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 포퓰리즘 수술 나선 유럽, 한국 여야는 포퓰리즘 확대 경쟁

조선일보 2023. 5. 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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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멜로니 정부가 성인에게 매달 평균 550유로씩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내년부터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유발하는데다 애초 기대한 빈곤 완화 효과도 없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사진은 2023년 예산안 초안을 설명하는 멜로니 총리/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가구당 월 550유로(약 81만원)씩 지급하는 기본 소득을 내년부터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직업 훈련 참여를 조건으로 의무화해 사실상 실업 급여로 바꾸고 지급액을 월 350유로(약 51만원), 지급 기간은 최대 12개월로 제한하기로 했다. 2019년 좌파 포퓰리즘 집권당이 도입한 이 제도가 매년 10조원 이상 재정 적자를 유발하는 데다 청년 층의 취업 기피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복지 포퓰리즘에 빠져 2012년 국가부도 사태까지 겪었던 그리스도 무상 의료와 소득 대체율이 90%에 달하는 연금 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술했다. 프랑스는 연금 수령이 가능한 법정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과거 복지 확대에 나섰던 유럽 각국이 재정 부실이 심각해지자 포퓰리즘 정책을 속속 축소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도 나랏빚이 1분당 1억2700만원씩 불어날 만큼 급속하게 재정이 악화되고 있지만 여야는 여전히 선심성 퍼주기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 부채를 450조원이나 늘려 놓았던 민주당은 야당이 되어서도 국회를 장악한 채 포퓰리즘 폭주를 이어가고 있다. 매년 1조여 원을 퍼부어 남는 쌀을 사들이는 법을 일방 처리하고, ‘문재인 케어’로 악화된 건강보험 재정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법,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는 법, 청년에게 월 10만~20만원의 수당을 주는 법, 대학생 학자금을 무이자 대출해주는 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면서 재정 적자를 GDP의 일정 비율 이하로 묶는 재정준칙은 ‘운동권 이권법’과 연계하며 방해하고 있다.

제동을 걸어야 할 여당도 포퓰리즘 경쟁에는 뒤지지 않는다. 초기 코로나 보상금, 노인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현금을 뿌리는 데 앞장섰고, 대학생 ‘1000원 아침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공공 투자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 대상을 크게 늘리는 법 개정안도 추진했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20조원 이상 구멍 났는데도 유류세 인하를 연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개혁은 야당과 한마음이 돼 제대로 논의하지도 않고 정부로 떠넘겼다. 정치가 나라를 망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확실한 것이 포퓰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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