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이 걱정했던 이마트 연수점 한달 뒤 가보니
정용진 "고객이 더 머물 수 있는 공간 선물"
치킨로봇·스마트팜...'미래형 이마트' 눈길
지난 3일 찾은 이마트 연수점에는 이마트 '최초', '최대'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미래형 이마트'를 표방하며 먹거리 외에 다양한 볼거리를 채워 넣으면서다. 이날 매장을 찾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매출이 많이 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리뉴얼 개장 후 추이를 보니 줄지 않았다"며 "우리의 예상이 적중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수점'에만 있는 것
인천에 위치한 이마트 연수점이 지난 3월 30일 리뉴얼 오픈한지 한달여가 지났다. 이곳은 5619㎡(1600평) 규모로 기존 1만2561㎡(3800평) 크기 보다 반절 이상 줄었다. 빈 공간은 △스마트팜 △참치 해체쇼 △대형 정육 쇼케이스 △치킨 로봇 등 볼거리가 채워졌다. 직영 매장이 축소됐지만 연수점 매출은 오히려 15%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먼저 1층엔 이마트 점포 최대 길이 축산매장이 들어섰다. 30m 쇼케이스 위에 냉장 축산물이 진열돼 있다. 일반 이마트 매장 보다 약 두 배 긴 수준이다. 상품 가지 수도 530여 개로 일반 매장(390여 개) 보다 많다. 한우도 기존 두 가지 종류에서 네 가지로 늘렸다.
매장 내에 비치된 육류 숙성고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토마호크, T본 등 프리미엄 축산제품을 숙성한다. 효율성이 낮은 숙성고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 매장과 대조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기 매니아층까지 모든 유형의 고객이 원하는 매장을 만들자는 콘셉트로 준비했다"며 "연수점 상권은 프리미엄 상품 수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수산코너에서는 '참치 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마트 연수점은 매주 주말 직접 참치를 해체해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오더메이드(Order-made)' 상품을 판매한다. 최근 외식업계 트렌드인 '홈마카세(홈+오마카세)' 수요를 잡겠다는 취지다. 쇼에는 참치 중에서도 고급으로 분류되는 '참다랑어'가 사용된다. 이마트는 경상남도 욕지도에서 양식한 참다랑어를 공급하고 있다.
참치쇼를 진행한 근무자는 "눈다랑어, 참다랑어, 황다랑어, 가다랑어 중 참다랑어는 자연에선 1% 확률로 잡힌다는 고급 참치"라며 "연수점은 가장 고품질의 참치를 제공하기 위해 참다랑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키트 매장도 평범하지 않았다. 연수점은 이마트 최초로 밀키트 전문매장을 구축했다. 이곳은 92㎡(28평) 규모로 일반매장 대비 취급 상품수를 크게 늘렸다. 한쪽엔 소량 포장된 채소 제품이 진열됐다. 밀키트 제품에 부재료를 추가하길 원하는 고객을 위한 코너다. 이마트는 앞으로 냉장뿐 아니라 냉동 밀키트를 중점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급속냉동 기술로 품질 높은 냉동 밀키트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면서 "냉동 제품은 유통기한이 길어 고객의 만족도와 재구매율이 높고 폐기율도 적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예상이 적중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정 부회장은 "이번 리뉴얼은 큰 실험이다. 매장 면적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 고객들이 더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선물했다"며 "이로 인해 매출이 많이 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리뉴얼 개장 후 추이를 보니 줄지 않았다. 우리의 예상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시장이 중요해졌다고 오프라인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며 "오프라인 매장 중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연수점처럼 바꾼 것은 꼭 필요한 투자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미래형 이마트 연수점 곳곳엔 적용된 첨단기술도 눈에 띄었다. 치킨 로봇이 도입된 델리매장과 스마트팜이다.
연수점 델리 매장은 매출 신장률이 가장 높은 코너다. 치킨 튀기는 로봇팔을 도입하는 등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리뉴얼한 덕분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단순한 볼거리뿐만 아니라 근무환경 개선까지 챙겼다"며 "튀김 업무를 로봇이 담당하면서 근로자들의 유증기 노출 시간이 줄었다"고 말했다.
옆쪽엔 실내 스마트팜 매장이 설치돼 있다. 연수점 스마트팜은 이마트 최초로 매장 내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 수확, 판매할 수 있는 곳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영양분을 공급하는 양액과 전기만 필요한 설비로 생산비용을 줄였다"며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상품 공급도 가능하고 유통과정을 줄여 기존 상품 대비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용준 (yj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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