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잡지 ‘어린이’ 통해… 소파 방정환이 꿈꿨던 ‘어린이 나라’

이소연 기자 2023. 5. 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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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 잡지를 누가 거들떠보기나 할 듯 싶으냐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될 터이니 하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안 될 일일수록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손대는 사람이 있겠소. 낭패하더라도 낭패하는 그날까지 억지로라도 시작해야지요."

1923년 3월 20일 어린이들을 위한 한글 잡지 '어린이'를 창간한 소파 방정환(1899∼1931)은 1928년 햇수로 창간 6년을 기념하는 제7권 제3호에 이런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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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박물관서 창간 100주년 특별전
잡지 150여점 등 자료 325점 전시
이원수 ‘고향의 봄’ 동요 가사 싣기도
“어린애 잡지를 누가 거들떠보기나 할 듯 싶으냐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될 터이니 하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안 될 일일수록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손대는 사람이 있겠소. 낭패하더라도 낭패하는 그날까지 억지로라도 시작해야지요.”

1923년 3월 20일 발행된 잡지 ‘어린이’ 창간호.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1923년 3월 20일 어린이들을 위한 한글 잡지 ‘어린이’를 창간한 소파 방정환(1899∼1931)은 1928년 햇수로 창간 6년을 기념하는 제7권 제3호에 이런 글을 남겼다. 모두가 실패할 거라고 했던 이 잡지는 창간 후 폐간되는 1935년까지 122호가, 광복 후인 1948년 5월 복간돼 총 137호가 발행됐다. 한때 독자 수가 10만 명에 달했다.

소파 방정환이 1923년 ‘어린이’ 제1권에 우리말로 번안해 실은 동화 ‘백설공주’.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은 ‘어린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어린이’ 잡지 150여 점을 비롯해 관련 자료 총 325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어린이 나라’를 4일부터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창간호를 포함해 방정환이 1923년 동화 ‘백설공주’를 번안해 소개한 ‘어린이’ 제1권 제5∼7호, 어린이가 쓴 문예작품을 실은 부록 ‘어린이신문 제1호’ 등 실물이 처음 공개된다. 전시 제목은 “죄 없고 허물없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하늘나라! 그것은 우리 어린이의 나라”라고 쓴 창간사에서 따왔다.

‘어린이’는 어린이에게 세계를 보여주는 창이었다. ‘어린이’는 1925년 2월부터 매달 일본, 미국, 영국 등 세계 각지의 사진 화보를 실었다. 전시에서는 해외 풍경 사진뿐 아니라 당대 지식인들이 우리말로 옮긴 세계 명작 아동문학 ‘석냥팔이(성냥팔이) 소녀’ ‘ 현철이와 옥주(헨젤과 그레텔)’ 등이 실린 호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어린이’는 어린이에게 우리말로 자신의 생각을 쓰게 했다. 이 잡지는 폐간될 때까지 어린이 독자들의 창작 작품을 받아 실었다. 전시에서는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가 15세 때 ‘어린이’ 제4권 제4호에 발표한 동요 가사 ‘고향의 봄’과 그의 부인인 가수 최순애(1914∼1998)가 ‘어린이’ 3권 11호에 발표한 동요 가사 ‘오빠생각’도 소개된다. 처음 공개되는 부록 ‘어린이세상’ 제28호(1929년)에는 어린이 독자들을 향해 “생각하는 그대로 쓰라”는 당부가 담겼다.

김민지 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어린이’를 통해 국내 창작 아동문학이 싹텄을 뿐 아니라 어린이 공동체가 형성됐다”며 “일제강점기 어린이들은 이 잡지를 통해 이야기를 터놓으며 고립되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고 했다. 8월 20일까지. 무료.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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