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일 차 최고참 적응기, 황민경의 '색' 다른 인사

권수연 기자 2023. 5.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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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황민경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용인, 권수연 기자) "(이적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김호철) 감독님이 저만 오면 더 좋아질거라고 하셨습니다" 이제는 화성의 한 축을 맡게 된 황민경(33)의 한 마디다.

앞서 지난 달 18일, IBK기업은행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황민경과 연봉 4억5천만원(연봉 3억2천만원+옵션 1억3천만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황민경은 지난 2008-09시즌 1라운드 2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입단, 이후 GS칼텍스를 거쳐 직전 현대건설 소속(2017~2023)으로 활약했던 황민경은 22-23시즌 정규리그 34경기에 출전해 누적 266득점을 기록, 평균 리시브효율 41.82%, 세트당 3.5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지난 3일, '김호철 호'에 탑승한 황민경을 만나기 위해 용인 연수원을 찾았다. 방금 트랙 훈련을 마치고 왔다는 황민경은 현재 컨디션을 묻는 말에 "나쁘지 않다"며 미소지었다. 5월 한 달 간은 몸을 만들고, 볼 훈련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황민경은 1일에 합류해 이제 3일차를 맞이했다. 팀 분위기는 아직도 '파악 중'이다. 팀 내 최고참이 된 그는 "그나마 또래인 선수들은 다 국가대표팀에 소집됐고, 현재 남아있는 후배들 중 나랑 나이차이가 제일 안 나는 선수가 (김)하경이다, 사실 지금 입은 트레이닝 복도 하경이 것을 빌려입었다"고 털어놓았다. 그간 현대건설의 녹색 유니폼에 익숙했던 이미지가 기업은행의 푸른 티셔츠, 흰색 트레이닝 복에 자연스럽게 적응을 마쳤다. 

IBK기업은행 황민경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IBK기업은행 황민경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직전 팀인 현대건설에서 주장으로 4년 가량을 보냈다. 쌓인 경험치, 여러번 놓친 아쉬운 성적들, 정든 동료들을 두고 떠나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치고 산타나를 보낸 기업은행은 공수 양면을 다시 채워야하는 상황이 됐다. 주전 아포짓스파이커 자리에는 새로운 외인 선수를 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리시브가 필요했다. 기업은행이 황민경을 택한 이유다. 

그는 "사실 공격적인 부분에서 산타나보다 강하긴 쉽지 않다, 나는 수비를 채우는 역할"이라며 "강타도 분명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무조건 세게 때리려고만 하다보면 타이밍이 늦어지거나 하는 등의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가 기업은행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스피드 배구를 하기 때문이다, 잘 맞는다면 좋은 공격을 할 타이밍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트 너머 상대로 만났을 때 기업은행의 팀 플레이와 리시브는 어땠을까. 이에 대해 묻자 "약간은 기복이 있는 팀이라 느꼈다"며 "잘 될때는 정말 탄탄한 팀이지만 가끔의 기복들이 서로를 힘들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블로킹은 좋았고 워낙 빠른 플레이를 하는 팀이다, 장점이 있기에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텐데 그런 결정력이 부족했던게 힘들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IBK기업은행 황민경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90년생 황민경이 들어오고, 87년생 김수지(흥국생명)는 이적했다. 현재 그의 밑으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91년생 김희진이다. 다시 한번 최고령 베테랑이 됐다. 주장은 신연경이지만 최고참으로서, 그리고 전직 주장으로서의 리더십이 또 한번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묻자 맏언니다운 차분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이전 팀에서 4년이나 주장을 했던게 비단 배구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도움이 많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그 전에는 시야가 넓지 못했는데 주장을 맡고나서 의도적으로 막내 선수들도 한번씩 더 보게 되고요, 감독님과 선수들의 중간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다보니 더 보이는 것들도 생겼습니다"

물론 변치않는 것도 있다. 응원가(B*Witched-Mickey)도, 등 번호도 그대로다. 현대건설에서 썼던 15번을 기업은행에서도 이어서 사용할 예정이다. 그는 "그 노래(응원가)를 상당히 오래 썼다, 바꾸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번호도 그대로 갈 것 같다"고 답했다.

최근 기업은행은 V-리그 출범 후 첫 막을 올린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차지했다. 그리고 최대어로 주목받던 세터이자 태국 국가대표팀 주장 폰푼 게드파르드를 영입했다. 황민경은 네트 너머로 폰푼과 마주 본 경험이 있고, 이제는 같은 코트 안에서 뛴다. 상대로 만난 폰푼은 어떤 선수였을까?

"그 친구 공을 한번쯤은 때려보고 싶었어요, (폰푼과 마주했을 때) 블로킹을 하거나 할 때 보면 읽기가 진짜 어려운 토스를 구사했어요, 보이지 않는 토스라고 하나요? 워낙 토스 스피드가 좋은 선수고요, 일단 기업은행이 원래도 빠른 배구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더 빨라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정확도가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IBK기업은행 황민경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IBK기업은행 황민경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지난 해와 올해, 너무 바빠서 취미(드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조카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올해 다섯살이고 아주 잘 크고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이모가 다른 팀으로 옮긴 것을 아느냐"고 묻자 "이번에 다인이(조카)가 어린이집을 새로운 곳으로 옮겼다, 똑같이 이적(?)한 셈이다, 그래서 '너처럼 이모도 좋은 곳으로 갔다'고 잘 말하니 이해하는 것 같더라"며 웃었다. 

국내 배구는 비시즌이지만 이번 달 말부터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2023 FIVB(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나선다. 황민경은 김연경이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후 2022 VNL 국가대표팀에 승선해 어려운 싸움을 치렀다. 이번에 나가는 국가대표팀을 보는 시선에도 남다른 공감을 표했다.

그는 "작년에 너무 힘들었어서, 지금 대표팀을 보고 있으면 너무 힘들겠다 싶더라"며 "VNL은 정말 몸과 마음이 동시에 힘들다, 성적도 잘 나오지 않으니 데미지가 두 배다, 대륙간을 넘나드는 비행일정에 내려서 바로 훈련까지 해야하니 고달팠다"고 털어놓았다.

마인드를 조금 바꿨다. 승패에 대한 가망없는 집착보다는 '얻어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는 "당시 '뭐라도 배워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렀다, 세계적인 고급 배구를 몸으로 부딪히고있고 눈으로 보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피지컬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까 하는 부분과, 또 한국에서만 있으면 루즈해지는데 한번씩 전환하는 느낌도 들었다, 팀을 옮기는 것도 그런 부분에서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다음 시즌, '통키'를 보기 위해 화성을 찾게 될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제가 이적한다고 했을 때 팬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셨는데 감사합니다, 늘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고 공 하나에도 진심을 담아서 경기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화성 경기장 많이 찾아주세요, 응원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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