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우 상상인 사회공헌파트장 "휠체어 아닌 '작지만 큰 행복' 드립니다"

박슬기 기자 2023. 5. 4.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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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박하엘·김도윤, '신체발달 프로젝트' 지원 받아 메달 휩쓸어
권현우(왼쪽) 상상인저축은행 ESG팀 사회공헌파트장과 박하엘 군이 4월18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1 상상인증권 대회의실에서 인터뷰하며 웃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희망이란 '내 생각에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생각이 무모하고 작아 보여도 나의 생각에 공감해주고 그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저와 그리고 저와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될 것입니다."

권현우 상상인저축은행 ESG팀 사회공헌파트장은 지난 4월18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1 상상인증권 대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상상인그룹은 앞서 2018년부터 휠체어가 필요한 전국 아동·청소년에게 수동 맞춤 휠체어와 전동키트(휠체어 이동보조기기), 안전용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수동 휠체어에 모터 격인 전동키트를 달면 전동휠체어가 되는 구조다. 현재까지 3000여명의 아이들이 상상인에서 휠체어 지원을 받았다.

상상인은 제공됐던 휠체어가 아이들의 신체 성장으로 몸에 맞지 않을 경우 기존 휠체어를 수거 후 새로운 휠체어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전동 휠체어 가격은 약 300만원부터 시작해 가볍고 기능이 많은 휠체어는 1000만원 선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정부지원금은 48만원에 그쳐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해 장애인 가정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특히 장애 아동 청소년이 성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휠체어는 평균적으로 5대 안팎이다. 성장 속도에 맞춰 2~3년에 한 번씩 휠체어를 바꿔야 하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제때 교체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유준원 상상인 대표는 여러가지 사회공헌 사업들을 검토하던 중 2018년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팀에서 아동용 휠체어 5대 지원 요청을 받았다.

유 대표는 당시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동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해 몸에 맞지 않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다 척추측만증 등 2차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유 대표는 휠체어 5대를 제공하는 일회성 지원에서 나아가 휠체어가 필요한 모든 아동들에게 맞춤형 휠체어를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권현우 파트장은 "휠체어를 지원하는 데 큰 비용이 들어가지만 어려운 현실에 놓인 장애 아동들의 상황에 공감하며 진정성 있게 사회공헌활동에 힘을 보태주는 점이 상상인 사회공헌활동의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상상인은 휠체어와 전동키트를 지원한 아동 청소년 가운데 재활·운동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휠체어 사용 아동 신체발달 프로젝트'도 2021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애 아동·청소년들이 육상선수로서의 재능을 발견하고 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해 메달을 수상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박하엘 군.
중증장애(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는 박하엘(16·노원고 1학년)군은 이같은 지원 받아 지난해 5월 장애인체육회가 주최하는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곤봉던지기 종목에서 금메달, 투포환 종목에서 동메달을 땄다.

박하엘 군은 "육상을 시작한 지 1년이 됐지만 그 누구보다도 열정을 갖고 운동하고 있다"며 "나도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면 행복하다"고 웃었다.

박군의 장래희망은 육상 국가대표선수다. 박군은 "K리그1(1부리그) FC서울의 열혈 팬으로 축구 선수들의 운동경기를 보면 '나도 이들처럼 끊임 없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며 "운동을 할 때 당장의 기록보다 기본기를 튼튼히 쌓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군은 "모든 장애선수들이 롤모델"이라며 "힘든 훈련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박군이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박군의 모친 권영혜(45)씨는 "의료 보험 수가 등의 문제로 대부분의 병원에선 초등학생까지만 재활치료를 해주고 중학생 이후에는 환자로 아예 받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며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장애 청소년이 재활치료나 운동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막상 알기가 어렵고 두드릴 곳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김도윤 군.
상상인에서 휠체어와 재활체육 프로그램을 지원받은 김도윤(18·관악고 3학년)군도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활동적인 성격으로 어려서부터 야구 등 다양한 운동을 해왔다.

특히 상체 근력이 좋아 주변에서 운동을 하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아왔던 김 군은 2021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김 군은 "운동은 휠체어 육상 이윤오 감독을 통해 시작했다"며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주최하는 하계 스포츠캠프를 추천받아 캠프를 통해 여러 종목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 중 달리는 것이 좋아서 많은 종목 중에 휠체어 육상을 선택해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군은 2022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육상트랙 100m·200m계주에서 각각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400m 계주에선 은메달 등을 손에 거머쥐었다. 김군은 지금까지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2번 출전했다.

그는 "대회에 참가하면서 매번 '내가 아직 실력이 부족하구나',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를 느꼈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며 "고비나 어려움이 왔을 때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한다"고 전했다.

김 군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지난해 10월23일 열린 제42회 전국장애인체전 200m 경기를 꼽았다. 그는 "경기에서 이윤오 감독과 1000 분의 일초까지 똑같은 기록으로 공동수상한 진기록을 세웠다"며 "스승과 제자가 똑같은 기록을 세워 공동 메달을 획득한 것은 대한민국 휠체어 육상 트랙부분 역대 최초의 기록으로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윤오 감독과 김 군은 남자 육상트랙 200m에서 31초 428의 같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끊었다. 김 군은 국가대표가 돼 패럴림픽에서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상상인의 수동 휠체어와 전동키트를 지원받은 한 어머니는 권 파트장에게 "매번 휠체어를 뒤에서 밀어주다가 지원받은 휠체어와 전동키트 덕분에 아이가 스스로 이동할 수 있어 손잡고 나란히 걸을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권 파트장은 "자녀와 손잡고 나란히 걷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작은 일일 수 있지만 휠체어 사용 아동 가족들에게는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일이어서 작지만 큰 행복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이 사회공헌 담당자로서의 가장 큰 보람이자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게 다닐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길을 열어주고 자립과 더불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돕는 장치들이 필요하다"며 "휠체어 사용 아동 뿐만 아니라 '장애'라는 걸림돌로 힘들어하고 있을 더 많은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지원 사업을 통해 그들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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