브로이맥주가 만든 제품의 '맛'이 있었기에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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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제기되자 세븐브로이맥주는 빠르게 백기를 들었다. 호랑이 캐릭터가 적용된 새로운 디자인으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세븐브로이맥주 측은 "법무법인과 변리사를 통해 상표권과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대한 검토를 받아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의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제분과 이별한 세븐브로이맥주의 대표밀맥주는 이번에도 CU를 통해 처음 출시됐다. 올여름 곰표밀맥주 시즌2 출시가 예고된 만큼 두 제품의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소비자의 선택은 '곰표'일지 '맛'일지 주목된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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