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우승 위한 마지막 퍼즐 '50억 유격수'의 각오 "올해는 믿어주세요"

광주=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2023. 5.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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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혁 득점.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 롯데는 2023시즌을 앞두고 열린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1992년 이후 31년 만의 우승을 위해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다.

이번 FA 시장에서 롯데의 목표는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힌 포수와 유격수 포지션을 보강하는 것이었다. 이에 LG에서 FA로 풀린 포수 유강남(30)을 4년 최대 80억 원에 가장 먼저 데려왔고, 뒤이어 NC에서 FA를 선언한 유격수 노진혁(33)과 4년 총액 5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키움 소속이었던 한현희(29)까지 3+1년 총액 40억 원을 주고 영입해 총 170억 원을 투자했다. 비FA 다년 계약, 방출 선수 영입 등에 쓴 금액을 제외하고도 이번 FA시장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FA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롯데는 그만큼 우승을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낸 것이다.

롯데는 시즌 초반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4월을 8연승, 단독 1위로 마무리한 데 이어 5월 첫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파죽의 9연승을 질주했다. 롯데의 9연승은 2008년 이후 무려 15년 만이다. 비록 3일 KIA전에서 2 대 10으로 패하며 10연승이 무산됐지만 여전히 단독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영입생 중 공수에서 모두 힘을 싣고 있는 유격수 노진혁의 활약이 돋보인다. 노진혁은 올 시즌 전체 유격수 중 타율 3위(2할7푼)에 올라 있고, 평균 대비 수비 기여도를 나타내는 WAAwithADJ에서도 3위(0.153)를 달리고 있다.

그동안 유격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롯데에게 노진혁의 활약은 반가운 소식이다. 2021시즌 이후 떠난 딕슨 마차도 이후 약점으로 꼽혔던 유격수 자리를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시작한 롯데에서의 첫 시즌. 노진혁은 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와 3연전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올 시즌 목표를 밝혔다.

노진혁(오른쪽). 롯데 자이언츠

최근 흐름이 좋은 노진혁이다. 개막 후 4경기째까진 시즌 타율이 7푼1리까지 떨어질 정도로 고전했다. 하지만 지난달 8일 kt전부터 18일 KIA전까지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는 등 금세 반등에 성공했다. 노진혁은 "초반에는 시작이 좋지 않았는데 4월 한 달 전체를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선방을 한 것 같다"고 웃었다.

맹활약 뒤에는 부모님의 정성이 있었다. 부모님이 부산 사직구장을 돌며 막걸리를 뿌린 뒤 거짓말처럼 방망이에 공이 잘 맞기 시작했다. 아들의 반등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낸 것.

노진혁은 "옛날에는 고사를 지내면 이런 식으로 막걸리를 뿌렸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도 너무 못할 때 부모님과 아내가 경기장 주변에 막걸리를 뿌렸다"면서 "작년 생각이 나셨는지 올해도 한번 더 뿌리러 오셨다. 그 이후에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든든한 응원은 노진혁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됐다. 노진혁은 "시범 경기 때부터 경기력이 좋지 않아서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면서 "아들이 처음 이적을 하고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셨던 것 같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 결과 최근 롯데의 상승세를 이끈 주역이 됐다. 노진혁은 지난 2일 KIA전까지 팀의 9연승에 대해 "무려 15년이 걸렸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면서 "올 시즌 새 기록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일찍 이룬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현재 롯데의 팀 실책은 13개로 삼성(1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노진혁은 이 부분을 최근 팀의 상승세 비결로 꼽았다.

노진혁이 지난 시즌까지 NC에서 뛰며 바라본 롯데는 수비가 약한 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에 합류한 뒤 생각이 바뀐 그는 "팀이 질 때면 실책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올 시즌 실책이 2개 이상 나온 경기가 없었다"면서 "선수들과 바람의 방향, 수비 위치 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격수로서 내야를 든든히 지키고 있는 노진혁에겐 막중한 책임감이 있다. 그는 "투수들의 멘털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일단 내 근처에 오는 공을 잘 잡고 평범한 타구들 쉽게 처리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구단에서 나를 믿고 영입한 만큼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팀에서 중고참급인 만큼 선후배 사이의 가교 역할까지 하고 있다. 노진혁은 "모든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한)동희는 지금 잘하고 있지만 시즌 초반 부진해서 많이 다독여주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과도 야구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노진혁. 노컷뉴스

4월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30일 부산 사직구장에는 만원 관중(2만2990 명)이 몰려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이날은 특별히 롯데의 10연승을 기원하기 위해 사직구장에서 전광판 응원전이 펼쳐졌다. 롯데 구단은 광주 원정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한 팬들을 위해 홈 구장을 무료로 개방해 1500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노진혁은 이처럼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롯데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는 "확실히 롯데 팬들이 열성적인 면이 있으시다. 팀의 전통이 깊은 만큼 매 경기 관중석을 보면 굉장히 많은 팬들로 가득차 있다"면서 "처음에는 당황할 정도였지만 이제는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방법은 우승뿐이다. 노진혁 역시 팬들의 우승 염원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지인 중에도 롯데 팬이 있는데 항상 '올해는 믿어도 되나'라고 묻는다"면서 "일단 지금 좋은 순위에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그 자리를 지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당당하게 '믿어도 된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광주=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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