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급한데… 전세사기 특별법 처리 또 불발

박지원 2023. 5.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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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처리가 또 지연됐다.

여야가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여부 등 기존 쟁점 사안들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번 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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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피해자 인정범위 두고 이견
野 ‘선 지원 후 구상권’ 방식 주장
與는 재정지원 불가 입장 고수해
사실상 이번주 중 처리 물 건너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처리가 또 지연됐다. 여야가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여부 등 기존 쟁점 사안들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번 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 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3일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 심사를 이어갔다. 여야는 당초 지난 1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여당 안을 포함한 전세사기 특별법 3건을 병합 심사해 2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피해자 인정 범위 등을 두고 갈등을 거듭한 끝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처리를 미뤘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심사를 위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정재 소위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1일 소위에 이어 이날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추후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연합뉴스
이날 소위에서도 여야는 기존 쟁점을 둘러싸고 반목했다. 야당은 피해자 인정 범위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깡통 전세도 사기성이 인정되면 전세 피해로 보는데, 어떻게 사기로 볼 것인지 규정이 모호하다”며 “미추홀구 사례, 빌라왕 사례가 다 다르다. 상업용 빌라 사기 사건은 주택이 아니라 피해자가 아닐 수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先) 지원 후(後) 구상권 행사’ 방식의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민주당 전세사기대책특별위원장인 맹성규 의원은 “보증금 반환이 안 된다면 실질적으로 이에 상응하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며 여당을 탓했다.

병합 심사 대상이 된 특별법안 중 하나를 발의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소액보증금 우선변제 제도에 특례를 적용하되, 적용이 힘든 피해자에 대해서는 경매 등 다른 수단으로 보전받은 금액과 소액보증금 우선변제액만큼의 차액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하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다른 사기범죄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나랏돈으로 보증금을 직접 지원하는 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인 간의 사기범죄에 국가가 대신 보상해주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공공이 주택 경·공매를 대리하는 법률 지원서비스를 제시하면서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오후 2시 속개된 회의는 50여분 만에 산회됐다. 여야는 이번 주말까지 계속해서 협의를 이어가며 합의점을 모색하고 소위 일정을 결정할 계획이다.

소위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하면 지원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의명분은 모두 공감했다”면서도 “굉장히 복잡다단한 많은 문제가 얽혀 있어 다음에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맹 의원도 “피해자들에게 폭넓고 깊게 지원할 수 있도록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간사와 지속해서 논의하고 앞으로 또 회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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