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응급실 뺑뺑이’ 의료기관 4곳, 보조금 지급 중단·과징금 부과

3월 대구 10대 치료 병원 못 찾아 구급차서 사망
대구파티마·경북대·계명대동산·대구가톨릭대병원 행정처분
보조금 3억6400만원, 과징금 5344억원 규모
“과징금 최대 22일 영업정지에 갈음”

경북대병원 전경. /경북대병원

정부가 지난 3월 대구 한 건물에서 떨어진 10대 학생이 수용 가능 병원을 찾지 못해 2시간 넘게 떠도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된 지역 응급의료기관 4곳에 행정처분을 내렸다.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2억2000만원의 보조금 지급 중단과 약 3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 소방청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존 119 구급대와 병원 의료진이 별개로 사용했던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을 일원화하고, 응급의료기관에 119 구급대의 수용 의뢰 사실 여부를 기록·관리하도록 해 응급 환자 수용 책임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 연관 4개 병원…보조금 지급 중단·과징금 철퇴

복지부는 지난 3월 대구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사망 사건 조사와 전문가 회의 결과, 관련 8개 의료기관 중 4개 응급의료기관에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행정처분 대상 의료기관은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이다.

이들 기관은 응급의료법에 따른 중증도 분류 의무 위반,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로 행정 처분을 받았다. 앞서 지난 3월 19일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은 건물에서 떨어진 뒤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으며 2시간 이상 떠돌다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

경북대병원 응급실 입구. /뉴스1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은 시정명령과 보조금 지급 중단,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경북대병원에 지급 중단되는 보조금은 2억2000만원이다. 과징금은 1670만원이다. 파티마병원은 4800만원 보조금 지급 중단, 과징금 3674만원 처분을 받았다 계명대동산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은 각각 보조금 4800만원이 끊긴다.

김은영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비상진료체계를 갖추지 못할 경우 의료기관에 1회 15일 영업정지 처분을 할 수 있고, 중증도 위반 부적정 수용도 15일 처분을 내릴 수 있다”며 “다만 두 번째는 2분의 1 감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티마병원이 받은 과징금은 22일 영업정지분이며, 경북대병원은 절반가량이다.

경북대병원 보조금 중단 규모가 가장 큰 이유는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로 지정 받은 데 따른 것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법에 따른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이다. 중증응급환자 중심 진료와 권역 내 다른 의료기관에서 이송되는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수용과 재난 대비·대응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환자에게 신속하고 전문적 치료를 제공한다. 지정 받기 위한 기준이 까다롭지만, 지정시 정부로부터 해마다 보조금을 지원 받을 수 있다.

김 과장은 “이번에 행정처분으로 요구한 것은 시정명령이 주내용으로, 이를 이행하는 것을 담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다만 의료기관 영업정지는 진료가 이뤄지지 않는데, 이는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망사고 후 재발 방지 대책…”환자 분류 기준 통일·환자 수용 기준 마련”

정부는 이번 사망 사건과 관련, 지역 내 응급 의료 주체 간 연계와 협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인정했다. 박용주 소방청 구급의료팀장은 “병원과 구급 대원 사이 환자 정보 제공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중증도 분류가 상이한 부문과 향상해야 할 부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했고 지침을 강화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119 구급대는 응급환자 중증도를 응급, 준응급, 잠재응급, 대상외까지 4단계로 분류한다. 반면 병원 의료진은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KTAS)으로 5단계로 구성한다. 앞으로는 KTAS로 통일할 계획이다.

환자를 이송한 구급차들이 줄지어 있다. /연합뉴스

응급의료기관이 119 구급대로부터 전달 받은 수용 의뢰 사실과 이에 대한 수용·미수용 회신 내역도 기록·관리하도록 한다. 김 과장은 “대구에서 시정명령 대상이 되는 곳부터 우선 시행한 뒤 모든 응급의료기관에 수용 기록을 의무화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수용 의뢰 뒤 수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정보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고, 이걸 관리하는 게 1차적인 목표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 수용 책임 강화를 위한 기준도 세운다. 추가 응급환자 수용이 어렵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응급실 병상과 인력과 같은 자원 부족, 기존 환자로 인한 응급실 포화를 고려한다.

이 밖에 지자체와 구급대, 의료기관을 포함해 주요 이송 곤란 사례를 검토하는 상설 협의체도 구성한다. 정기 사례 검토 회의를 운영해 대응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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