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녹취록 파문'… 윤리위 징계수위 영향 줄까?

잇단 설화 논란으로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가 개시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녹취록' 논란까지 불거졌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진=뉴스1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녹취록 파문'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앞서 '설화' 논란으로 당윤리위원회에 회부된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일 MBC는 단독 입수한 태 최고위원의 음성 녹취록을 공개했다. MBC는 녹취록을 인용해 "지난 3월 일본 강제동원 배상안 발표 직후 여론의 비판이 쏟아질 당시 이 수석이 태 최고위원에게 한·일 관계에 대해 옹호 발언을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녹취록에서 태 최고위원은 보좌진에게 "이 수석에게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책과 관련해 적극 옹호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들었다"며 "이 수석이 최고위원 기간 마이크를 잘 활용하면 공천 문제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실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파장이 일었다.

지난 3일 태 최고위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관련 녹취록 논란에 대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최고위원으로서의 활동 중심을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이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녹음해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 한번 이진복 수석과는 최고위원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녹취록이 공개된 당일인 지난 1일에도 태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녹취에서 나온 제 발언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태 최고위원의 해명에도 녹취록으로 인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태 최고위원은 잇단 설화 논란으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징계 절차가 개시된 상태다. 당 윤리위는 ▲'JMS(Junk·Money·Sex) 민주당' 페이스북 게시물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발언 등 두 가지에 대해 태 최고위원의 징계 개시를 결정했다.

여기에 녹취록 논란까지 불거지자 태 최고위원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내부에서는 태 최고위원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공천 관여 파동까지 나온 어처구니없는 자중지란으로 그 중 두 사람(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은 양정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징계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태영호 의원이 별도로 사과를 하든 정치적 책임을 지든 조금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 논란 자체가 윤리위의 징계 결과나 양형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도 칼을 빼 들었다. 지난 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에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 논란'을 병합 판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날 국민의힘 강민구 수석 대변인은 "현재 태 최고위원 발언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윤리위에서 함께 병합해 판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리위원회는 오는 8일 2차 회의를 열고 태 최고위원의 소명을 들을 예정이다. 황 위원장은 "다음 2차 회의에서 당사자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4단계로 나뉜다. 당원권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는다면 내년 총선 과정에서 공천과 출마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태 최고위원이 받을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