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비상장사 NS쇼핑의 배당 확대 소식에 주주들이 부글부글 열 내는 까닭은
NS쇼핑이 하림지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자마자 배당총액을 종전 대비 4배 가량 늘렸습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NS쇼핑의 배당 총액은 199억원. 2015년 3월 상장한 NS쇼핑의 평균 배당총액(액면분할 전 제외)이 53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배 수준입니다.
배당총액이 늘어난 만큼 1주당 배당금도 올라갔습니다. 지난해 기준 배당금은 1주당 2800원. 2017년 이후 1주당 배당금은 150~200원 사이였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NS쇼핑 주주였던 이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과거 상장사 시절엔 배당성향이 높지 않았는데 하림지주의 100% 자회사로 바뀌고 오너 일가가 배당수익을 모두 누릴 수 있을 때가 되어서야 배당을 늘렸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서입니다.
이는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NS쇼핑의 배당금 전액은 하림지주로 편입됩니다. 하지만 김홍국 회장은 하림지주의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회사 실적이 좋다면 배당을 늘릴 수 있겠지만 NS쇼핑의 실적도 좋지만은 않다는 점도 NS쇼핑의 배당 규모에 의문을 갖는 이유입니다.
NS쇼핑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0.5% 증가한 5509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 감소한 397억원이었습니다. 당기이익도 아닌 당기순손실도 봤습니다. 손실액만 806억원입니다.
이에 대해 NS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개별 회사 실적으로는 이익이 났고 배당가능 이익잉여금이나 재무구조에 문제가 없어 회사가 결정하고 이사회 승인을 받아 배당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NS쇼핑의 배당총액 증가는 궁극적으로 하림지주의 배당에 긍정적인 만큼 투자자에게 나쁠 것이 없다고도 말합니다. 일견 타당한 이야기입니다.
NS쇼핑이 하림지주에 편입되면서 NS쇼핑 주주가 하림지주 주주로 바뀌었을테니 NS쇼핑의 배당총액 증가는 결국 하림지주 주주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하림지주의 배당총액은 2021년 75억원에서 2022년 111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싸늘한 반응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일반 투자자들은 통상 비상장사의 배당에 큰 관심이 없기 마련인데, 굳이 왜 NS쇼핑의 배당 결정 공시를 보면서 왈가왈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NS쇼핑이 2015년 이후 8년간 상장사로 지내면서 보여온 행보 때문입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NS쇼핑을 향한 증권가의 쓴소리는 많았습니다. NS쇼핑이 그간 하림그룹 새 먹거리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만 하다가 NS쇼핑 개별기업으로선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상장사 시절 NS쇼핑은 내부에 쌓아둔 현금을 바탕으로 그룹 내 신사업에 자금을 투자했습니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NS쇼핑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18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은행에서도 자금을 차입했습니다. 추가 출자 등의 자금 지원도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곳간에 자금이 모여 주주를 챙길 여력이 없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번 NS쇼핑의 배당 확대도 곱게 볼 수 없다는 의견들이 나옵니다.
비유를 하자면 열심히 돈 벌어 집안 대소사에 돈만 대고 정작 가족(주주)들 건사는 안하던 양반이 돌연 가족(하림지주)을 챙기기 시작한다, 그러니 분명 꿍꿍이(오너에게 배당을 늘려주려는 의도)가 있어보인다는 것이죠.
이제부턴 당시 증권가에서 어떤 식으로 NS쇼핑의 행보를 지적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6년 보고서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상장 이후 2015년 하림식품에 200억원 투자, 2016년 5월 100% 자회사인 엔바이콘을 통해 4800억원을 투자하고 양재동에 부동산 투자를 하는 등 자회사에 대한 출자가 집중됐다. NS쇼핑의 투자 스케줄은 홈쇼핑사업보다 하림홀딩스의 부동산 투자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자금 조달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자회사 엔바이콘을 통해 취득한 부동산 가치는 인정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보유세 연간 100억원과 자금조달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또한 NS쇼핑에 전가될 것으로 14년간 영업활동을 통해 누적된 순현금은 배당보다 하림홀딩스의 투자계획에 우선하고 있는 점도 기업가치 하락요인으로 판단한다.”
임영주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2016년 5월 보고서에서 “그동안 보유현금을 통해 연간 40억원 전후의 이자수입이 발생했는데 양재동 파이시티를 인수하면서 회사채 발행 후 연간 이자비용으로 70억원이 지출될 것으로 본다”면서 “본업 이외의 투자로 주주가치에 부정적이다”고 했습니다.
이런 평가는 시간이 흘러 2021년이 되도록 유지됐습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1년 9월 보고서에서 NS쇼핑에 대해 이렇게 서술했습니다.
“NS쇼핑 기업가치 산정에 있어 본업인 홈쇼핑 부문보다 양재 부지 가치가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진 상황이다.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투자자산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개발시기 및 구조에 대해 결정된 부분은 없다. 시가총액보다 양재부지 공시지가가 더 높은 상황으로 유통업 관점에서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평가가 좋지 않다보니 애널리스트의 목표주가도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2015년 한 해 동안 NS쇼핑을 분석한 증권사 6곳의 목표주가 평균가는 27만1167원(액면분할 감안하면 2만7100원)이었는데, 그 다음해인 2016년 증권사 5곳의 평균 목표주가는 23만6000원(액면분할시 2만3600원), 2017년 증권사 3곳의 평균 목표주가는 2만2000원이었습니다. 2018년 이후로는 목표주가가 2만원 밑으로 하락했습니다.
양재동 물류센터 개발 사업의 과실이 다가온 시점에서 기업 지배구조가 개편되면서 NS쇼핑의 고생에 비해 과실이 줄어든 것도 투자자들에게 하림그룹과 NS쇼핑이 밉보인 이유입니다.
지난해 하림그룹은 NS쇼핑의 100% 자회사였던 하림산업 등을 하림지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했는데, 이에 따라 양재동 물류센터부지 개발이익은 하림지주 몫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주가에서 차익을 본 투자자가 많았다면 불만이 이렇게 크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NS쇼핑 공모에 참여해서 오래 가지고 있었던 투자자라면 아무래도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큽니다. 공모가가 거의 고점이었기 때문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NS쇼핑은 공모가 23만5000원(2017년 액면분할 적용시 2만3500원)을 기준으로 주가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해 3월 마지막 거래가능일 종가는 1만4000원이었습니다.
만약 하림그룹의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하고 주식교환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도 손실을 피하긴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림지주로의 주식교환을 원치 않는 NS쇼핑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주당 1만3778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모가격에 주식을 팔아 수익을 본 투자자도 있습니다. 바로 하림그룹의 계열사 올품과 경우, 익산 등입니다. 모두 김흥국 회장과 그의 아들인 김준영 NS쇼핑 이사의 개인회사, 가족회사입니다.
이는 당시 투자설명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설명서에 따르면 NS쇼핑은 상장 당시 신주발행이 아닌 전액 구주매출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때 올품과 경우, 익산이 참여했습니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공모가로 투자를 하고 그냥 묵혀뒀다면 좋은 투자처를 골랐다고 볼 수 없다. 대략적으로 계산했을 때 공모주로 10주를 받았다면 235만원을 투자한 셈이고, 액면분할로 100주가 된 다음 작년 3월 마지막 거래 가능일 종가 기준(1만4000원)으로 투자액은 14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후 하림지주와 주식을 교환했다고 해도 주식 수는 140주, 26일자 하림지주 종가(9420원) 적용하면 131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투자하느라 날린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손해가 크다.”
사실 증권 투자는 자기 책임하에 이뤄져서 한탄을 한들 소용이 없습니다. 게다가 NS쇼핑의 투자설명서에 투자위험이 서술돼 있습니다. 지배주주가 있고 일반 투자자와 이해상충의 우려가 있다고 말입니다.
이렇게 위험까지 적시해놨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만, NS쇼핑과 하림그룹이 투자자들로부터 어떤 평판을 얻었는지 왜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터리 열폭주 막을 열쇠, 부부 교수 손에 달렸다
- 中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공개… 韓 ‘보라매’와 맞붙는다
- “교류 원한다면 수영복 준비”… 미국서 열풍인 사우나 네트워킹
- 우리은행, ‘외부인 허위 서류 제출’로 25억원 규모 금융사고… 올해만 네 번째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