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오른 것보다 판매가 더 올려"…이러니 인플레 안 잡히지

박가영 기자 2023. 5. 4.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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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빠르게 안정되지 않는 배경으로 기업들의 탐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원재룟값 상승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더 크게 올리면서 수익을 내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본 비용 및 원가 상승 부담으로 기업들은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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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소비자 둔감해진 틈 타…비용 상쇄분 이상으로 가격 올려"
/AFPBBNews=뉴스1

세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빠르게 안정되지 않는 배경으로 기업들의 탐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원재룟값 상승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더 크게 올리면서 수익을 내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이같이 지적하며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1980년대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지만, 물가는 여전히 '불편할 정도로' 높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본 비용 및 원가 상승 부담으로 기업들은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문제는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 이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이코노미스트들은 임금 상승보다 이러한 기업들의 행보가 지난해 하반기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발표된 실적은 기업들이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제품 가격을 9.8% 올린 미국 식품업체 네슬레는 1분기 매출이 5.6% 증가했다. 건축자재 제조업체 홀심의 얀 필립 예니슈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실적 설명회에서 "우리는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 환경에 있었다"며 "능동적인 방식으로 가격을 책정했는데, 이는 수익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공급망 붕괴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모든 산업에 영향을 주면서 기업들이 경쟁사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도 적어졌다. 가격 인상을 두고 눈치싸움을 벌였던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사벨라 웨버 매사추세츠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시점에서는 기업의 가격 결정 구조를 완전히 다른 시점에서 봐야 한다"며 "병목 현상 등을 이유로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면 경쟁 기업도 가격을 따라 올릴 것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물가에 익숙해진 소비자들도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가격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의 폴 도너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은 (가격 인상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며 브랜드를 훼손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이같은 행보에 대한 반발 의견도 나온다. 독일 대형 유통업체 에데카는 최근 기업들의 가격 책정 방식을 비판하며 과도하게 가격을 인상한 일부 업체의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마르커스 모사 에데카 CEO는 "우리는 브랜드 제품 산업이 책임을 다하고, 인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력이 최근 들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도너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한 접근법을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라며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평판은 오래 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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