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공동의 문화가치 지녀…미래세대에 전승해야”[인터뷰]

조민정 2023. 5.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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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관 출신’ 어우 보첸 TCS 사무총장
‘경주·일본 나라·중국 양저우’ 문화재 둘러봐
“시공간 초월한 느낌…한중일 협력 중요한 자산”
“과학기술, 온라인 활용해 문화전승 고민해야”

[경주·나라(일본)·양저우(중국)=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음식과 언어 등 동아시아 문화는 한중일 3국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공동의 문화가치가 한중일의 가장 고귀한 자산이죠.”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과거부터 연을 이어온 탓에 어두운 과거와 이해관계가 얽힌 역사적 문제가 3국 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유사한 문화권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중일3국협력사무국(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 TCS) 어우 보첸 사무총장은 과거부터 이어진 한중일 3국의 문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정신을 강조하며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문화를 전승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 정신은 화합하되 붙어 다니진 않는다는 뜻으로, 공자의 논어에 등장한다.

중국의 외교관 출신인 어우 보첸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 중국 양저우에서 열린 ‘동아시아 문화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TCS)
“시공을 초월한 ‘한중일’…화이부동 문화의 초석”

중국의 외교관 출신인 어우 보첸 사무총장은 지난달 19~29일 이데일리와 ‘2023 동아시아 문화도시 미디어 및 인플루언서 투어’를 함께하며 3국의 문화적 동질성을 강조했다. 그는 “동일한 문화는 비슷한 생각을 갖도록 하고, 공동의 문화가치를 형성한다”며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소실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깊어지게 되며 한중일 협력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어우 총장이 기획한 이번 투어는 올해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경주와 일본 나라, 중국 양저우’의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고 공통된 문화를 발견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한·중·일 문화장관은 매년 회의를 통해 각 나라별 대표 문화도시를 선정하고, 선정된 도시들 간 관광, 청소년 교류, 문화 산업 협력 등을 촉진하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TCS는 사업 10주년을 기념해 ‘공통의 문화·공동의 미래(Shared Culture·Shared Future)’라는 슬로건으로 열흘간 각 문화도시를 방문하고 동아시아 문화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투어를 통해 경주 불국사와 일본 나라시의 ‘도다이지’(東大寺), 중국 양저우의 대명사(大明寺)를 모두 둘러본 어우 총장은 “시공간을 초월한 느낌”이라고 명료하게 표현했다. 그는 “문화재를 보며 유교와 불교 분위기에 휩싸여 있을 땐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감진대사 조각상과 최치원 선생 기념관에 들어설 땐 우리가 그들의 시대를 가서 서로의 문화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당나라 고승 감진대사는 일본에 불교를 전파한 인물이며, 신라의 학자 최치원은 중국 양저우에서 관리 생활을 하며 우호교류의 선구자로 꼽힌다. 모두 3국 문화교류의 선구자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3국 문화의 뿌리가 크게 다르지 않단 점을 직접 확인한 어우 총장은 현재 우리의 삶 속에도 서로의 문화가 묻어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말을 하지 않고 얼굴만 보고 있으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고, 얘기를 할 땐 알게 모르게 상대방의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며 “동아시아 문화는 어떤 기준으로 정확하게 나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어, 일본어엔 한국어와 똑같은 단어가 적지 않아 대화를 하다 보면 재밌는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미묘한 삼각관계’는 일본어로 똑같이 ‘미묘한 삼각관계’로 발음한다. 가방, 고속도로도 일본어와 발음이 똑같다. 김밥 속에 넣는 ‘지단’은 중국어로도 같은 뜻으로 쓰이며, 계란이란 뜻으로도 쓰인다.

경주 불국사(왼쪽)와 일본 나라시의 ‘도다이지’(東大寺)(오른쪽).(사진=TCS, 조민정 기자)
“‘과학기술 활용’ 문화전승 고민…젊은 세대 과제”

어우 총장은 악화된 국제관계 영향으로 느슨해진 3국의 연결고리를 다시 강화하고, 코로나19 여파로 뜸해진 국제 교류를 활성화할 것을 강조했다. 과거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이 직접 중국에 넘어가 관리 생활을 하며 다시 신라에 문화를 전파하는 ‘오래된 방식’과 비교하면 지금은 인터넷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객관적 여건이 훨씬 더 나아졌단 점도 짚었다.

그는 “현대에 들어서 동아시아 교류는 포퓰리즘 등 공격을 받고 있지만 선구자들이 직접 문화를 전파하고 교류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어렵지 않다”며 “옛날 사람들은 지혜로 동아시아 문화를 창조해왔다, 우리도 함께 노력하면 우리만의 희망찬 미래를 창조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들이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어떻게 3국의 소통을 강화하고 동아시아 문화를 전승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과제를 던졌다. 그는 “이번 투어를 개최한 이유는 한중일 3국 국민, 특히 청년세대에게 동아시아 문화는 끊이지 않는 유구한 역사라는 점과 공통된 문화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2021년 9월 취임해 오는 8월 임기를 마치는 어우 총장은 앞으로 “청소년 교류와 한중일 왕홍 대회 등 대면 교류를 강화하는 동시에 온라인을 통해 대면 교류를 좀 더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문화도시는 문화 분야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분야의 협력으로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문물보전 협력과 한중일음악박물관 조성 등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한편 TCS는 동북아 평화와 공동번영의 비전 실현을 위해 한·중·일 3국 정부가 서명·비준한 협정에 따라 설립된 국제기구로 3국 외교관이 돌아가며 사무총장을 맡는다. 2014년부터 시작한 ‘동아시아 문화도시 프로젝트’ 사업은 지금까지 한·중·일 3국 31개 도시에서 진행된 바 있다.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이 주최한 ‘2023 동아시아 문화도시 미디어 및 인플루언서 투어’ 참가자들이 지난달 20일 경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TCS)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이 주최한 ‘2023 동아시아 문화도시 미디어 및 인플루언서 투어’ 한·중·일 참가자들이 경주 불국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TCS)

조민정 (jj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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