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340조원 시대...수익률 낮은 은행권, 고객 사수 '특명'

김도엽 기자 2023. 5. 4.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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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본격 시행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앞두고 은행권이 퇴직연금 점유율 사수에 나섰다.

디폴트 옵션 도입으로 퇴직연금도 투자란 개념이 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 등으로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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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본격 시행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앞두고 은행권이 퇴직연금 점유율 사수에 나섰다. 디폴트 옵션 도입으로 퇴직연금도 투자란 개념이 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 등으로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 1분기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퇴직연금(DB·DC·IRP) 적립금은 총 136조1987억원으로 전년 동기(115조6863억원) 대비 17.73%(20조5124억원) 늘어났다. 전체 퇴직연금 시장(338조원)의 약 40%를 5대 은행이 차지하고 있으며 범위를 은행권 전체로 넓히면 52% 가량(174조원)을 점유한다.

그동안 은행들이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데는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또 퇴직연금의 특성상 퇴직이 가까워져야 관심이 커지다 보니 회사가 연계된 은행에 가입해주면 묵혀두는 근로자가 많았다. 하지만 오는 7월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되면 근로자가 퇴직연금 운용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며 퇴직연금 시장도 급변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연금사업자가 제시하고 근로자가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근로자가 본인의 연금 운용방법을 살피기 때문에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이 운용하는 퇴직연금 수익률은 증권사에 비해 저조하다. 올 1분기 5대 은행의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 평균은 확정급여형(DB)이 2.37%, 확정기여형(DC)이 2.45%, 개인IRP가 2.24%였다. 반면 대형 증권사 3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의 퇴직연금 수익률 평균은 DB형 2.81%, DC형 2.86%, IRP 2.88%로 5대 은행에 비해 0.45~0.64%포인트(p) 높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하반기부터 퇴직연금 사업자(은행·증권사·보험사)들이 디폴트옵션 승인을 받은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순위를 공개할 예정이다. 또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 공시 여부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원리금 보장 상품의 수익률만 공개되고 있다. 수익률이 전부 공개되면 은행권도 단순히 안정성을 무기로 가입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은행권도 퇴직연금 가입자를 붙잡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대형은행들이 개인형 IRP 신규·추가 입금 고객 대상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5대 은행은 퇴직연금 가입자 전용 상담센터를 확충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질과 수익률 향상에 애쓰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것은 고객의 성향과 은행·증권사의 업종적인 차이가 반영됐다"면서도 "디폴트옵션이 시행되고 수익률이 공개될 때에 맞춰 은행도 수익률 제고에 힘쓰고 있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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