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백브리핑] 교육청-시의회 사사건건 기싸움…아이들이 유탄 맞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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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부산시의회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 교육감 측은 예산 편성 권한이 시교육청에 있는 만큼 모든 사안을 시의회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보는 반면, 교육계 출신인 데다 재선 내내 교육위에서 활동한 신 위원장 입장에서는 굵직한 사업마다 시교육청이 시의회와 사전 협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추진한다고 판단하면서 갈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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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청, 예산 확정 전 임의배분
- 의회는 의결권 무시했다 판단
- 작년 행감 땐 교육감 선서 논쟁
- 교육행정 갈등 학생 피해 우려
지난 2일 오후 부산시의회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루 전 예산결산위원회를 통과한 부산시교육청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교육위원회가 반대 의견을 내고 표결에 부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일촉즉발의 상황은 신정철 교육위원장이 신상 발언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신 위원장 역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신 위원장은 이날 “본 건에 대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실을 파악한 후 필요하다면 수사기관의 고발 등 상응하는 조치를 해주시길 바란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예결위에서 의결된 예산안을 상임위가 반대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은 국제공인 교육과정인 IB교육 사업비 때문이다.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023년 본예산 심사 때 시교육청에서 요구한 4개교의 예산을 반영했다. 그런데 시교육청은 예산안이 의결되기도 전에 이미 7개교를 선정하고 이후 다시 3개교를 추가로 선정해 4개교 예산을 임의로 배분했다고 한다. 교육위는 시의회의 예산 심의권과 의결권을 침해당했다며 이번 상임위에서 관련 예산 8억5700만 원 중 6억7700만 원을 삭감했는데, 예결위에서 삭감된 예산이 전액 부활하면서 결국 갈등이 폭발했다.
시교육청과 시의회 교육위 사이의 심상찮은 분위기는 이미 지난달 26일 열린 상임위 회의에서부터 감지됐다. 이날 첫 발언자로 나선 박중묵 의원은 IB교육 사업비 반영 과정을 설명하며 “이 같은 일이 한 건이면 말을 안 한다. 수십건”이라며 “이런 식으로 할 것 같으면 예산도 (시교육청이) 편성하고 집행도 하지, 심의는 뭐 하러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 아침운동 지원 사업인 ‘아침 체인지’ 사업비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추경 예산안 193억 원에서 23억 원이 깎인 170억 원만 최종 반영됐다.
시교육청과 시의회 교육위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는 하윤수 교육감의 증인 선서를 두고 양측이 맞붙으면서 행감이 5일이나 연기되기도 했다.
이번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IB교육 사업비 때문이지만 양측이 회기가 열리기만 하면 부딪히는 배경의 이면에는 ‘기싸움’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하 교육감 측은 예산 편성 권한이 시교육청에 있는 만큼 모든 사안을 시의회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보는 반면, 교육계 출신인 데다 재선 내내 교육위에서 활동한 신 위원장 입장에서는 굵직한 사업마다 시교육청이 시의회와 사전 협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추진한다고 판단하면서 갈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번 IB사업비만 보더라도 예산안 심사 전에 얼마나 협의를 했느냐를 두고 시의회와 시교육청 사이에 온도차가 감지되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문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수 있다는 것. 건전한 견제나 협의가 아닌 감정 대결로 흘러가면 교육행정 자체가 어그러지고, 결국 수혜자인 학생들이 피해볼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교육계 인사는 “서로 반 발짝만 물러서면 될 일인데, 양쪽 다 양보할 생각이 없으니 일이 커진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사건건 부딪치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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