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하는 축협 이사진,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로 기억되길[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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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축구인 사면 논란 후 이사진이 모두 사퇴했던 대한축구협회가 새로운 인물들로 그 공백을 채웠다.
이사진의 면면은 여전히 화려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름값이 아니라 옳지 못한 것에 침묵하지 않는 용기다.
하지만 지난 기습 사면 시도에서 이사진 중 반대 의견을 피력한 인물은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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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회관=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징계 축구인 사면 논란 후 이사진이 모두 사퇴했던 대한축구협회가 새로운 인물들로 그 공백을 채웠다. 이사진의 면면은 여전히 화려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름값이 아니라 옳지 못한 것에 침묵하지 않는 용기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협회 새 이사진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협회는 지난 3월28일 우루과이와 평가전 직전에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통해 2011년 승부조작을 한 48명을 포함한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을 사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의 큰 비난을 받은 후 재심의를 거쳐 사면은 전면 취소됐다.
이에 이영표, 이동국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을 시작으로 지난달 4일, 29명의 이사진 전원이 일괄 사퇴했다. 박경훈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협회 실무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전무로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했다. 징계 사면 사태에 대해 부회장단과 이사진 모두 큰 책임을 느끼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음을 재확인하였으며, 전원이 사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사진 없이 약 한 달을 보낸 대한축구협회는 마침내 이날 새 이사진 명단을 발표했다. 상근 부회장인 김정배 전 문체부 제2차관을 비롯해, 한준희 축구해설가, 장외룡 전 충칭 감독, 원영신 연세대 명예교수, 하석주 아주대 감독, 최영일 전 국가대표, 이석재 경기도 축구협회장 등 7명의 부회장 포함 총 25명의 신규 이사진이 구성됐다. 해설위원부터 이근호-지소연 등 현역선수, 2002 한일 월드컵 전설인 김태영 사회공헌위원장, 체육교사까지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바뀌기 전 축협 이사회 역시 박경훈 전 전무이사를 비롯해 이영표, 이동국, 조원희 등 국민들이라면 알만한 스타들이 있는 것은 물론 축구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했다. 하지만 이들은 외부에서는 축구협회가 준 감투로 으스대며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말하면서 정작 이사회에 와서는 입을 닫고 손만 들고 갔다.
물론 안건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거나 타당성을 물으면 회의가 끝난 후 소위 '눈치주기'가 계속됐다는 것이 협회 이사회에 참석해본 다수의 증언이다. 하지만 작은 의견이 여럿 모이면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정해진 안건에 회장이 말하면 나머지 참석자들은 동의하는 데 거수만 해야 하는 비상식적인 형태의 이사회라고 해도 반대 의견이 많이 모인다면 안건을 발의한 주체의 힘이 강해도 쉽게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다. 설령 막지 못한다고 해도 다음 이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지난 기습 사면 시도에서 이사진 중 반대 의견을 피력한 인물은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이사들은 축구계에서 자신의 차지하는 위치를 활용하지 못하고 입을 닫고 있다가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사면 철회가 결정되자 책임을 진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책임은 본인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으로 졌어야 하는데 말이다.
정몽규 회장은 새 이사진 발표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을 이사로 선임해 앞으로 많은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물론 그동안의 비정상적인 이사회 운영이 단숨에 정상으로 돌아올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이사진 입장에서 조금의 판이라도 깔린 것은 긍정적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한축구협회 이사진의 이름값은 화려하다. 하지만 한국 축구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이름값이 아닌 그 이름으로 진정성을 담아 할 수 있는 일이다. 새 이사회에서는 거수를 위해 드는 손보다 한국 축구를 위한 말이 우선이어야 할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이사 명단(총 25명)
- 부회장(상근) : 김정배 전 문체부 제2차관(실무 행정 총괄)
- 부회장 : 한준희(홍보) 장외룡(기술·각급 대표팀) 원영신(여자축구) 하석주(학교축구·엘리트) 최영일(대회운영·회원단체) 이석재(시도협회 대표)
- 분과위원장 : 정해성(대회위원장) 마이클 뮐러(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이임생(기술발전위원장) 이윤남(윤리위원장) 소진(공정위원장) 김태영(사회공헌위원장) 서동원(의무위원장)
- 이사 : 조연상(K리그 연맹) 강명원(K리그 구단) 박재순(마케팅) 조덕제, 신연호(이상 지도자) 이근호, 지소연(이상 선수) 위원석(언론) 노수진(학교·청소년축구) 전해림(여성동호인축구) 박인수(동호인축구)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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