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 실세들만 온다”… SK그룹 출세 창구된 SK㈜ C&C

변지희 기자 2023. 5.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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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 C&C 대표 거친 뒤 그룹 요직 맡아 승승장구
박성하 SK스퀘어 사장, 작년 데이터센터 화재에도 영전 논란
윤풍영 현 대표, 하이닉스 인수 당시 박정호 부회장 휘하에
박정호 SK하이닉스·SK스퀘어 부회장./SK스퀘어 제공

SK그룹에서 출세 코스로 알려진 회사가 있다. 바로 SK㈜ C&C다. 연 매출이 2조원대에 불과하지만 대표이사 출신들이 SK그룹 내에서 핵심 보직을 차지하면서 ‘출세 창구’로 통한다. 경쟁사인 삼성SDS와 LG CNS의 경우 대표이사가 되면 그 곳이 최종 종착지나 다름 없는데 SK㈜ C&C만 유독 이 곳을 거친 사람들이 승승장구해 주목받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부회장은 SK㈜ C&C 대표이사를 맡은 후 ‘실세’로 입지를 굳힌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2015년 SK C&C가 SK와 합병한 후 처음으로 대표이사를 맡았다. 박 부회장은 마산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대학 동문이며, 최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박 부회장은 1988년 SK네트웍스의 전신인 선경에 입사한 후 SK텔레콤 뉴욕사무소 지사장, 마케팅전략본부 팀장 등을 맡았다. 2004년에는 상무, 2008년 전무, 2011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신세기통신, 하이닉스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2015년 8월 SK와 합병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SK㈜ C&C 대표이사가 됐다. 그가 SK그룹 내에서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그는 SK㈜ C&C 대표이사를 지냈던 2015~2016년 사이 최태원 회장 중심의 SK그룹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매출도 2015년 1조2875억원에서 2016년 1조4828억원으로 15.2% 성장시켰다. 이후 2016년 SK텔레콤으로 돌아가 대표이사를 지냈고, SK텔레콤이 투자회사인 SK스퀘어를 인적분할하자 SK텔레콤 부회장·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맡았다. SK㈜ C&C 대표이사를 거친 후 그룹 내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한 셈이다.

박성하 SK스퀘어 사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감사에 출석했다./뉴스1

작년 말까지 SK㈜ C&C 대표이사였던 박성하 SK스퀘어 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가 수습되기 전 SK㈜ C&C에서 SK스퀘어로 이동하면서 영전(榮轉) 논란이 일었다. 당시 화재와 관련해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는데, 결과가 나오기 전에 거취를 옮긴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 등기임원에도 올랐다. 박 사장이 SK㈜ C&C 대표를 지냈던 2020년과 2022년 사이 연 매출은 1조8000억원 수준에서 2조1967억원으로 커졌다.

올해 취임한 윤풍영 SK㈜ C&C 대표이사는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IBM코리아에 입사했다가 2007년 SK그룹으로 이동해 재무기획·전략을 담당했다. 2009년에는 SK텔레콤의 사업개발전략 담당으로 이동한 뒤 2013년 SK C&C로 옮겨 성장사업기획팀장, 2016년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2018년 SK텔레콤으로 다시 이동해 PM그룹장, 코퍼레이트 센터장,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친 뒤 2021년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하고 6년 만에 다시 SK㈜ C&C로 돌아왔다.

SK C&C가 SK와 합병하기 전 대표를 맡았던 정철길 전 SK 부회장은 SK구조조정추진본부, SK경제경영연구소 경영연구실 실장을 거쳐 SK C&C로 자리를 옮겼다. 경영지원부문 부문장, IT서비스 사업 총괄사장을 지낸 뒤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SK C&C를 떠난 뒤엔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과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예외도 있다. 안정옥 SK㈜ C&C 사장은 재임 기간인 2017~2019년 미등기 임원에 머물렀고, SK㈜ C&C를 끝으로 퇴직했다. 그는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선더버드(Thunderbird)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뒤 SK에너지, SK이노베이션 등을 거쳐 SK C&C에서 근무했다.

업계에서는 “SK㈜ C&C를 거치며 그룹 실세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실세인 사람이 SK㈜ C&C 대표이사로 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성하 사장과 윤 대표는 박정호 부회장이 M&A 성과를 낼 때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SK그룹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풍영㈜ SK C&C 사장 신년사 발표 모습. /SK㈜ C&C 제공

SK㈜ C&C는 IT서비스업계 ‘빅3′로 불리지만 외형은 경쟁사들과 비교된다. 삼성SDS와 LG CNS의 작년 매출은 17조원대와 4조원대이지만, SK㈜ C&C는 작년 매출이 2조1968억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간배당 등 비경상적 배당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며 “실질적인 IT서비스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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