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빌딩 투자한 펀드 71조… “금융계 뇌관 될 수도”
“美·유럽 버블 붕괴 대비해야”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펀드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가 워낙 큰 데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3일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2013년 말 5조원에서 9년 만인 작년 말 71조8000억원까지 급증한 상태”라며 “특히 우리 금융계가 많이 투자한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접어들어 국내 금융 업계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에선 2025년까지 1조5000억달러(약 2000조원)에 달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만기가 돌아오지만, 최근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이나 차환을 거부하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이 파산하거나 자산을 압류당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의 경우, 미국 LA 오피스빌딩 2곳에 대한 8000억원 규모의 대출 연장에 실패해 빌딩을 압류당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 핌코가 운용하던 한 펀드는 2021년 뉴욕·샌프란시스코에서 매입한 7개의 빌딩을 담보로 2조원대 대출을 받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금융사들과 기업들이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상의는 미국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박영준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해외 부동산 대출이 만기가 도래하기 전이라도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대출 기관이 일부 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며, “외부 차입, 신규 국내 펀드 설정, 현지 자금 조달, 캐피털 콜(펀드 출자자들에게 필요할 때마다 추가 자금 투입을 요청하는 것) 등의 자금 확보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최적 시점에 팔고 나오는 전략도 필요하다”며 “대출 만기가 도래했는데 차환에 실패하는 경우, 부동산을 할인 매각해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로펌 그린버그트라우리그의 아시아 부동산부문장인 조엘 로스테인 변호사는 “고금리로 시장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본 확충, 충당금 적립 같은 선제 조치가 요구된다”며 “금융 당국은 일시적 어려움에 빠진 금융회사를 위한 유동성 지원책을 마련해 위기가 와도 시장을 신뢰할 수 있다는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은행·자산운용·보험·증권 등 금융 업계뿐만 아니라 해외에 자산을 보유한 건설·통신·제조 등 다양한 기업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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