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메카도시는 우리” 포항·새만금·오창·울산의 배터리 전쟁
꺼져가는 성장 동력에 앞다퉈 출사표
2차전지 산업 유치 경쟁 치열
[비즈니스 포커스]
2차전지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경북 포항, 전북 군산(새만금), 충북 청주(오창), 울산 등이 2차전지 특화단지 공모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2차전지·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략 산업 육성과 보호를 위해 ‘국가 첨단 전략 산업 특화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중 결론이 난다.
특화단지로 지정된 곳은 기반 시설 구축, 신속한 인허가 처리, 시설 투자,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 공제 등 전략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지역 성장을 견인해 왔던 철강·화학·조선 등 전통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지자체들은 2차전지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특화단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가 최근 한국의 2차전지 기업과 함께 최첨단 기술 개발에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2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 국가 전략’을 발표한 뒤 주요 지자체에 기업들의 투자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포항, 철강 도시에서 미래 도시로
‘제2 영일만 기적’ 만든다
포항은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등 양극재 선도 기업을 앞세워 철강 중심에서 벗어나 2차전지 산업의 전초 기지로 도약하고 있다. 과거 주력 산업이었던 철강 산업의 성장 둔화와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로 어려움에 직면하며 신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포항의 철강 산업 매출액은 17조원, 2차전지 산업 매출액은 5조원이다. 포항시는 2차전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머지않아 2차전지 산업 매출이 철강 산업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은 2차전지 산업으로 ‘제2 영일만의 기적’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포항은 영일만 산업단지와 블루밸리 국가 산업단지를 잇는 배터리 밸류 체인 구축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이엠, 포스코퓨처엠(양극재 생산)을 선도 기업으로 에너지머티리얼즈(리사이클링 원료 추출), 중국 CNGR(원료·전구체) 등 배터리 연관 기업이 집적돼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5년까지 양극재 생산 능력 총 27만1000톤을 목표로 투자를 이어 가고 있다. 최근 포스코퓨처엠이 포항에 연산 4만6000톤 규모의 셋째 양극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계획대로라면 포항에서만 연 10만6000톤 규모를 생산하게 된다.
에코프로는 2017년부터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원료·전구체·양극재·재활용까지 소재 수직 계열화로 전주기 밸류 체인을 갖춘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를 구축해 연간 18만 톤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포항 블루밸리 국가 산업 단지에선 2조원 규모의 원료·전구체·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를 종합적으로 생산하는 ‘에코프로 블루밸리캠퍼스(가칭)’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잇달아 유치하면서 포항은 2022년 기준 양극재 생산량 15만 톤으로 한국 1위를 차지했다. 포항은 2030년까지 양극재 100만 톤, 2차전지 원료·소재까지 총 200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기업과 함께 포스텍·2차전지종합관리센터·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방사광가속기연구소 등 산학연 협력 체계도 구축돼 있어 2차전지 연구와 맞춤형 인력 공급도 가능하다.
새만금, 러브콜 쇄도에 용지 모자라
LG화학·SK온 등 배터리 국가대표 유치
전북 군산은 새만금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이 모여들고 있다. 최근엔 LG화학과 중국 화유코발트가 1조2000억원을 들여 새만금 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차로 5만 톤의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향후 2차로 5만 톤의 생산 설비를 증설해 연간 10만 톤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LG화학·화유코발트의 1조원대 투자는 2022년 한 해 투자 유치 실적(21개사, 1조1852억원)을 초과한 금액으로 제조 분야 역대 최대 기업 유치 실적이다.
새만금 산업단지에는 올해 1~3월에만 1조8000원대의 투자가 이뤄졌다. 3월 23일 SK온이 에코프로, 중국 전구체 업체 거린메이(GEM)와 1조2100억원 규모의 전구체 합작 공장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3월 30일에는 하이드로리튬과 어반리튬이 각각 3255억원과 1737억원을 투자해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 생산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전북에는 2차전지 관련 소재 부품 34개사, 셀·모듈·팩 9개사, 전방 산업 12개사, 배터리 재활용 3개사 등 58개에 달하는 전후방 기업이 포진해 있어 2차전지 산업 집적화 단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새만금 산업단지에는 양·음극재 등 2차전지 소재 산업부터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분야까지 총 10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새만금이 주목받는 이유는 용지가 넓고 공항·항만·철도 등 트라이포트 구축 사업이 계획돼 있어 육해공 접근이 모두 가능한 입지 때문이다. 새만금 내부 발생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2026년 신항만 조성, 2029년 새만금국제공항, 2030년 새만금항 인입 철도가 개통될 예정이다.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면서 새만금 산업단지의 용지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새만금개발청은 아직 착공 전인 3·7·8공구의 매립을 1년 앞당겨 2025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울산, 산업 수도 영광 되찾기 사활
탄탄한 산학연 인프라 자랑
울산은 ‘산업 수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이번 특화단지 유치에 도전장을 냈다. 석유화학·비철금속 산업이 발달해 2차전지의 핵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질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고 2차전지 제조 공장과 한국의 첫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이 신설되는 등 관련 전후방 산업이 모두 발달돼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SDI는 미래형 차세대 전지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울산에 세계 최초의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울산에 1조원을 투자해 2차전지 소재 생산 공장을 신·증설하고 있다. 울산은 2022년 말 글로벌 2차전지 거점 도시 도약을 목표로 삼성SDI·현대차·고려아연 등 57개 기업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울산대 등과 산·학·연·관 연합체(얼라이언스)를 꾸리기도 했다.
우수한 연구 역량도 강점이다. 울산과학기술원과 전국 최고 규모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원천 기술 연구 지원 기반(인프라), 전국 최고 기업 지원 장비 활용률을 보이는 울산테크노파크의 전기차 2차전지 실증·평가, 사용 후 배터리 산업화 지원 기반까지 전 주기 기업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LG엔솔 품은 오창, K-배터리 중심지 노려
소부장 특화단지로 집적 효과
충북 청주도 출사표를 던졌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가 있는 오창을 중심으로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주요 기업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집적돼 있다. 국토의 중심에 있는 충북은 청주국제공항, KTX 오송역 등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로 2차전지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와 요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2월 2차전지 소부장 특화단지로 최초 지정되면서 앵커 기업을 중심으로 소부장 기업들을 집적돼 있어 기업 간 협력 생태계를 조성할 수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까지 오창에너지플랜트에 배터리 마더 라인, 시험 연구동 건설 등 생산 및 R&D 분야에 총 4조원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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