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벌써 12개 지역…쿠팡이츠 배달 할인 늘리는 이유는?
10일 시범 서비스 이후 확장 속도
주문 감소·서비스 품질 악화 원인
서울 전역으로 서비스 확장 예고
요기요도 멤버십 ‘요기패스X’ 출시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3위 쿠팡이츠가 또 한번 새로운 서비스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른바 와우할인. 쿠팡 유료 멤버십인 ‘와우’를 배달 서비스에 적용한 것인데요. 쿠팡 와우 회원이라면 쿠팡이츠에서도 주문 금액의 5~10%를 ‘무제한’ 할인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지난달 10일 서울 관악구와 송파구 2개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빠르게 확장 중입니다. 동작구, 영등포구, 금천구, 구로구 등으로 서비스 지역이 넓어지더니 재차 강서구, 종로구까지 추가되며 지난달 말 기준 서울 12개 구로 넓어졌습니다.
와우할인은 쿠팡 와우 회원이 쿠팡이츠 앱 내 와우할인 가능 음식점에서 2만원어치 음식을 주문하면 최대 2000원이 즉시 할인되는 구조입니다. 비용은 쿠팡이츠가 부담합니다. 배달 시장은 자꾸만 줄어든다는데, 쿠팡이츠는 왜 갑자기 이런 ‘파격적 할인’을 꺼내 들었을까요?
그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축소에 원인이 있습니다. 시장 성장에 따른 혜택 강화라기보단 시장 축소 속 고객 유치를 위한 파격 혜택인 것이죠. 다시 말해 배달 시장에서의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 파격 할인이라는 ‘고비용 카드’를 꺼냈습니다.
최근 배달 시장에서 쿠팡이츠의 입지는 자꾸만 줄고 있습니다. 2019년 5월 배달 시장에 ‘한집만 가는 단건 배달’이란 새로운 서비스로 시장에 진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배달 호황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소비자 외면 앞에 놓였습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898만명으로 지난 2월(2922만명) 대비 24만명 감소했는데요.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등으로 배달 수요가 줄면서 1년 전인 3532만명과 비교해선 634만명(18%)이나 줄었습니다.
특히 이용자 수 감소는 쿠팡이츠에서 유독 컸습니다. 지난 3월 쿠팡이츠 MAU는 298만명으로 1년 전 568만명과 비교해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시장 1위 배달의민족 MAU가 1929만명으로 7%, 시장 2위 요기요가 24% 감소 정도에 그친 것과 대조됩니다.
이러한 차이는 쿠팡이츠의 독특한 배달 구조가 원인이 됐습니다. 쿠팡이츠는 한집만 가는 단건 배달을 시작하며 배달을 일반인에게 맡기는 ‘크라우드소싱’을 도입했습니다. 쿠팡이츠는 한때 퇴근길 음식점에서 음식을 받아 배달에 참여하는 전 국민 배달 기사 시대를 열기도 했죠.
그런데 배달 주문이 줄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일반인을 동원해 한집에만 빠르게 가는 게 쿠팡이츠의 경쟁력이었지만, 배달 주문이 줄자 일반인의 배달 참여도 줄었습니다. 빠른 배달이라는 서비스 품질 저하, 그리고 이용자 이탈과 배달 참여 감소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쿠팡이츠는 최대 10% 할인이라는 유인책으로 우선 배달 주문부터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배달 주문이 늘면 자연히 배달에 참여하는 일반인도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배달이 없어 배달에 참여하지 않았던 일반인 배달 기사들을 다시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죠.
쿠팡이츠의 와우할인은 현장에서 꽤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서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와우할인을 시작하고 나서 확실히 배달 주문이 늘었다”면서 “전체 주문이 늘진 않았지만, 쿠팡이츠로 들어오는 주문이 확실히 증가했다”고 했습니다.
배달 주문의 증가는 쿠팡이츠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서비스 지역의 빠른 확장이 이를 방증하죠. 쿠팡의 이번 12개구 확장은 시범 서비스 시행 2주 만이었습니다. 서울시 내 25개 구 중 절반가량에서 와우할인을 적용하는 것으로 곧 서울시 전체로 확장을 예정했습니다.
문제는 결국 비용입니다. 쿠팡이츠는 고객이 받는 할인 혜택을 음식점이 부담케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할인 이전의 금액으로 음식점에 정산해 주고 다만, 한 가지 음식점에 요구하는 것은 향후 할인가만큼의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시장에선 곧장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 MAU인 298만명이 음식 2만원어치를 한번씩만 주문해도 할인에만 약 60억원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쿠팡이츠(쿠팡이츠서비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7232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쿠팡이츠는 와우할인이 단순히 쿠팡이츠의 서비스로만 꺼낸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쿠팡이츠 최대 10% 할인의 선결 조건이 와우 회원일 경우로 제한된다는 것이죠. 쿠팡은 쿠팡이츠 할인으로 유료 멤버십을 공고히 하고, 또 충성 고객을 모으는 수단으로 쓴다는 목표입니다.
월 4990원을 내는 쿠팡 와우 회원 약 1100만명은 이제 당일 배송인 로켓배송 무료배송, 로켓직구 무료배송, 30일 무료 반품, 전용 할인 쿠폰, 새벽배송,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 플레이 이용을 넘어 서울 지역 쿠팡이츠 주문 시 할인을 받을 수도 있게 됐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배달 시장의 멤버십도 늘어나는 모양새입니다. 요기요는 서울, 경기, 인천, 대전 일부 지역에서 ‘요기패스X’라는 무료 배달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월 9900원을 내면 ‘X’ 배지가 붙은 가게에서 2만원 이상 주문 시 배달비가 무료입니다.
배달의민족은 멤버십 확장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낮춘 ‘알뜰 배달’을 새로 도입했습니다. 배달 시장의 호황을 타고 배달비·수수료 인상을 계속해 온 배달 앱이 이제는 소비자와 음식점을 위하는 서비스를 더 많이 내놓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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