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방한 일성은… 통화스와프 등 '부담 덜한' 성의 표시 가능성
과거사 문제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딱 집어 얘기하는 게 최대치"
(서울=뉴스1) 노민호 이창규 기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다음주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로 하면서 그의 방한 일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국내 여론은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지난 3월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에 따른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제시하길 기대하고 있는 상황. 우리 정부 관계자들 또한 "기시다 총리가 빈손으로 우리나라를 찾진 않을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일관계에 밝은 전문가들로부턴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나름의 성의 표시를 하더라도 우리 측의 기대와는 다른 형태·방식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시다 총리의 일본 내 여론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결정은 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기시다 총리는 오는 7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에 대한 정상 간 의지에 따라 안보와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특히 경제 분야에선 지난 2015년 시한이 만료된 한일 통화스와프협정을 다시 체결하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한일정상들이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하자는 메시지를 발신한다면 관련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이 발생할 경우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미국 달러화를 차입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계약으로서 국가 간 금융협력의 상징으로 꼽힌다. 우리나라가 통화스와프를 맺은 최초의 국가는 2001년 일본이었다. 그러나 2일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담에선 이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기술 분야나 공급망, 기술협력 등을 촉진하기 위한 한일 양국의 공동 투자 방안 또한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수 있는 사안으로거론된다.
안보 부문에선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에 합의한 데 맞춰 "일본과도 협력의 '틀'을 확대 또는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을 기점으로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다만 우리 정부는 한미 간에 설치키로 합의한 '핵협의그룹'(NCG)에 우선 집중한다는 방침이어서 한일 또는 한미일 간 협의체 구성으로 가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외교적 측면에선 우리나라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노력이나 2024~25년 임기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 과정에서 나름의 메시지를 전해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우리나라와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간 협력이나 주요 7개국(G7) 체제의 확대 논의와 관련한 기시다 총리의 언급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한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G7을 우리나라까지 포함한 주요 8개국(G8)으로 확대하거나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자 협력 강화 차원에서 한국의 쿼드 가입에 일본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측에선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과거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언급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 내용을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직접 얘기해주기 바란다"는 뜻을 일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가 우리 측의 이 같은 바람에 호응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딱 집어서 말하는 게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라며 "선언 내용을 얘기하는 수준까진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수 있단 관측도 있으나 "현재로선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게 없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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