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환자들 실손보험 지급에 빨간불 켜지나

■정맥학회 주도 ‘초음파진단 가이드라인’ 논란

■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철처히 패싱 당해”

■김승진 회장 “안전띠 매는 검사법도 명시해야”

팔다리에 분포되어 있는 정맥은 근육 사이에 놓여있는 심부정맥과 피부 바로 밑으로 보이는 표재정맥, 그리고 이들 두 정맥을 연결하는 관통정맥 세 가지로 구성된다. 하지정맥류는 표재 정맥이 늘어나서 돌출되어 보이는 것을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하지정맥류 환자수는 2022년 39만 7699명으로 2018년 26만 2384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최근 대한정맥학회 등 6개 학회가 발표한 ‘하지정맥류 진단을 위한 근거 중심 초음파 검사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정맥학회 주도로 대한혈관외과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외과초음파학회 등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맥학회는 “정맥질환은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이 필수적이지만, 주관적 판단 개입의 여지가 많아 하지정맥류 진단법의 기준 확립과 술기 표준화를 위해 검사법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지정맥류 수술을 많이 시행하는 개원의 단체인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회장 김승진, 이하 의사회)가 이 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완을 요청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승진 회장은 3일 입장문을 통해 “절차적 측면에서 유관 단체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병원과 보험사 간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면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조금이라도 기준을 벗어나게 되면 실손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보류하고나 거부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한다”면서 “환자들이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3-2 항목에 ‘환자가 서 있는 자세에서 측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상당수 병의원, 심지어 대학병원에서까지 환자 안전을 위해 환자가 침대에서 누운 상태에서 안전띠를 하고 침대를 60도 이상 세워서 검사를 한다. 이 내용이 가이드라인에서 빠지면 실손보험사들과의 분쟁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분석이다. 김 회장은 “환자들이 손으로 뭔가를 잡고, 혹은 그냥 서 있는 자세가 불안할 뿐 아니라 기립성 저혈압 환자 등의 경우 검사 도중 쓰러지면 대형사고가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안전띠를 하고 침대를 세워서 하는 검사가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아니며 환자 안전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또한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교과서 내용과 다른 방식의 검사법이 들어가 있다. 교과서적으로 진료를 한 병원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하지정맥류 치료의 최전선에 있는 심장혈관외과 개원의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 조차도 없었다”면서 “민간보험사 보험금 지급문제와 연관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의사회와 논의없이 발표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