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율동은 했다"…이영하 '악습 대물림'은 잘못인데, 왜 석연치 않을까

김민경 기자 2023. 5. 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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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이영하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공덕동, 김민경 기자] "다 같이 놀렸던 것 같다. 내 동기도 그렇고, 나도 노래까지는 아니지만 율동은 했다."

두산 베어스 우완 이영하(26)는 학창 시절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악습이 돼 10여 년 뒤 법정에 설 줄 알았을까. 이영하는 3일 서울시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한 학교폭력 관련 6차 공판에 참석해 피고인 신문과 최후 진술을 했다. 지난해 9월 21일부터 6차례 공판을 치르는 동안 피고석에 앉아 피해자 포함 검찰 측 증인 5명, 피고인 측 증인 1명의 진술을 듣기만 했던 이영하는 이날 처음 입을 열었다.

이영하는 선린인터넷고 시절 1년 후배 A씨를 특수 폭행, 강요, 공갈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기소 된 상태다. 처음 사건이 알려졌을 때 A씨는 이영하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강요하고, 거부하면 폭행하거나 다른 후배나 동기들이 머리를 박게 시켰다고 주장하면서 공감 여론을 형성했다.

A씨는 이영하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젖꼭지'라는 별명으로 답하게 하고, 노래와 율동까지 강요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2차부터 5차 공판까지 참석한 검찰 측 증인들은 물론, 6차 공판에 참석한 피고인 측 증인도 A씨가 이름을 부르면 별명으로 대답하는 일이 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무죄를 주장하는 이영하도 이 일만큼은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이영하는 야구부의 관행이었고, 거부할 때 폭행하거나 얼차려를 준 사실은 없다고 주장한다. 이영하 본인도 '이광수'라는 별명이 있었고, 때에 따라 율동도 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런 야구부의 관행이 피해자 A씨가 입학하기 전부터 있었다고 했다. 법정에 나선 증인들은 A씨와 이영하처럼 각자 별명 하나씩을 갖고 있었다.

이영하는 "(별명 답하기는) 내가 피해자 친구가 입학하기 전인 1학년 때부터 선배들이 시키던 것이었다. 나 역시 별명이 있었고, 심각한 분위기에서 이뤄지진 않았다. 심각하거나 때린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A씨만 특별히 놀림을 당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재판부는 이영하에게 '피해자가 노래와 율동까지 해야 하는 것은 (관행보다) 더 나아간 것 같은데, 피해자가 그래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라고 추가 질문을 던졌다.

이영하는 이에 "나도 잘은 모르지만, 그때 당시 피해자라 주장하는 학생이 교우 관계가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선후배와 관계도 그렇고, 그런 이유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가 시켰다기보다는) 다 같이 놀렸던 것 같다. 나도 노래까지는 아니지만, 율동은 했었다. 내 동기도, 후배도 그랬다"고 답했다.

▲ 두산 베어스 이영하 ⓒ 연합뉴스

당시 이영하를 비롯한 야구부원들이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던 일이 피해자 A씨에게 상처로 남은 것까지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영하는 어쨌든 현재 악습을 대물림한 대가를 치르고 있고,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반성하고 있으며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영하 측은 나머지 혐의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죄가 가장 무거운 특수폭행 건은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 A씨는 2015년 8월 19일 이영하가 동급생인 김대현(26, LG 트윈스)과 함께 A씨의 손가락을 강제로 전기파리채에 넣게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영하와 김대현 모두 피해 당일 A씨와 같은 장소에 있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입증했다.

이영하와 김대현은 당시 청소년대표로 선발돼 2015년 8월 17일부터 25일까지 전북 군산에서 합숙 훈련을 했고, 26일 일본 오사카로 출국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A씨는 그런데도 2015년 8월 21일 열린 협회장기 고교야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영하와 함께 부산에 내려갔다고 주장했는데, 이영하는 당시 선린인터넷고 선수들이 머문 부산 숙소 숙박자 명단에 없었다. 군인 신분이라 군사재판을 받은 김대현은 지난 1월 위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자취방 가혹행위 건도 마찬가지다. A씨는 2015년 8월부터 9월까지 이영하가 동급생과 함께 생활한 자취방에서 청소와 빨래를 시켰다고 했는데, 이영하는 2016년 7월 초부터 자취방에서 짐을 빼고 본가에서 통학했다. 이영하의 아버지가 이영하와 함께 자취한 동급생의 어머니에게 2015년 6월까지만 월세를 분납한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

이영하의 자취방에서 2015년 6월까지 함께 지낸 피고인 측 증인 B씨는 "내가 자취방에서 지내는 동안 피해자 A씨가 방문한 기억은 없다. 청소는 내가 살 때는 거의 내가 다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영하 측은 2015년 2월 대만 전지훈련에서 피해자의 라면을 갈취하고 기합을 준 혐의 역시 무죄를 주장한다. A씨는 대만 전지훈련 당시 이영하가 라면을 갈취하고, 후배 6~7명을 기합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를 제외한 증인들은 일관되게 "라면 갈취 사실은 모른다"고 증언했다. 다만 이영하가 투수조 조장으로 선수들을 집합한 사실은 있다고 했다.

이영하는 대만 전지훈련 집합과 관련해 "집합은 시킨 적이 있다. 아무래도 그때 투수 조장을 맡고 있었고, 코치님과 감독님이 바라는 요구 사항이 있어서 그런 것들을 전달했다. 집합이라 하면 혼나는 분위기의 어휘가 맞긴 한데, 무조건 혼내려고 집합하는 것은 아니다. 전달 사항이 있을 때 내 방으로 불렀다"고 했다.

이영하가 악습을 대물림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자가 주장하는 나머지 죄목은 석연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영하가 최후 진술에서 "일단 내가 반성할 점은 반성하고 있다. 미안한 마음도 있고, 그와 반대로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좋은 선배는 아니었지만, 나쁜 행동을 하거나 그렇게 법정에 설 만큼 심한 행동을 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한 이유다.

검찰은 이날 이영하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오는 31일 최종 판결할 예정이다. 형이 확정되면 두산은 이영하의 향후 거취를 결정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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