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사업화는 국부를 키우는 길… 연구자 창업 과감히 지원해야”

허진석 기자 2023. 5. 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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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테크2비즈 포럼’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테크2비즈 포럼’에서 김지현 연세대 교수가 연구자 사기 진작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는 장영진 산업부 제1차관과 국민의힘 한무경, 양금희 의원을 비롯해 정부 출연연구소 원장, 대기업 연구소장, 밴처캐피털 대표 등 20여 명의 민관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미국 방문 중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들른 자리에서 “과학자들이 연구 성과를 실용화할 수 있도록 조직화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출연연구소나 대학 등 공공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의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작년 말 ‘제8차 기술이전·사업화 촉진계획’을 수립하고 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3개년 정책을 실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4월 중순에는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구자근 의원 등 10인 명의로 발의됐다. 연구자가 창업을 위해 최대 6년간 휴직할 수 있게 하고, 사업화가 촉진되도록 공공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 등이 창업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근거 등을 담았다.

범정부 정책인 ‘기술이전·사업화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술의 사업화는 민간의 관심과 수요에 기반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민관 합동의 ‘테크2비즈 포럼’도 창설했다. 연말까지 6회에 걸쳐 민간의 의견을 듣고 개선점을 꾸준히 발굴해 중장기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1회 테크2비즈 포럼은 민관 전문가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구자 기술창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윤기동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기조 발제를 통해 “정부가 20여 년 전부터 기술 사업화에 노력해 여건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됐다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기업이 외부의 기술을 받아들이는 오픈이노베이션도 활발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대학이나 정부 출연연구소의 기술 사업화 지원 제도는 허술하고 거칠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정부 출연연구소의 기술 사업화 여건은 대학보다 훨씬 좋지 않다고 봤다. 그는 “공공 기술의 창업 사업화를 위해서는 기획창업 전문조직(컴퍼니빌더)의 활성화가 절실하고, 창업 이후 그 회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공공 연구기관이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지현 연세대 기술지주회사 대표는 ‘연구자 사기 진작 및 사회·경제적 우대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연구자들의 기술 이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고 참여도 저조하다”며 “기술 이전에 따른 발명자 보상이 풍성해질 수 있도록 세금 등 여러 방안이 강구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기주 이노폴리스파트너스 대표는 연구자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투자를 위해 접촉해 보면 연구기관 내의 사업화전담조직(TLO)의 조직 내 위상이 너무 낮다”며 “TLO에 대한 독립성 부여와 재정적 지원 확대 등이 절실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신희동 전자기술연구원장은 “공공 연구기관 연구자의 기술창업은 공공기술의 사업화와 연구자 사익추구 간의 경계점에 위치해 있다”면서도 “연구자가 기술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딥테크 혁신기업을 만들어 신산업 및 신규 고용을 늘려 간다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인식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최근 기술 개발과 산업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신속한 사업화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가 직접 창업하면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 창업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민 원장은 연구자 창업에 주는 혜택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정혁 연구소기술이전협회장(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사업화본부장)은 “연구자 창업에 있어서 연구소 현장에서는 ‘대학만큼이라도 규제 수준을 낮춰 줬으면 좋겠다’는 한탄을 한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어 “연구자 창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관점도 크게 바뀌면 좋겠다”며 “연구자가 창업해 연구원의 자회사를 차리는 것(스핀아웃)은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를 실증하는 연구의 확장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연구만으로 끝내지 않고 실용화함으로써 연구기관에는 새로운 재원을 공급해 주고, 사회적으로는 튼튼한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연구자 창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김우승 전 한양대 총장은 “이공계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성과로 질 좋은 창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나이 제한 없이 얼마든지 좋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며 “이는 의대로 몰리는 이공계 인력의 전공 선택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장영진 산업부 제1차관과 국민의힘 한무경, 양금희 의원도 참석했다. 패널들의 제안과 질의에 대해 정부 정책과 의정 활동 방향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공동기획: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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